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료실에 들려 수다를 떠는 A 씨가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서 본 글이라며 해 준 이야기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어제 올라온 글 중에 <시어머니 자랑 좀 할게요>라는 제목의 글이 있더라고. ‘아이 짜증 나. 재수 없어.’라고 하면서 글은 또 읽어버렸지 뭐야. 어느 날 시어머니가 며느리 집에 오셨대. 갓난아이가 있는 집이고 갑작스럽게 오셔서 집을 치우지 못했나 봐. 원래 쿨한 시어머니이긴 하시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더래. 그런데 그 순간 시어머니가 바닥의 먼지를 보신 거야. 며느리는 순간 올게 왔구나 싶었대. 왜 그렇잖아. 평소 우리 집은 잘 안 치우는 사람도 남의 집 가면 유난히 먼지가 잘 보이는 거. 바닥의 먼지를 본 시어머니가 한 발로 먼지를 구석으로 스윽 밀면서 “야야 이런 건 구석으로 대충 밀어 놓고 살면 된다.” 그러시더라는 거야. 그리곤 “다림질은 니 남편 시켜라. 쟤 장교 출신이라 다림질 엄청 잘한다. 네 것도 해달라고 해라. 청소도 안 해서 그렇지 시키면 엄청 잘해.” 하시더래. 그리곤 봉투에 천만 원(여기서 왠지 글을 올린 사람의 주작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00이면 믿을 것 같은데. ^^)을 넣어 주시면서 “이건 내 아들, 내 손주한테는 한 푼도 쓰지 말고 며느리 니한테만 써라. 가방도 사고 옷도 사고. 난 니 몸 상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하셨다는 거야. 그 자랑글에 댓글이 달렸는데 한 30개는 ‘저희 시어머니도..’로 시작하는 자랑글이고 그 밑으로 한 100개는 ‘부러워요. 울 시어머니는..’이라는 부러움의 댓글이 달리더라고. 사람 심리가 다 비슷해. 나도 부럽더라고. 이 시어머니 진짜 쿨하지 않아?
언젠가 브런치에 올라온 어떤 며느리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며느리들이 명절에 언제 시댁에서 친정으로 갈지를 고민할 때 글쓴이는 여행지를 고민하고 떠난다는 글이었다. 살아생전 모든 제사를 절에 모시며 명절에 고생하지 말고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살라는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배려 덕분이라고 했다. 그 덕분에 명절이면 곳곳을 여행 다니며 이렇게 살 수 있게 해 주신 시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글이었다. 아마 글쓴이의 시어머니는 자신이 며느리로 살아온 세월의 고단함을 며느리가 이어가기 않길 바라지 않으셨을까. 간간히 시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적은 글들을 보지만 이 글이 유독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대물림하지 않는 시집살이 때문이었다.
시집살이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이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니 자기가 시집살이를 했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 거 아냐. 그런데 왜 같은 여자끼리 힘들게 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내가 누리지 못한 것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부러움과 시샘이 드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단지 그 마음을 표현하느냐 않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 시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3일 만에 밭일을 나갔는데 며느리는 산후 조리원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3주씩 몸조리를 한다. 시어머니는 육아도 가사도 효도도 독박으로 했는데 며느리는 금쪽같은 내 아들이 도와줘야만 할 수 있고 심지어 그마저도 힘들다고 한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아니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리라. 그래서 어쩌면 시어머니는 자신이 겪은 시집살이를 며느리에게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닐까? 가끔 아니 종종 사람은 이성보다 감성이 따로 노는 모순적인 존재니까. 나도 어쩌면 미래의 며느리에게 ‘나 때는..’을 시전 하는 고약한 시어머니가 될 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아들에게 “엄마도 며느리 시집살이시키는 고약한 시어머니가 되면 어쩌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아들은 웃으며 “에이 아는 데 그러겠어?”
‘그래. 잊지 않으려 노력할게. 근데 그거 아니? 사람들은 가끔 잘못인지 알면서도 잘못을 한다는 거?’
문득 A 씨의 이야기 속 시어머니 자랑글에서 사람들이 부러워한 것이 시어머니의 어떤 행동인지 궁금해졌다. 먼지를 발로 밀어 넣는 쿨함? 아들에게 가사를 도우라고 해서? 천만 원을 며느리를 위해서만 쓰라고 해서? 며느리의 건강을 걱정해줘서?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완벽한 시어머니다. 그래서일까? 부러움보단 웃음이 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