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적당한 긴장감. 시험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2시간동안 이끌며 수업한다는 것. 방금 전 요가스쿨 마지막날 아쉬탕가, 인요가 2개 수업을 연속해서 진행했다.
같은 반 수강생 7명 중 '1번타자'였다. 다른 친구들은 200시간 코스, 나는 100시간 코스(나중에 100시간 더들으면 정식 요가강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여서 졸업날이 다르다. 나는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 시험도 빨리 보기로 한 것이다.
아쉬탕가는 정해진 포맷이 있다. 순서에 따라 적절한 지시어를 쓰고 시범을 보여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원래도 아쉬탕가 때 땀이 많이 났지만, 티칭하면서 긴장까지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순서를 따라야했지만 중간에 한 스텝을 실수로 건너뛰었다. 다음 동작을 마친 뒤 생각나 건너뛴 스텝을 순서를 바꿔 진행했다. 나름 자연스러웠다.
걱정과 달리 순탄하게(?) 마무리했다. 중간에 드립을 좀 넣었더니(Focus on the Universe 같은) 다들 빵터지고 분위기가 좋았다. 기분좋게 수업을 마쳤다.
시험을 앞두고는 걱정이 많았다. 영어도 온전히 못하는데 남들 앞에 선다는 것. 3일 늦게 시작한 요가 왕초보가 복잡한 아쉬탕가를 제대로 해낼수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100시간 코스는 시험을 보지 않아도 돼서 선생님이 의사를 물었지만, 나는 또 대책없이 'Go!'를 외쳤다.
언제는 안그랬나. 학창시절을 떠올려봐도 그랬고, 기자생활을 할때도 그렇다. 뭐든 처음은 어렵고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해보면 별거아니다.
가장 재밌게 들었던 인요가 수업. 인요가는 장기 건강(Organ Health)를 위해 하는 요가로 스트레칭에 집중한다. 25개 기본자세가 있고, 자세별로 신장-방광, 간-쓸개, 지라-위, 폐-대장, 심장-소장 등 음-양 짝꿍 장기들을 치유하는 게 목표다.
마리아 선생님의 영어가 알아듣기 쉽기도 하고 설명을 아주 잘해줘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몰랐던 장기들의 영어이름도 알게 됐다. 지난주부터 수업을 디자인해 가르치는 방법도 배웠다. 마리아 선생님은 수업의 목적을 고민해보고 어떤 부위 치유에 집중할 것인지도 수업 내용에 반영하라고 했다.
인요가는 한 자세에서 3~5분동안 한 자세를 유지하며 릴렉스하는 요가이다보니 수업은 훨씬 편했다. 다음 자세를 생각하고 어떻게 말할지 미리 정리할 수 있었다.
티칭만큼은 잘해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젯밤 요가 영상을 찾아보고 공부를 좀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수강생들은 내 요가수업을 듣기 위해 한국에 가겠다는 극찬을 해줬다.
가르치면서 배운다. 요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선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수강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장 짧고, 쉽고, 효과적인 단어를 골라야 한다. 수강생들이 최대한 잘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내목소리만 듣고 나만 보고 있다.
가르치기 전에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몸이 다르기 때문에 정자세를 대신하면서 효과는 비슷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평범한 말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요가수업을 찾는 사람들은 평온해지길 원한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온 것이지 몸을 혹사시키려 온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풀리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요가는 절대 무리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눈맞춤, 아이컨택도 필요하다. 여러명이 함께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과 아이컨택이 안되는 학생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수업에서 자신만 동떨어진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학생은 몸은 교실에 있지만 마음은 밖에 있을수밖에 없다.
눈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학생들이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에 드러난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마주해야 한다. 마치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거울을 보듯 상대를 대하는 것, 이게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요가 스튜디오의 분위기, 공간, 소품, 방향, 조명 강사의 몫이다. 내가 디자인하는 수업의 일부다. 인요가 수업에선 최대한 편안하고 쉬운 자세 중심으로 시퀀스를 짰다. 수업 전 명상을 대신해 한국노래를 틀어줬다. 박보검이 부른 '별보러가자', 반응이 좋았다. 적당히 긴장감을 풀기에 맞춤이었다.
실습 테스트 2개를 마치고 나니 마치 수능이 끝난 기분,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 북한산 정상에 올라선 느낌이다. 오늘 수업을 마무리하면 수료증을 받는다. 드디어 졸업이다.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