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공원, 선생님이 뿌린 쓰레기

by 시크매력젤리


열 시쯤 공원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었다.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유치원 아이들 여덟 명 정도가 교사 인솔에 따라 체험학습을 나온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배낭처럼 만들어진 네모난 '움직이는 쓰레기통'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가방을 메고 있었다. 숲 체험을 하기 위해서 나온 것인 줄 알았는데 쓰레기 줍기 체험을 나온 것 같았다.


한데 이 공원은 아홉 시만 되면 노인 공공 일자리로 어르신들이 나와서 청소를 하는 곳이다. 쓰레기가 없을 텐데 어떻게 줍는다는 건지 의아했다.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쓰레기 주울 도구를 머리 위로 높이 들게 한 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뒤이어 교사가 미리 준비해 온 종이와 비닐들을 한정된 공간에 간격을 두고 쓰레기를 흩뜨려 놓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없으니 직접 쓰레기를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시키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은 도구를 이용해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움직이는 쓰레기통에 넣기 시작했다.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의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바빠 보였다. 여덟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혼자 통솔하기에는 힘에 부치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들은 교사 말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따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마저 들었다. 체험학습을 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아이들의 부모에게 '오늘 하루도 아이들이 잘 지냈습니다'라는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교사를 보니 어떤 사명감 없이는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 줍기 체험을 끝낸 아이들은 교사 인솔하에 공원을 줄지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외국 아이였다. 이곳은 산업공단이 있는 관계로 외국인들이 많다. 그 아이는 계속하기 싫은 얼굴로 찡그린 채로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 부모가 보면 속상했을 것 같다. 그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듯한 행동에 교사가 더욱더 신경 써 줘야 되겠다는 생각도 스친다.




아이들은 오늘 체험학습을 통해서 자연도 느끼며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즐거움으로 기억할 것이다. 또한 쓰레기는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도 배웠을 것이다. 사람은 이처럼 공동생활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익히고 배운다.




어릴 적부터 배움을 통해 알고 있는 상식이 되어 버린 일인데도 우리 주변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레기를 휙휙 버리는 사람이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자신의 운과 복을 버리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keyword
월, 목 연재
이전 05화열아홉, 서울, 그리고 노동자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