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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의 시간- 16. 비행기 속에서의 상념

 몇몇 의사들한테 비행기는 은근히 두려움을 주는 공간이다. 길가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119를 부르면 된다. 공항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공항을 담당하는 의사가 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사람이 쓰러진다면? 하물며 그 비행기 안에 있는 유일한 의사가 나라면? 물론 비행기 안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응급환자를 대면할 일이 거의 없는 많은 의사 선생님들에게 해본 적이 없는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은 은근히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이비인후과에 가면 이런 두려움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이비인후과는 코, 귀, 구강, 목 쪽의 질환을 전문적으로 보는 과이기에 그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상세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비인후과 환자들이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매우 드물기에 응급환자를 볼 일은 별로 없다.     


 갑자기 예전에 내과 교수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당시에 내과 교수님 세 분이서 학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학회 마지막 날이어서 술을 엄청 마시고 잠도 못 잔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게 비몽사몽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혹시 의사 분 계신가요? 있으시면 나와 주세요.”     

 이 요청을 듣고 세분의 교수님은 반사적으로 튀어 나가셨다고 한다.     

 '아 내가 잠도 못 자고 술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닌데 괜찮을까?'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역시나 그 세분 말고는 나오는 분이 없었다고 한다.     

 응급한 환자였기에 지체할 시간은 없었고 세분의 교수님은 바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사람 살리는 방법’이 몸에 각인되어 있어서 필요한 응급처치를 다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응급조치를 제 때 한 덕분에 환자분은 병원에 갈 때까지의 시간을 벌 수 있었고 나중에 교수님들이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다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러 찾아왔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을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속에서는 그 말씀을 해주시면서 뿌듯해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문득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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