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뎌낸 사람들은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
메리 카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일기를 솔직하게 쓰려면 나만 보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기장의 그 어떤 이야기도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일상이란 독특한 토양 깊숙이 뿌리내린 일기는 때로 자신만의 향기를 가진 꽃 같은 글을 피워내기도 합니다. 그중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길 가던 사람들도 멈춰 서서 음미할 정도로 탁월하면서도 특이한 향이 밴 글꽃도 있습니다. 잘 다듬어서 세상에 내보내야 할 글입니다.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그런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일기를 쓰는 모두에게 보장되는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진정성과 차별성을 갖춘 글감을 찾기 좋은 밭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점에 '일기를 에세이로'란 이름의 책들이 꽤 보이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합니다.
나만의 향기를 내뿜기 위해서 화려한 수식어를 일기에 쓰려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내가 평소에 말하는 그대로 쓰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글쓰기입니다.
누구에게 있어서나 생활처럼 절실한 것은 없다. 절실한 생활이니까 생활에서 얻는 감상은 모두 절실하다. 공연히 꾸밀 필요가 없다. 돌을 다듬으면 오히려 돌의 무게가 없어 보이듯, 워낙 자체가 절실한 것을 수식하다가는 도리어 절실미(切實味)를 죽인다. 문득 깨닫고 느껴짐을 솔직히만 적을 것이다.
이태준
<문장강화>
'이제부터 제대로 글을 써야지'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쏟아놓는 것입니다. 거기에 이태준 작가님이 말하는 '절실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레거시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유튜브 영상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런 일상미, 절실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유튜버들의 말과 행동이 과거 방송보다 더 진정성 있게, 진솔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기는 그보다 더 진솔한 것들을 담을 수 있습니다. 어디 다른 곳에 내놓기 힘든 것들 마저도요. 그러니 비록 내 이야기지만 다시 읽을 때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만큼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글을 어디에서 접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내가 진솔하게 썼다면 말입니다.
절실미가 스며든 일기들 중에서는 대중 또는 지인에게 공개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글꽃'이 피어나는 순간입니다. 유튜버들이 자신들을 솔직하게 내보일 때, 그것은 마치 마음과 기억 속에 기록된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일기를 꺼내놓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가 보기 때문에 일기보다는 상당히 다듬었겠지만요.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어디 내놓을만한 글을 건져 올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제는 진솔하게 쓰는 것이어야 하겠습니다. 나중에 어디 공개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기를 쓰면 진실이 쓰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결코 보여주지 않을 것이란 마음을 유지해야 절실미가 스며든 글들이 나올 것입니다. 한마디로 일기는 일기로 남겨둬야 합니다.
꼭 글로서 대중에게 공개될 만한 것만 건져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의 주위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소중한 마음, 위로, 칭찬 등도 때로 낚아챌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 나도 잊고 살던 그것들을 되찾아 지인들에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고 쓰는 일기만이 유용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언제나 배척해야 할 악은 아닙니다. 보통 우리네 삶은 혼자 있는 시간과 다른 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순환됩니다. 말하자면 인생은 고독과 만남의 순환입니다.
이처럼 나만의 솔직한 시선을 유지하는 것과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순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기만의 방을 나서야 더 다양한 타인의 시선을 느끼며 나의 시야를 점검하고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수많은 시선들로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뭉개져버린 나만의 시야는 자기만의 방에 돌아와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시선을 받는 글도 써보고 시선에 관계없는 일기도 써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나 자신과 주위사람들에게 또는 어쩌면 세상에게 내놓을 좋은 글꽃이 여러분 일기의 밭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기를 바라봅니다.
(내면생활이 담긴 일기는) 제삼자도 읽을 맛이 있다. 맛만이 아니라 이 일기의 주인과 함께 수양됨이 있다. 내면생활의 기록은 훌륭히 문학에 접근할 뿐 아니라 내면생활이 풍부한 사상가나 예술가들은 일기가 그들의 작품만 못하지 않게 예술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태준
<문장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