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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Feb 24. 2020

나는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상한 확신이 드는 때

종종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살폈지만, 항상 시간은 성큼 앞서가 있다. 뜻밖의 퇴사를 앞둔 내게 친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위로를 건네고, 화를 내기도 하고, 부당한 처우인지 아닌지 분석을 하기도 했다. 가장 신선한 반응은 위로로 시작해서 내가 했으면 하는 일감을 선사한 장면이었다.


내가 찾고 소개받은 일감은 다양한데 그중 소개하고 싶은 두 가지.


-       NC 문화재단 유토피스

https://blog.naver.com/ncfound/221781483935

스스로 일감을 기획하고 지정된 워킹 스페이스에서 실행하는 활동이다. 활동하는 2개월간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아주 큰 메리트. 최소한의 경제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갭 이어(Gab Year)’만큼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만했던 일을 가볍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결과는 탈락.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들에게도 좋은 것이니까 조금 더 간절한 마음으로 구체적인 기획안을 썼어야 했다. 신나게 호로록 써서 ‘제출하기’를 눌렀어야 할 일이 아니었다.


-       위커넥트 커리어 리스타트 챌린지 2기

https://weconnect.kr/programs/14

친구가 건넨 링크. 위커넥트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공고를 주로 게시하는 플랫폼으로 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꼭 출산 및 육아에 의한 경력단절 여성이 아니더라도, 커리어 전환을 생각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카테고리화하여 알려준다. 매일매일 주어진 미션을 하는 중이다. 온라인 강의 듣기,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등 일일 미션을 모두 참여하고 나면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커리어 전환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은 표면적인 목적이고 결국은 네트워킹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가 싶다. 현재는 지원할 수 없는 공고지만 알고 있다가 필요하신 분은 기회가 될 때 떠올렸으면 좋겠다.


출퇴근하는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고 싶다.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커피를 내려 마신 다음에 아침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는 모습. 동시에 고정적으로 여느 워킹 스페이스에 나가 글을 쓰고, 프리랜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몰려오는 불안감에 잠식되는 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은 틈과 불안을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좀 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꿈만 꾸던 일이 현실이 될 거니까.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진 에너지지만, 이번에는 콘텐츠의 지분도 꽤 컸다.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쏟아진 명대사는 감동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선사했다. 몸집은 작지만 각자 꿈꾸는 세상을 아주 이성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울고 웃는 모습을 보는 내내 황홀함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어찌 됐든 모두가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잘 걸어가면 된다며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고. 그래서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근거가 있는 건 아닌데 그랬다.


그러니까, 나는 꼭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날의 콘텐츠

- 영화 <작은 아씨들>

- 웨이브 [스토브리그]



이 글은 대부분 사실에 기반하나, 특정 인물 및 상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 상상력을 동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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