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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Mar 20. 2024

왜 어떤 기독교인은 교양이 없을까?



읽기 전 알려드립니다: 부디 제목과 글에 불쾌함을 느끼는 기독교인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도 기독교인이고 (참고: 우리 둘 다 목사 아들인데 왜 쟤네 집만 돈이 있어?), 제목에 나온 "그 기독교인"은 바로 접니다. 이 글은 스스로 잊지 않으려고 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교양의 뜻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교양의 뜻은 다음과 같다:

교양 (敎養 - 가르칠 교, 기를 양)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


교양은 품위 또는 지식이다. 교양이 없다는 것은 품위 또는 지식이 없다는 말이다.






교양 없는 기독교인에게 없는 것, 품위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동하지 않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 4-5절, 쉬운성경)


교양 없는 기독교인은 품위가 없다. 성숙한 사람에게서 느껴져야 할 점잖음이나 고상함이 없다.


품위가 없는 사람은 무례하다. 규율과 규칙을 무시한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예의와 눈치가 부족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강요한다. 배려심이 없다.


근거 없이 무언가를 맹신하고, 자신이 믿는 것을 맹목적으로 강요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니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불편해진다. 함께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흐린다.


반대로 품위 있는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매너 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자신의 말이 아무리 논리적일지라도, 상대방이 반발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래서 대화가 가능하고 말이 통한다. 존경할 만한 점이 있다. 인격에서 고상한 품격이 드러난다. 곁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점잖고 엄숙해진다. 






교양 없는 기독교인에게 없는 것, 지식


의인의 입술은 많은 사람을 가르치지만, 미련한 자는 지식이 없어 죽고 만다. (잠언 10장 21절, 쉬운성경)


스스로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혼자 아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맹신하는 것에 대한 맹목적 강요가 아닌, 자신의 확신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상대방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며 예의 있고 친절한 태도로 조목조목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소망에 관해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할 말을 준비해 두십시오. 그들에게 공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그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베드로전서 3장 15-16절, 쉬운성경)


물론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교양 있는 사람에겐 지금 내가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수시로 점검하며, 깨달음이 깊지 못했거나 잘못 알았던 것들을 더 깊이 공부하고 고쳐나가는 부지런함이 있다.


교양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어디서 채울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과 책이나 강의 같은 도구들로 자신의 주변과 시간을 채운다.






교양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방법


베뢰아 사람들은 데살로니가 사람들보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어서 말씀을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바울이 말한 것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날마다 성경을 찾아보았습니다.

(사도행전 17장 11절, 우리말성경)


성경에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고 불린 베뢰아 사람들이 있다. 성경이 이 사람들을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고 부른 이유는 그들이 바울이 말한 것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날마다 성경을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성경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한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은 베뢰아 사람들이 "(바울이) 하는 말이 성경적 근거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성경을 연구했다고 말한다.


바울은 당대, 그리고 기독교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설교가 중 한 명이었지만, 베뢰아 사람들은 믿음의 근거를 바울의 말에 두지 않았다. 사람의 말만 듣고 믿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출처를 확인을 했을 때, 그들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고 불렸다.


16세기 부패한 교회에 반박하며 일어난 종교개혁 당시, 성경은 라틴어로 되어 있어 성직자를 제외한 일반인은 성경을 읽을 수 없었다. 심지어 예배까지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로 진행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종교개혁의 리더였던 마틴 루터가 성경을 읽어보니 당시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던 일들에는 "성경적 근거가" 없었고, 그는 개탄하며 종교개혁을 이끌었다. 당시 종교개혁의 모토는 "오직 성경"이었다.


500여 년 전 종교개혁을 통해 기독교인은 자신의 언어로 된 성경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젠 있어도 읽지 않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핸드폰에 성경앱을 다운로드하면 성경을 무료로 읽을 있고,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여러 번역본을 비교해 가며 읽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기독교인들은 스스로 성경을 찾아 읽고 연구하기보단, 다른 누군가 대신 읽고 편하게 설명해 주길 바란다. 그들이 믿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말이며, 그 말이 성경 어디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 고백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듣는 것과도 같다. 






난 교양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했다


고백한다. 난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고 매주 교회는 나가면서도 성경을 매일 읽지 않았다. 모태신앙이라 그나마 들어온 풍월이 있어서, 한때 성경과 기독교서적을 즐겨 읽었어서, 한때 신학대학원에 아주 잠깐 다녔어서, 나는 그래도 성경에 남들보다 잘 안다고 교만하고 있었다. 


이젠 나도 아빠가 되어야 할 나이가 되었는데, 성경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장 4절, 개역한글)


이젠 내게 시간이 없다. 


베뢰아 사람들처럼 말씀을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날마다 성경을 찾아보아서, 교양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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