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하며 둔탁하고 불쾌한 소리가 얕게 울려 퍼졌다.
시멘트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 사이로 커다란 물체가 떨어졌다. 늦은 밤이기 때문인지 정확하게 무엇인지 인지하기 어려웠다. 단지 내 곳곳에 있는 가로등들 덕분에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지만, 떨어진 물체는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빈틈을 교묘하게 노린 것 같았다. 사각지대에 절묘하게, 다소 어두운 그곳에 자리 잡았다.
빛은 분명 존재했으나, 어둠이 주변을 완벽히 장악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어둠의 장악을 허락하지 않은 듯한 곳곳의 빛은 고군분투 중이었다. 빛으로 세상이 밝혀지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 시간이 너무도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세상이 어둠에 잠식되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들릴법한 소리들까지 어둠이 차지하는지, 적막만이 있을 뿐이었다. 적막은 습기를 약간 머금고 있는 듯했다. 어쩐지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따금 다른 소리들이 흘러나와도 결국 어둠이 삼켜버렸다.
그 때문인지 둔탁하고 불쾌했던 그 소리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듯 주변은 완전하게 침묵으로 뒤덮이며,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단지 곳곳을 비추고 있을 CCTV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을지도 몰랐으나 그 시간은 홀로 독립을 인정받은 듯했다.
작은 화면으로 바라보면 무엇인가 놓여있다고 판단될 수밖에 없는, 밤이 만들어낸 어둠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그 물체가 조금씩 형체를 잡아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그곳에 떨어진 그것은 그렇게 홀로 뒹굴고 있었다.
그것은 주변에 불규칙적으로 어떤 액체를 퍼뜨려 놓았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무엇인가를 기점으로 조금은 점도가 있어 보이는 검붉은 액체가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빛이 닿는 방향까지 영역을 넓힌 그것은 붉은색이라기에는 탁했고, 주변의 어둠 때문인지 거의 검은색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분명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을,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있었을 바닥들은 그 액체들로 점차 물들고 있었다. 각각의 조각들이 연결되는 사이사이로 흘러내렸고,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충분히 걸을 수 있을 바닥을 기점으로 양쪽으로 만들어진 화단 역시 그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곳곳에 액체가 튀어 있었으며, 그 사이에 놓여 있는 그것은 자신의 사명을 다한 듯, 그 상황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무심하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짐으로써 그것은 제대로 된 형태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분명 이전에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차갑게 식어버렸고, 원래 갖고 있었을 온기는 이미 완전히 빠져나간 상태였다.
바닥에 온전하게 누워있기보다는, 이곳저곳이 뒤틀려 있었고, 팔은 등 뒤로, 다리는 불규칙한 형태로 놓여있었다. 머리 부근은 무게 때문에 먼저 떨어져서인지 형상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규칙을 무시한 몸통과 팔다리의 모습은 다행스럽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처참하게 짓이겨지고, 박살이 나 버린 머리는 이제 제대로 된 머리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입 부근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췄지만 그 외의 나머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잊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저 이곳저곳에서 나온 무엇인가와 뒤섞여 어지러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처참함이 한껏 느껴지는 그 상황에서도 주변의 공기는 여전히 어떠한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얼핏 비릿함이 느껴지기도 했겠지만, 그것을 제대로 인지할 존재는 없었고, 그저 아무도 찾지 않을, 완전한 적막 속에 놓여있을 뿐이었다.
시체라고 불러야 당연한 그것은, 그 사람이었던 것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물론 이제는 흐르고 튀어버린 액체에 물들어 더럽혀져 있었지만, 분명 학생이라는 신분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더없이 쓸쓸하고, 외로울 그것은 화단 위에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나무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나무들은 나뭇잎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앙상한 형태의 것들 뿐이었다.
제대로 된 관리를 아직 받지 못한, 어쩌면 발가벗은 것 같은 느낌의 그것들은 그로 인해 불규칙적인 패턴이 들어간 장신구를 걸치게 됐다. 그와 가까이에 있던 나무는 그 패턴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특별한 관심과 혜택을 받은듯한 나무들은 미관상 보기 좋을 수 있다는 이유로 심어진지 얼마 안 된 것들이었다. 조금 더 관리를 받았다면, 제대로 잎을 피웠더라면, 어쩌면 그가 중력의 힘으로 바닥에 다가가는 순간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가지 하나하나가 너무나 앙상했다.
물론 그것이 최종적으로 위치해 있는 곳으로 추정해 보자면, 무성하게 자라나지 않는 이상 영향을 줄 만큼의 반경까지 나아가지 못할게 뻔했다. 미관이 중요할 뿐인 단지 내에서 숲 속에서 자라나는 울창한 모습을 보여줄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밤은 더 깊어져갔고, 지나다니는 이 하나 없는 그 밤, 적막만이 남아있는 그 밤에 홀로 놓인 그를 주변의 앙상한 나무들이 겨우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서였을까. 입 부근만 형태를 갖고 있는 그것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충격으로 사방으로 튀었을 액체에 이곳저곳 흔적을 품고 있었지만, 분명하게 웃고 있었다. 눈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쉽게 진심으로 웃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입은 분명하게 행복한 감정으로 웃고 있었다.
입술은 한없이 올라가 있었고, 진짜 행복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 마치 행복한 꿈을 꾸다가, 뜻하지 않게 중력의 영향을 받아 그곳에 도달한 것 같았다. 이곳저곳 뒤틀린 몸이 행복의 감정을 담아낼 순 없었지만, 그것만은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밤은 더없이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