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억새를 보러 가야 한다. 가을철 제주 곳곳에 있는 오름에도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는 경우가 많지만 좀 더 가는 길이 정리돼 있고, 인증사진용 억새밭을 보고 싶다면 산굼부리가 제격이다. 특히 무장애길이라서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갈 수 있다. 휠체어도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산굼부리는 해발 400m 고지에 있는 기생화산의 분화구다. 한라산 백록담보다도 더 깊고 더 넓다고 한다. 하루 5번씩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이 되니 시간이 맞는다면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변 코스로 구상나무 숲길도 있는데 이곳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가긴 조금 어렵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종으로, 침엽수의 뾰족뾰족한 잎이 크리스나무 트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 숲길을 걸을 때면 나무의 시원하면서도 그윽한 향이 난다.
억새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숲길 등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입장료를 조금 받긴 하지만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길도 넓고 깨끗하고 잘 관리가 돼 있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다. 하나 아쉬운 것은 너무 좋은 산책길이 조성돼 있는 반면, 반려견 동반이 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가을에는 메밀꽃도 볼만하다. 우리가 제주 일 년 살기를 한 조천읍 와산리 근처, 와흘리에 메밀꽃이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봄, 가을에 조천 와흘메밀마을 축제를 진행한다. 축제는 무료로 열리며, 각종 먹거리나 메밀베개 등도 판매하고 있다. 메밀밭 중간에 긴 전통 그네가 놓여 있는데 이곳의 인기의 포토존이다. 배경에 하얀 메밀밭이 펼쳐져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넓거나 널리 알려진 큰 축제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덜 붐벼서 고즈넉하게 한 바퀴 둘러보기 좋다.
제주 메밀꽃이 유명한 곳은 또 있다. 바로 가파도다. 봄에는 청보리 물결이, 가을에는 메밀꽃이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가파도에 갔다가 아름다운 메밀꽃밭을 보고 왔다.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하얀 메밀꽃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곳이다. 가파도에 간다면 자전거를 빌려 시원한 바람을 가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오른편으로는 바다를, 왼편으로는 메밀꽃이나 청보리가 보여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