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아빠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빠를 알게 된 순간부터 평생 키 170cm에 몸무게 64kg을 유지하셨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은 살이 찌거나 배가 나오는데, 올해 일흔다섯인 아빠는 최근에는 오히려 2kg 정도 감량하셔서 62kg을 유지하고 계신다.
아빠는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을 달린다. 22년 이상 한 회사에서 근속을 하시면서,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일요일과 휴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3교대 근무를 하셨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에 퇴근하시거나, 점심 즈음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시거나, 밤에 출근해서 다음 날 아침에 귀가하는 3가지의 형태였다. 그렇게 3교대를 매일 하면서도 아빠는 하루에 2시간씩을 내어 변함없이 매일 해안도로를 달렸다.
일요일 아침마다는 조기 축구팀에 나가 꾸준히 뛰었고, 가끔 있는 공휴일에는 등산도 하고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신다. 또 활력에 좋다는 영양제를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2알씩 꾸준히 챙겨 드신다. 건강에 민감하시다 보니 끓인 물은 죽은 물이라며 생수를 선호하시고 건강한 밥상을 좋아하고 인스턴트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덕분에 엄마는 끼니마다 건강한 음식을 제공해 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또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는 자녀들을 위해 여러 해 동안 피우시던 담배를 단번에 끊으셨다. 금연 후유증으로 한동안 과자에 집착하던 시기가 잠시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과자도 끊으셨다. 집안일은 많이 안 도와주셨지만, 방학 중에는 아침마다 늦잠 자고 싶어 하는 우리를 깨워 운동을 시키거나, 주말마다 같이 바람을 쐬러 가려고 노력하셨다. 우리 입장에서는 방학인데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늦잠도 못 자게 깨우는 아빠가 귀찮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단 걸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해 보니 아빠의 자기 관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자기 관리가 철저한 아빠의 자녀들인 우리 삼 남매는 자기 관리에 굉장히 소홀하다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식습관 관리도 잘못하는 편이다. 핑계를 대자면 선천적으로 알레르기가 심해 운동하는 데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병으로 군입대 후 하사관까지 되어 중사로 제대할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이 잘 맞았다는 아빠였다. 군대에서 생긴 알레르기가 심해지면서 더 진급하지 못하고 5년 만에 전역해야 했다. 어쩌면 아빠는 알레르기가 심해지지 않게 하려고 평생 더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그 알레르기를 유전으로 가장 심하게 받은 나는 이제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이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했지만, 아쉽게도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등산하려고 하면 온몸에서 땀이 나서 가려움증과 알레르기가 심해지고, 뛰려고 하면 무릎이 꺾이고 시큰거렸다. 헬스장에 등록해서 3년 가까이 꾸준히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했지만 의욕이 앞서 자주 발에 물집이 잡혔다. 방송 댄스를 1년 정도 다니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친해진 회원들이 모두 관두고 혼자 남으니 더 다닐 의욕이 없었다.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해서 수영을 끊어 의욕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수영장의 소독을 위해 쓰는 염소는 내 피부에는 치명적이었다. 알레르기가 너무 악화되어 겨우 두 달을 채우고 관둘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행복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한 운동은 야외를 걷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퇴근하고 강아지와 1시간 이상 걸으며 산책도 하고, 기초체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휴직을 하고 일주일에 네댓 번씩 하루에 2만 보씩을 꾸준히 걸었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걸으면 지루할 테니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나, 한강이 보이는 근처에서 걷기도 했다. 매일매일 꾸준히 걸으며 탄수화물 중독도 케어했더니 6개월 동안 23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아쉬운 건 그 이후에 천식이 재발하여 2개월간 밖으로 못 나가고, 복직 후에는 직장생활에 바빠서 타이밍을 놓쳤다. 지난 12월부터는 발가락이 골절되어 한 달 반을 못 걸었고, 4월에는 발등이 찢어져 또 한 달 반을 제대로 걷지 못했다.
요즘 다시 걷기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고 촉박하지만, 매일 놓치지 않고 산책하고 걷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한동안 발이 다쳐 거의 움직이지를 못했던 터라 다시 걷기만 하는 것으로도 쉽지 않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이 어마어마하다. 자꾸 걸음걸이가 틀어져 폼이 들어간 푹신한 운동화 대신 에어가 들어가 바닥이 단단한 운동화를 택했다가, 오히려 종아리 통증이 악화되었다. 덕분에 발이 편한 신발을 찾아 두 달 새 운동화를 두 켤레나 새로 사야 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아빠를 본받아 나도 건강을 위해 스스로 좀 더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빠른 성과를 내는 것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든 그 마음으로 변함없이 노력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어야겠다. 더 건강하고 행복할 앞으로의 삶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