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Jun 12. 2024

이후의 이야기들

나를 못 알아보던 남편의 이야기1

벌써 몇년전의 일이 되었나.


이렇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게 얼마나 감사한일인지 모른다.


--------------------------------------------------------------------------------------------


남편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져서 동생차에 일단 태워 K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답답하다며 차 창문을 쾅쾅 두드려내는 생소한 모습.


우리는 K 대학병원 주차장에 도착했고 기름이 거의남지 않았던 동생은 나에게 혼자서 갈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병원인데 도와줄사람이 있겠지라며 대답하며 기름을 넣고 오라고 했다.


(병원은 구조가 약간 특이해서 응급실로 바로 가는 입구가 없고 주차장- 주차장 엘레베이터- 응급실

이렇게 가야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내 어깨를 잡고 같이 걷던 그는 응급실로 걸어가던 도중에 갑자기 쓰러져버렸다.


응급실앞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바닥에 거의 엎어진 그를 필사적으로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근데 진짜 아무도 없었다. 주차장엔 내 목소리만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갑자기 눈물이 주룩주룩 나왔다. 엉엉 울면서 무거운 남편을 끌어가고 있는데

  (남편 100kg 육박하는 분,, 저는 49kg...) 저기서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생이 다시 나타났다.


"아이고 누나.. 같이 옮기자!"


휠체어를 얻어 그를 밀어 응급실로 도착. 그는 거의 정신이 없었다.


주사를 잡고, 소변줄을 넣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한 의사가 물었다.


"여기 어디인줄 아시겠어요?"


남편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옆에 있는 분이 누구세요?"


남편은 나를 쳐다보면서 정말 처음 쳐다보는 사람인것처럼 내 얼굴을 구석구석 쳐다보았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오열했다. 


그는 자기 이름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환자분 본인 주민등록번호 아세요?"


( ? 너무 어려운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뇌수막염이 뇌염으로 발전한것 같다며 당장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며 다시한번 오열했다.








작가의 이전글 내 남편이, 나를 모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