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 Dec 02. 2023

우리 함께 그냥 할까요?

그냥 하자 그냥!

한 번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러닝을 한다면 러닝화, 러닝복, 모자 등 뛰기 전에 

모든 것이 세팅이 되어야만 했던 사람입니다. 

어떤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노보드를 타야 하면 실력은 꽝이지만 보드복과 

장비는 최상으로 준비를 했던 사람입니다. 

보통 저도 그랬습니다 만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매달 1일, 또는 매년 초에 시작을 합니다. 

그랬던 사람이 장비나 옷에 상관없이 그냥 집에 있는 

옷으로 뛰어보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 잠이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뛰는 것보다 어떻게 잠을 이겨낼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알람이 울리면 그냥 끄고 다시 잠이 듭니다. 

다음날은 휴대폰을 침대 옆에 두었습니다. 알

람이 울리니 역시나 그냥 끄고 다시 잠이 듭니다. 

다음날은 휴대폰을 식탁에 올려놓고 잠을 잡니다. 

식탁까지 와서 끄고 잠이 드는데 어제보다는 바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은 거실 끝에 휴대폰을 두고 잤습니다. 

일어나서 알람을 끄지만 졸립니다. 

그래서 알람을 끄자마자 방이 아닌 화장실로 가서 양치를 합니다. 

기가 막히게 잠이 깹니다. 


난 일어나면 양치를 해야 잠이 깨는구나.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휴대폰을 거실 화장실에 놓고 잠을 잡니다. 

이렇게 나에게 맞게 하나씩 세팅을 합니다. 잠은 이제 세팅이 되었습니다.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서 뛰어야지 하고 잠이 들었는데 무엇을 입지? 

무엇을 신지? 모자는 무엇을 써야 하나? 밖에는 추울까? 

뛰다가 더우면 어떡하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민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고민을 없애기 위해서는 새벽에 딱 일어나자마자 

나갈 수 있도록 세팅을 하였습니다. 우선 휴대폰은 침대 옆이 아니라 거실에 둡니다. 

알람을 맞출 때 소리는 가장 크게 해 놓습니다. 


휴대폰 옆에 내일 아침에 뛸 옷, 양말, 모자를 가지런히 준비하고 잠을 잡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립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휴대폰 알람을 해제합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가려고 하는데 옆에 준비한 옷, 양말, 모자가 보입니다. 

어제 그렇게 준비하고 잤는데 설마 자러 들어가는 거 아니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그럼 또 악마가 옆에서 속삭입니다. 

오늘 밖에 춥다는 데 뛸 거야? 그러다가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냥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계속 말을 겁니다. 

그래도 어제 다 준비하고 잤으니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갑니다. 


추운 겨울 12월 28일입니다. 

운동하기로 스스로 약속한 날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곧 1월 1일이니까 그때부터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무작정 그냥 시작하는 겁니다. 

시작하기로 한 날 밖으로 나갑니다. 

일어나서 밖으로 내려오기까지 너무 많은 허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들게 밖으로 나왔는데... 진짜 하늘도 무심하시지 눈이 내립니다. 

그렇게 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나왔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잠시 고민을 합니다. 눈까지 오는데 내일부터 뛸까? 

근데 지금까지 많은 허들을 넘어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눈을 맞으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오지만 뛰는 나 자신을 칭찬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뛰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30분을 뛰니 그 시간도 아까워 내일부터는 

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뛰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올라갑니다. 

뛰다 보니 손이 시려서 내일은 장갑을 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우선 이렇게 뛰면서 하나씩 하면 됩니다. 


너무 두꺼운 점퍼를 입고 뛰었는데 더우면 내일은 더 얇은 점퍼를 입고 

나오면 되는 것이고 뛰면서 발이 너무 시리면 더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조건으로 운동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나에게 맞는 걸로 바꿔 가면서 맞추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 이주 한 달 두 달 뛰었습니다. 

나 자신과 합리화하지 말자고 약속하면서 핑계 대지 않고 뛰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기가 닥쳐옵니다. 

다름 아닌 날씨가 올해 들어 가장 춥다고 하는 영하 17도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고민이 됐습니다. 

내일 걱정을 오늘 하는 건 아니니 우선 자고 일어나서 나가보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일어나서 밖을 나가는데 우와 추운 정도가 아니라 얼어 죽을 것 같습니다. 


악마의 속삭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따라 악마는 더 큰 소리로 저에게 말을 합니다. 

원래 악마가 이야기하면 천사도 나와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악마가 스무 마디를 하면 천사가 한 마디를 합니다. 

근데 그 한 마디가 강력했습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오늘 영하 17도야 혹시 용기 내서 뛴다면 레벨 업이야. 

이날부터 추운 날이 힘든 날이 얼마나 더 있겠어?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이 저에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뛰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땅은 얼어붙어있고 미끄럽지만 조심하면서 결국 40분을 뛰었습니다. 

정말 레벨업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작은 성취로 시작하니 하루가 즐겁습니다. 

매일 나에게 해주는 칭찬과 성취는 점점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존감 역시도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주위에 운동하는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영하 17도에 뛰어 봤어요?라고 물어보면 뛰어 본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하나씩 저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일어나기 힘들면 어떻게든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운동하기 힘들지만 어떻게든 운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각각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어떤 사람은 일어나는 것은 잘하지만 밖에 까지 나가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밖에 나가는 건 쉽지만 일어나는 게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일어나는 것도 어렵고, 밖에 나가는 것도 어렵고, 

옷도 다 골라야 하는 최악의 조건이었습니다. 

이 많은 과정을 거쳐서 해냈으니 된 것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씀드린 것 아닙니다. 

알람 20개까지 맞춰도 봤습니다. 20개를 다 끄고 자는 저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했으니 저보다 어려운 상황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있다면 같이 헤쳐 나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함께 하면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 김연아 님의 영상하나를 봤습니다. 

김연아 님께 물어봅니다.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 하세요? 답은 이렇습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을 합니다. 

김연아 님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저희 같은 평민은 

그냥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마음먹었으면 다음 달 1일이 아닌 바로 내일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할 수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이전 06화 한 달이 30일인데 15대 판매 못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