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라자냐
사람들이 싫어하는 채소 중 항상 다섯 손가락에 들어간다는 가지, 하지만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그 물컹한 식감 또한 요리에 맛나게 이용할 수가 있다. 가지는 싫어하는 식감에 비해 꽤 전 세계 적으로 이용되는 채소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에서 다양한 가지 요리를 만나볼 수가 있는데 가지의 참 맛을 알게 된다면 가지가지하네 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충분히 알 정도로 가지는 매력적인 식재료이다.
4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인 가지는 고 온성 작물로 여름에 어울리는 열매채소이다. 찜통에 삶아 찢은 후 참기름과 간장 깨소금 마늘에 버무려 먹는 가지나물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고 비빔밥에 넣어 먹는 다면 그 부드러운 식감은 아작아작한 고사리, 무나들 등과 함께 입안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가지는 열을 받으면 식감이 부드러워지는데 부드럽다 못해 뭉개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식감은 어렸을 적 가지를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였다.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이런 가지의 참 맛을 알아가게 되는데, 기름이나 양념장을 그대로 흡수하는 가지의 은은한 단맛이 우리의 쌀밥과 정말 잘 어울리는 채소라고 생각을 하게 되어서 심심치 않게 집 반찬으로 가지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양식에서 좋아하는 가지 요리는 바로 [가지 라자냐]이다. 이탈리아 요리 중 하나인 라자냐는 층층이 쌓다 라는 뜻이 있다. 그 면과 소스 사이사이에 그릴에 살짝 구운 가지를 베샤멜소스와 라구토마토 소스를 층층이 함께 넣어 오븐에서 구우면 라자냐의 맛있는 소스가 가지 속에 천천히 스며들어 형용할 수 없는 깊은 맛을 내게 한다. 가지를 숯에 태우듯이 구워 껍질을 벗기면 속 알맹이만 나오는데, 그 알맹이를 머스터드와 향이 좋은 오일에 절인 후 버터에 살짝 구워 먹으면 향과 맛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행복을 부르는 맛이 난다. 머스터드 말고 오리엔탈 소스나 참깨 드레싱에 버무리면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아주 훌륭하다. 가지의 단맛, 숯 향과 소스의 맛이 입맛을 돋우는데 아주 좋다.
내가 즐겨 만들어 먹는 유럽의 ‘라따뚜이나’ ‘카포나타’에도 가지는 빠지지 않는다. 가지는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채소가 아닐까 싶다. 단 가지를 요리할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가지는 어떤 야채들보다도 기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볶거나 튀겼을 때에 질이 좋지 않은 기름을 혹여라도 사용하게 되면 그 기름을 그대로 맛보게 될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가지를 요리할 때엔 좋은 기름과 다른 채소보다도 조금 늦게 프라이팬에 넣는 타이밍, 향이 좋은 오일이나 풍미가 좋은 버터를 마지막에 넣어 주는 방법을 추천한다.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로서 신선한 재료를 만난다는 건 당연하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약 10여 년 전 소공동 L호텔에서 근무할 적에 구리시에서 열리는 향토 요리대회에 난 이 가지를 가지고 출전을 한 적이 있다. 가지에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지지는 [돼지고기 가지 전]에 영감을 얻어 대회의 주재료인 돼지 곱창을 다져 넣은 가지전 요리를 만들었었는데, 가지가 생각보다 너무 기름과 향을 잘 빨아들여서 오히려 곱창의 식감을 죽이고 그 곱창의 냄새를 가지가 다 흡수하는 바람에 요리대회에서 낙방을 한 적이 있다. 한여름 소나기가 내렸던 진흙투성이 경기장을 걸으며 의기소침하게 집에 오던 날에 대한 추억은 종종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해주는 즐거운 경험 중 하나이다.
가지의 원산지는 인도다. 유럽이나 아시아나 이 가지를 참 많이 재배하고 먹는데 아시아에는 5~6세기 무렵 유럽에는 13세기 무렵 전해지기 시작했다. 중국 송나라의 [본초 연의]에 –신라에 일종의 가지가 나는데, 모양이 달걀과 비슷하고 엷은 자색에 광택이 나며, 꼭지가 길고 맛이 단데 지금 중국에 널리 퍼졌다- 라는 기록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는 신라시대쯤부터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가지의 영문명은 Eggplant이다. 영문명에서 보듯이 열매채소인 가지는 계란 모양으로 열매를 맺는데 한국에서는 길쭉하게 개량한 가지를 선호한다. 예전 어른들은 갓 수확한 가지를 익히지 않고 열매처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지에는 소량의 솔라닌 독이 함유되어 있어 생으로 먹게 되면 아린 맛과 복통을 격을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익혀 먹는 것을 추천한다. 가지는 기름 찌거나 구우면 물컹거리거나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다, 그런 식감이 싫다면 튀김옷을 입혀 튀기거나 아예 속살을 파내어 다진 고기나 야채에 섞어 먹으면 가지의 단맛과 풍미를 살릴 수가 있다.
토마토소스 150ml, 다진 콩고기 100g, 가지 1ea, 양파 1/4ea, 마늘 2톨, 라자냐 면 3장,
베샤멜소스 100ml , 모차렐라 치즈 50g , 그라나 파다노 some , 버터 some
#베샤멜소스
-밀가루 30g, 버터 50g을 천천히 볶아 루를 만들어 준다
-월계수 잎과 정향을 넣고 살짝 데운 우유 300 ml를 루에 3번 정도 나누어 가며 끓여준다
-고운 체에 내려 준다.
#라자냐
-다진 양파와 마늘, 콩고기를 볶아 준 후 소금 간을 해주고 토마토소스와 섞어준다.
-가지는 그라탱 용기에 맞게 3mm 정도 두께로 썰어 준후 소금 간을 해준다.
-그라탱 용기를 준비해 준 후 먼저 버터와 토마토소스를 살짝 바르듯이 얹어 준다.
- 라자냐 면-> 콩고기 토마토소스-> 베샤멜소스-> 가지->라자쟈면 순으로 2번 반복해준다.
- 마지막으로 토마토소스를 얹고 모차렐라 치즈를 전체적으로 뿌려준다.
-180도씨 오븐에 20분간 익혀 준 후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려 마무리해준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