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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Sep 24. 2024

남편

이 늙어간다

출근하겠다며 나간 남편이 허겁지겁 되돌아왔다.

무슨 일이냐 물어볼 새도 없이 화장실로 뛰어든다.

화장실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듯하더니 샤워기 물소리가 한참이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나의 시선은 외면한 채 말한다.

"지렸어... "

대충 빨래한 속옷을 벗어둔 바지와 함께 내게 건넨다.

바지에도 지린 자국이 선명하다.

엊그제는 귀에 물이 들어간 것처럼 잘 안 들린다며 한 달을 투덜대다 병원에 갔다.

오늘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며 아침부터 죽상이더니 이 사달이 났다.

남편이 늙어가고 있다.

꼴 보기 싫은 날이 많았는데 불쌍한 마음이 드는 날이 서서히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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