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디브라운 Nov 17. 2019

19. 특별한 거 없어요

가을이 되면 지역 마을들에 잔뜩 축제가 열린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마을 마을마다 이렇게 많은 축제가 열리는 줄 몰랐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다니며 노는지도. 


우리가 주최하는 체험마을축제를 앞두고 마을들을 답사했다. 

굽이굽이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려가면 구석구석에 마을들이 조용히 숨어 있다.




미리 홍보 자료를 만들기 위해 마을 사무장님들께 간단한 인터뷰를 땄다.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사무장님들께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이 마을에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마을의 자랑 거리요." 


그럼 곧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특별한 거 없어요. 사실 어딜 가나 자연 다 비슷하고..." 

특별한 거 하나도 없다는 말로 시작된 대답. 

“... 그런데 굳~이 말 해보자면...” 

아주 잠깐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보면, 곧 마을의 자랑거리가 흘러나온다. 별거 없지만 굳이 굳이 골라보자면... 이렇게, 마을 자랑이 시작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자부심과 애정, 그걸 느끼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대답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여쭤보게 된다.


누군가의 눈에는 거기가 거기, 뭐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시골 마을로 보일지도 모른다. 노화가 진행되는 시골 마을, 그리고 노화가 진행되는 시설들일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오늘도 낡고 또 늙은 마을을 쓸고 닦을 수밖에 없다. 그냥 두면 폭삭 늙어버리니까. 

세월을, 변화를 온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들여다 봐줄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매일 종종거리고 들여다보고, 쓸고 닦는다고 하신다. 그렇게 마을은 조금씩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게 된다. 내가 다녀온 마을들처럼.




손길이 닿는 곳은 망가질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18. 어른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