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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May 13. 2020

어버이날

주고 받는 기쁨

이번만큼 속 시원한 어버이날이 없다. 사실 지난 주말에 동생과 준비한 것들을 드렸다. 두 분이 같이 신을 운동화, 그리고 동생이 픽업해왔다고 생색에 생색을 더한 돈꽃. 부모님은 돈을 곳곳에서 뽑는 재미를 담뿍 느끼는듯 보였다. 


선물하는 행위에 기쁨을 느끼는 건 엄마 덕분이다. 어린시절 중 내가 기억하는 시점에서 내가 어떤 걸 언제 선물하던 엄마는 너무 기뻐했다. 그래서 한동안 엄마의 눈물샘 자극하기가 나 자신과의 미션이었다.  선물을 받은 후 엄마는 안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 다음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고 너희가 자식이라 이런 것도 받아본다는 말을 이어간다. 몇 천원짜리든 몇 만원짜리든 한결같은 반응이다. 특히, 그 중에 마음에 쏙 들었다면 그게 무엇이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좋았다는 얘기를 한다. 너희 덕분에 참 행복하다는 말은 덤. 


아빠를 만족시키는 선물은 참 어려웠는데 그건 아빠의 사생활을 살펴본 적이 없어서다. 준비하는 것부터 너무 난감하다. 아빠는 출근하고 나면 퇴근해야만 얼굴을 볼 수 있고, 좋아하는 건 바다낚시와 장거리 운전. 잘 알지 못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어떤걸 선물하든 아빠는 우리에게 미안해했다. 아마 본인 기준에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시기라서 그렇다. 최근에는 그런 의무감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처럼 보여서 다행이고. 


운동화를 받고 난 직후 아빠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사이즈가 너무 딱 맞는데 그걸 말하지 못해서 어물쩍 거리는 아빠를 몇 번이고 다그쳐서야 확인했다.  요즘은 환불/교환이 너무 편한 시대라고 수 십번 말하며 바꿔왔다. 물론, 번거로웠다. 구매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교환하기에는 일정맞추기가 어려워 환불시킨 다음 매장에 가서 다시 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표정 하나가 힘듦을 잊게 만들었다. 


조금 더 많은 표현과 소통을 하기 위해 자세를 계속해서 고쳐 앉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최근 서밤님의 글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어버이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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