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를 1년 정도, 일주일에 2~3번, 하루에 1~5분 생각날 때마다 서 왔다. 어찌 된 게 연습을 할수록 잘 안되고 어렵다. 버티는 시간도 쉽사리 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평생 발로 서서 생활해왔으니 손으로 바닥을 짚고 거꾸로 버티는 게 어디 쉽겠나. 그런데 나는 이걸 자꾸 왜 하려고 할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할 때마다 재미있고 새롭다.
물구나무 연습을 시작한 첫 3개월은 공포의 연속이었다. 손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무서웠다. 뒤에 벽을 두고 연습했다. 처음에는 팔에 힘이 없어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손목은 또 왜 이렇게 저려오는지. 내 손목이 이렇게 약한 줄은 또 몰랐었다.
내가 종종 집 앞에서 물구나무 연습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정말 서지도 못했는데, 이젠 그래도 버티긴 한다.
6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는 벽에 대고 조금씩 버틸 수 있게 되었다. 30초 정도 버티면 손목이 또 아파왔다. 통증은 어깨로 점점 올라오더라. 물구나무는 결국 근력과 유연성으로 몸의 균형점을 찾는 행위여서, 둘 중 뭐 하나라도 부족하면 원활한 동작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어깨가 워낙 닫혀 있어서 초반에는 어깨를 여는 운동을 계속 연습해야 했다.
8~9개월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벽 없이 물구나무서는 것을 연습했다. 벽이 없는 곳에서 연습하는 것의 핵심은 잘 넘어지는 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오래 버티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넘어지는 방법을 알고 나면 어디서든 연습할 수 있고, 물구나무를 서면서도 자신감이 생긴다. 힘의 균형을 잃게 되었을 때 자기가 익숙한 한쪽으로 넘어질 수 있다. 한쪽 손의 위치를 살짝 바꾸면서 착지하게 되는데 자신의 손과 발에 따라 편한 곳이 다르다. 나는 오른손 잡이고 오른발을 차올리는데, 오른쪽으로 넘어지게 되더라. 혹시나 한쪽으로 넘어지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게 될 때는 척추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르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이때는 딱딱한 바닥에서 하면 안 되고 체육관 같은 탄성을 가진 매트나 푹신한 바닥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물구나무를 하고 있는 체공시간이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는다. 몇 번에 한 번 10초에서 15초가량 버틸 수 있고 종종 20초를 넘기기도 한다. 시간보다는 질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전에는 무턱대로 힘으로 버텨서 서려고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손가락, 손목, 팔, 어깨, 복부, 엉덩이, 다리, 발까지 조금씩 컨트롤하는 능력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등 쪽, 어깨에서부터 꼬리뼈까지 내려가는 근육들, 척추 기립근까지의 부위가 균형을 잡으려고 할 때 강하게 힘이 들어가는 걸 봐서는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착지도 전보다는 안정적이게 변하고 있다.
거꾸로 있는다는 게 참 별게 아닌 것 같은데 나에게는 특별한 순간이다.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엉뚱하고 특별하것, 리프레시가 되는 것. 사실 매일같이 꾸준히 하거나 하루에 몇 시간씩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력이 빠르게 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를 하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내가 보일 때, 내일 또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