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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콩을 볶는 일, 로스팅

기다림을 통해 얻는 결과가 꼭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일

by Serene Choi


커피 생산국, 산지에서 재배되어

가공을 통해 수확된 커피가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이후에

회사 또는 로스터리 카페가

‘생두’를 구매하여 본인들의 지향점을 담아낸

하나의 또는 여러 가지의 커피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개인적으로


로스터의 직무이자, 커피를 하면서

가장 공들여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를 볶는 일인 로스팅은

생산자의 생각과 의도를 느끼고,

해석하여 우리의 방식을

소비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한

방향성을 잡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이 결과물의 완성은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소비자분들께 닿는 일까지가

하나의 과정이다.


이 흐름을 정리하면,

생산 - 가공 - 판매

이렇게 큰 틀 안에서 세부적인 일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로스터로써 항상 근무하며 가진 마음은

생산국에서 만든 콩에 대해서 판단하고

이해를 하며 어떻게 볶아야 좋을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은 로스팅된 원두가

어떤 추출로 이어지면 좋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게 되니까 컵으로 담아졌을 때

어떤 정보를 드리면 좋을지도

생각을 하면서 항상 작업을 했던 거 같다.

이 부분에 있어서

스승님과 전 회사 대표님께

기회를 주시고

스스로 쌓여가는 자아를 잡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눈앞에 마주한 콩은 매년 먹어보지 않으면

익숙하지 않기에 항상 첫 만남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처음 파악하면서 어려움도 겪고

익숙한 커피라면 보다 편히 갈 때도 있다.

다만 익숙하다고 기존의 경험이나 느낌을 믿었다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경험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최근엔 기존의 경험을 가지고

다시 마주한 생두에 대해서 처음부터 알아간다.


그렇게 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결과물을 보고

이게 제품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구성으로 볼 때, 조화가 괜찮은지도 보고 있다.


그래서 로스터는

회사 또는 카페에서도

중심에 있는 파트라고 생각을 한다.

우위를 점하는 그런 부분이 아니라,

생두를 판매한 산지의 농장과

구매를 한 결정권자,

그리고

이 커피를 세밀하게 추출할 바리스타와

그 결과물을 마시게 될 소비자분들에게

책임을 가지는 파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처음 시작한 이후로 항상 생각했다.

“원재료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

그 꿈을 이루고 여전히 올려진 책임감과

같이 공존하는 긴장감, 즐거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삶을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지금의 시기가 오기까지 커피를 수없이도 마시고

최근엔 볶은 콩의 수치가 톤단위를 넘어섰으며,

그만큼 매일매일 맛을 보며 판단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더욱 의문을 가지려 한다.

과연 잘 만들고 있는지, 지금 이 판단이 옳은지,

내가 평가한 결과가 누군가에겐 옳게 느껴지는지,

다소 부담인 일들이 즐거워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뜻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나아가는 것이 나은 거라 느끼는 건,

로스팅을 배우며 내가 못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배우려고 했던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오고 가는 감정은 좋기도 나쁘기도

시간마다 또는 상황마다 변화의 폭은 있다.

그건 로스팅을 할 때 한 배 치와 비슷하다.

처음 불을 켜고 넣어서 예열이 되고 돌렸을 때

나온 결과물과 그다음 연속적으로 넣을 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결국 상황마다 달라지는 감정과

기분에 변화를 느끼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쪽감정에 치우친다면 결과는 어떨까?


좋은 쪽, 나쁜 쪽 결국은 치우치지 않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나은 균형을 주지 않을까?


근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로스팅을 하는데 콩의 온도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들이 요동치는 느낌을 받는다.

이 기분에도 놓지 않는 것은 분명하게 있는데,

흔들려도 마음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라는

아주 사소하고 지키려고 하는 마음인 거 같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시작이 좋았더라도,

또는 시작이 좋지 않았더라도

분명히 어느 구간에서는 반등하고

개선되어서 좋은 결과물의 콩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그 구간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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