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물통
아빠는 내가 엄마한테 맞은 걸 모른다
나는 아홉 살이다.
우리 집은 약수터에서 물을 길러다 마신다.
아빠와 나는 빈 물통 여러 개를 들고 약수터로 간다.
물이 가득 찬 물통은 너무 무겁다.
나는 물통이 무겁다고 아빠한테 짜증을 낸다.
아빠는 그런 나에게 아빠가 다 들고 가겠다고 한다.
아빠는 하나도 안 무거우니, 먼저 집에 가 있으라고 한다.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나에게 물통은 어쨌냐고 묻는다.
아빠가 다 들고 오겠다고 해서 혼자 왔다고 말한다.
'퍽!'
엄마의 주먹이 날아온다.
나는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본다.
엄마는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벽에 내 머리를 박는다.
머리에서 '삐~' 소리가 난다.
엄마가 다시 내 머리채를 쥐어 잡고 벽에다가 힘껏 내리 박는다.
이번에는 '띵~' 머리가 울린다.
그러기를 수차례.
눈물과 피범벅이 된 나는 그때 생각한다.
'나는 왜 죽지 않는 걸까? 이렇게 맞으면서도 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라리 죽어버리면 이 고통도 끝날 텐데. 사람들도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텐데. 내 목숨은 정말 질기구나.'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꼴도 보기 싫으니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나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간다.
아파트 아래로 양손에 무거운 물통을 들고 집으로 걸어오는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조금 뒤 아빠가 옥상에 올라온다.
아빠는 웃으며 괜찮다고,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아빠는 내가 엄마한테 맞은 걸 모른다.
아빠는 엄마가 나를 때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