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많이 빠졌다!"
제주도 집에 가족이나 지인들이 많이 놀러 왔었는데 그들이 올 때마다 들은 얘기다. 실제로 육지에서 살 때 대비 3~5kg 정도 빠진 상황인데, 이보다 더 빠져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 정말 많이 걸었다. 매일 걸음수가 만보를 넘는 건 기본, 2만~3만 보도 많았다. 올레길을 완주했고, 주말엔 오름도 많이 올랐고, 이번에 제주 있는 동안 한라산도 두 번 갔으니 의도치 않아도 운동량이 상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습관도 달라졌다. 워킹맘으로서 육지에 살 때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자주 이용, 밀키트 같은 가공식품을 적지 않게 먹었다. 그러나 제주 조천읍 중산간 지역에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새벽배송은 꿈도 못 꾼다. (쿠팡의 경우 와우회원이라도 '+2'가 붙은 경우가 많다. 2일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주에서 무엇인가를 배송받을 때 2일 걸리는 것은 상당히 짧은 기간이고, 또 대다수 쇼핑몰에서 추가 배송비가 붙는데 쿠팡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주 생활에서 쿠팡은 필수처럼 느껴졌다.)
여하튼 식재료 문 앞 배달이나 밀키트 없이,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사 와야만 했다. 제주도에 세 곳밖에 없는 이마트에 갈 때도 있지만 주로 우리는 함덕오일장이나 유드림 식자재마트, 로컬 하나로마트 등에서 식재료를 샀다. 특히 아들과 남편이 생선을 좋아하는데 오일장에서는 조기나 갈치를 저렴하게 대용량으로 사서 집에서 세척한 후 두 개씩 소분해서 냉동해 두면 한동안은 든든했다. 제주도 내에서도 외진 지역에 사는 덕분에(?) 대체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클린한 식단을 할 수 있었다.
가장 결정적으로 살 빠지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초반에 술을 끊었다는 점이다. 내 경우, 회사 생활하면서 업무적으로 술을 많이 마셨고, 남편의 경우엔 업무적으로는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술을 좋아해 나와 함께 자주 집에서 마셨다. 주로 우리는 집에서 넷플릭스 등을 보며 와인이나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제주에 오게 돼 우리는 결단을 내렸다. 술을 끊기로! 회사 다닐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술이 고플 때가 많았는데, 여기에선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어 굳이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금주 노선은 순항을 했으나, 점차 부모님이 놀러 오시고, 친구들이 놀러 오고 하면서 술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우리의 계획은 '손님이 올 때만 빼고'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마시다 보니 또 조금조금씩 마시게 되었지만, 어느 정도는 서로 '우리 최근에 좀 자주 마셨잖아'하면서 자제하자고 권하는 수준이 됐다.
술을 끊는데 도움을 준 일등공신도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곳이 배달앱이 가능하지 않은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처음에 이사 와서 배달앱을 켰는데 '텅~'이라는 글자 아래에 '배달 가능한 음식점이 없습니다'라는 공지가 떴었다.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술안주를 손쉽게 먹을 수 없으니 술도 딱히 먹고 싶지 않았다. 가끔 술을 먹을 땐 마라소스를 사서 마라샹궈를 해 먹거나 직접 오꼬노미야끼를 해 먹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육지에서 백순대키트나 소곱창을 주문해서 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많진 않았고, 또 제주산 무나 당근, 고사리 등 현지에서 나는 음식을 더 많이 먹었기에 저절로 살이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아니 건강해진 게 아닌가 싶다. 여러분, 살 빼려면 제주로 오세요!
*비교 사진. 왼쪽은 제주 오기 전 2023년 여름. 오른쪽은 제주 와서 2024년 여름. 일 년 사이 살에 묻혀 있던 이목구비가 조금 더 살아난 느낌적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