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가을
제주 와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더 많이 누린 것이 있다. 바로, 문화생활이다.
제주로 오기 전 우리는 막연히 제주도에선 자연과 많이 벗하며 지내고, 당분간 문화생활은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수도권에 살 때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보고 느끼고 돌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사랑회원으로 등록을 해놓으면 카카오톡 알림으로 다양한 문화행사 알림이 오는데 정말 유용하다.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하는 문화사랑회원 등록도 무료다. 티켓가격(거의 무료 거나 1만 원대)도 합리적인데 여기에 회원 할인(30%)까지 받을 수 있다.
제주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양방언 토크콘서트였다. 그가 재일교포이자 세계적인 아티스트라는 것, 또 그의 곡으로는 <프린스 오브 제주>, <프런티어>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지난 2013년 대통령 취임식 음악을 작곡한 데다 평창동계올림픽 음악감독도 하고, 교과서까지 실렸다는 것은 그날 알았다. 또 이날 들은 <해녀의 노래>를 듣다가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가 제주도 출신이었던 돌아가신 아버지 얘길 많이 했는데, 아버님이 좋아하셨다고 하던 자리물회의 맛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어 11월 15일에 갔던 제주문학관에서 열린 최진영 소설가 북토크도 너무나 유익했다. 덕분에 <구의 증명>, <단 한 사람>을 읽고 북토크에 빠져들 수 있었다. 최진영 작가는 조용조용하면서도 다정한 성품인 데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매력 있었다. 글도 그를 닮아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는 글을 쓰러 제주에 내려온 지 2년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에도 도내 독립서점 등에서 최진영 작가의 북콘서트 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5월 용연계곡에서 열린 '2024 용연음악회'도 좋았다. 예전 이름이 '용연선상음악회'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주로 공연이 전통 배인 '테우' 위에서 열린다. 화려한 조명과 오케스트라 선율, 전통음악 연주 등을 들으며 밤의 낭만에 빠져들 수 있다. 저녁 공기가 선선한 5월이라서 자리를 잡지 못한 우리는 근처 문 닫은 가게 앞 계단에 앉아서 보고 들었지만, 그 자체로도 참 낭만적이었다.
또 같은 달 여행스케치의 노래를 바로 코앞에서 듣기도 했다.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2024 문화광장콘서트'에서였다. 노래뿐만 아니라 가수분들의 위트가 넘쳐서 관람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여행스케치 말고도 도립무용단의 무용공연, 크로스오버 듀오 멘도롱블랑 등의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지난 7월에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인 '시대유감'의 연계 콘서트 '시대음미'도 갔었다. 해당 컬렉션을 시대별로 나눠서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좋았다. 해금 연주자 차영수 씨가 통기타 가수인 남편 조용현 씨와 함께 들려준 연주의 경우, 해금과 기타의 선율이 이렇게 잘 어우러지는지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또 가수 장혜진과 주낸드, 소프라노 강혜명 등이 나와서 귀호강을 했다. 장혜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12월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됐던 '자청비이야기', 제주아트센터에서 본 가족음악극 '선물' 등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은 공연도 많아서 아이와 함께 지난 1년간 공연 관람을 정말 많이 했다. 부모와 공연을 보면서 함께 웃고 즐겼던 시간을 아이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기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