성장소설 읽기 | 합*체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세요? 합과 체는 쌍둥이입니다. 그리고 난쟁이입니다. 아버지도 난쟁이지요. 이쯤 되면 연상되는 것, 이 형제는 성격이 괴팍하거나 꼬여 있거나 아니면 심하게 우울하거나 그래야 할 것 같지 않나요?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유쾌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형 ‘합’은 공부 벌레고 동생 ‘체’는 공부는 못하지만 운동신경이 잘 발달한, 좋아하는 여학생을 마음에 두고 있기도 하는 보통의 청소년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으려 하지만 심하게 작은 키가 자존심 상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체가 더욱 그렇습니다.
도무지 자라지 않는 키 때문에 체는 좋아하는 윤아 앞에서 늘 쪽팔립니다. 체육시간에 체에게 농구공을 패스하는 친구는 없습니다. 체는 눈감고도 3점 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뛰어난 농구 실력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키가 작다고 아이들에게 매를 맞고 다니거나 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소외되고, 그들이 보태는 말 한마디에 상처 받습니다. “난쟁이를 난쟁이라 하는 게 뭐가 문제냐?”사실을 객관적인 것처럼 말을 했지만 체에게 아픈 말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야, 니네도 분명히 봤지? 난 손도 안 댔는데 오체 이 자식이 먼저 덤벼든 거. 씨발. 이젠 오체 무서워서 장난이라도 치겠냐? 한 번만 더 난쟁이라고 불렀다간 아주 사람 죽이겠다. (73쪽-74쪽)”
이런 비아냥을 내뱉은 구병진이 오와 체를 단 한 번이라도 무서워해 본 적이 없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구병진이 체에게 이런 말을 쏟아부을 때 아이들은 무심히 구경합니다. 암묵적으로 구병진의 장난에 동조하는 것이지요. 우리들의 쓸쓸한 모습입니다.
국어 시간에 소설가 조세희의「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배우며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는,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는, 사람들 말대로 아버지는 난쟁이였다”(76쪽)는 단순한 이 세 문장이 올가미가 되어 꽁꽁 옭아 묶인 느낌을 체는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합체의 아버지도 난쟁이입니다. 아버지는 공을 굴리며 관객을 웃기는 쇼쟁이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닮아 난쟁이인 쌍둥이 합과 체의 키가 컸으면 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바람입니다.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지려는지 합과 체는 도사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도사 할아버지의 등장은 생뚱맞은 느낌이 듭니다. 도사 할아버지의 비현실성이 합과 체의 키를 과연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책을 읽으며 도사 할아버지가 어떻게 합과 체를 도왔을까 기대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할아버지 존재가 허구냐 사실이냐 보다 그만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해합니다. 그런 우연이나 비현실성이 존재하는 것 또한 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이라고 받아들여보는 것이지요.
구병진하고 크게 싸우고 학교까지 그만 둘 생각을 하던 체를 보고 할아버지가 키가 크는 비법을 알려줍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합과 체는 계룡산으로 들어갑니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키가 커지는 비기를 실현할 장소가 계룡산에 있기 때문이에요.
합체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몇 가지 수련 동작을 33일 동안 거르지 않고 수행해야 합니다. 합체는 과연 키가 자랐을까요? 정말 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것을 비기라고 속였을까요? 현대 의학도 해결할 수 없는 왜소발육증 치료를 33일 수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캠핑? 재미? 너한텐 고작 그런 거였냐? 니 말대로 난 머리가 진짜 나쁜가 봐. 난 정말 믿었어. 정말 키가 클 거라고. 정말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다고.......”(201쪽)
계룡산에도 키가 크는 비법은 없었습니다. 패잔병처럼 돌아온 합과 체를 본 엄마는 두 아들의 고민을 이미 잘 알고 있지요.
여름 방학 계룡산 수련이 엉터리로 끝나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교복은 예전 길이 그대로였고 자리도 언제나 그렇듯 2 분단 첫째 줄이었으며 여유 있게 내려다볼 사람도 한 명 없”습니다. 참 딱한 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구병진이 아무리 난쟁이라고 놀려도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 듯합니다.
그런데 계룡산 수련은 정말 엉터리였을까요? 비록 엉터리로 막을 내렸지만 33일 동안 몸에 익힌 수련의 습관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됩니다. 그러는 사이 합과 체의 몸은 병약한 아들이 건강한 몸을 되찾듯이 단단해져 갔습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수련은 습관이 되고 몸은 튼튼해졌습니다.
드디어 클라이맥스. 체육 시간입니다.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농구 수업. 이번 수업은 수행평가 점수가 걸린 실제 상황입니다. 져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당연히 합과 체가 낀 2조는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릅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스크린을 상상하면서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긴박한 배경음악이 흐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차오르고, 체의 놀라운 3점 슛으로 상대가 안 되었던 두 팀은 막상막하가 됩니다. 결정적인 순간 불리한 체격 조건을 이용한 체의 극적인 공 가로채기, 종료시간은 몇 초 안 남았고 이번 골만 넣으면 역전도 가능한 숨 막히는 순간, 이제 여학생들은 합과 체가 끼인 조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그동안에는 체력이 달려 얼마 뛰지도 못했던 합도 여름 동안 수련 효과로 달라진 모습으로 경기를 합니다. 결정적인 마지막 골은 그래서 당연히 합에게 돌아갑니다.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합에게 체가 용기를 주고, 그 순간 공중으로 풀쩍 뛰어 오른 합,
“쇠스랑을 찬 듯 무거웠던 다리. 그런데 순간 중력을 이겨낸 것처럼 발이 가벼워졌다. 계룡산에서 하늘로 풀쩍풀쩍 뛰어올랐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바닥으로 끌어당기던 모든 방해물들이 사라지면서 합은 높이, 더 높이 솟아올랐다.(246쪽)”
수행평가에서 합과 체의 활약으로 2조가 1조를 이기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결과적으로 계룡산의 수련은 그야말로 성공인 셈입니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고 힘을 얻고 힘을 단련해서 작은 키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그것이 할아버지의 비기였습니다.
아버지는 늘 합과 체에게 "아버지가 가지고 노는 공 말고 너희들의 공, 너희만의 진짜 공을 찾"으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맞는 공으로 묘기를 부리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아버지의 공'은 합과 체도 자신의 몸에 맞는 공을 찾도록 주는 암시적 교훈이 됩니다.
이 소설은 낭만적 이상을 담아낸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합과 체처럼 어렵고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자신에게 맞는 공을 찾아가는 모습은 응원하고 싶습니다.
1. 합과 체가 키가 커지는 일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이처럼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노력해서 되는 일도 있어요. 현재 나에게 그것은 무엇일까요?
노력하면 되는 일은----------------------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이다.
2.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봅시다.
3. ‘나에게 맞는 공’이란 무슨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