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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 Feb 21. 2024

고삐가 풀리는 순간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1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두 가지 사업하면서 

하나의 사업을 넘기기까지 혼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아픈 것도 용납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나 자신에게 

혹독하게 하였습니다. 

목표를 달성 한 다음 하나의 사업을 정리하였습니다. 

몸도 너무 힘이 들고 죽을 뻔했던 일을 경험하고 나니 

계속 일하는 게 무섭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내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접는 게 나을 거라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새벽 5시부터 일정을 시작해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했으니 조금 쉬면서 몸도 다시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 검진도 하고 쉼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만 힘든 게 아내도 함께 힘들었습니다. 

새벽 5시에 나가는 저를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일을 하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도시락을 싸주면 

저는 이동할 때 먹으면서 운전을 하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일하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코로나입니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혹시 내가 코로나를 걸리기라도 하면 

누가 대신해서 일을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다들 코로나에 걸리고 격리를 하는데 거의 마지막까지 

걸리지 않았습니다. 

천만다행인 건 일을 마치는 그날까지 코로나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정말 신기합니다. 


10월에 사업을 넘기고 11월 한 달 동안 인수인계를 끝내고 

12월부터는 쉬려고 했는데 그동안 잡고 있었던 

고삐가 풀린 것인지 12월 7일 딱 1주일 만에 

그렇게 안 걸리던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코로나만 온 게 아니라 독감, 장염까지 한꺼번에 왔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아침마다 아프면 안 된다. 

아프면 안 된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출근해서 일했는데 이제 쉬어도 된다.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주위에는 벌써 다 걸린 사람들만 있었기에 어떤지 물어보니 

쉽게 넘어간 사람, 힘들게 보낸 사람 다 각기 달랐습니다. 

저는 진짜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쉬라는 메시지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쉬는 게 아니었습니다. 

밤새 아파서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시간도 안 가고 격리 기간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 집에서 하루 종일 tv를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전 tv는 잘 보지 않으니 

1주일 동안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예방접종도 충실하게 잘했는데 코로나가 너무 심하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책은커녕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아플 수가 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이거보다 더 심해지면 진짜 죽을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주일을 격리하고 자가 격리 기간은 끝났지만 

여전히 몸은 심하게 아팠습니다. 

병원을 가서 수액을 맞고 몸에 좋은 걸 먹어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아주 조금씩 회복을 하면서 3주 정도가 되니 괜찮아졌습니다. 


정말 바쁘게 살았으니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도 만나고 

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의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멍하니 있다가 점심을 보내고 

또 멍하니 있다가 저녁을 보내면 또 잠을 잡니다. 

뭔가를 항상 의욕적으로 했던 저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사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번 아웃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자존감도 떨어져 있고, 무기력하고,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듯 고립감까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너무 일에만 몰입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쉼을 선택했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이유 없이 눈물도 흐르고 기분이 업이 되지도 않고 

계속 감정이 바닥에 깔려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지금 기분을 이야기를 하니 병원을 가볼까도 생각했습니다. 

우울증, 번 아웃 증후군 등이 의심이 들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거기에서 에너지를 받는 스타일인데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집에만 있었습니다. 


아내도 저를 심하게 걱정했습니다. 

연예를 하면서부터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내도 저에게 다른 것 말고 운동을 좋아하니 운동을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떤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해볼까? 살짝 이런 느낌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내고 있다가 연말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렇게 

연말을 보내고 내년을 시작하는 건 안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시 마음가짐이 바뀌면 행동은 그대로 따라오게 되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날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무작정 나갔습니다. 그리고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뛰는 시간도 아까워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 북을 듣거나 방송을 들었을 텐데 

이번에는 달리기에만 집중하였습니다.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디서부터 힘이 들었는지? 어떻게 이런 감정이 들었는지? 

어디가 시작인지? 사실 알 수는 없었지만 뛰면서 힘들면 걸으면서 

계속 대화를 하였습니다. 


돈이 많이 벌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돈은 기존보다는 

많이 가졌지만 나의 감정과 몸을 더 혹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동안의 고생한 나를 위로해 주는 대화를 계속했습니다. 

첫날에만 2시간가량 걷고 뛰며 이야기하니 

기존보다 확실히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만에 모든 게 좋아질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날도, 다 다음날도 계속 운동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한 달 동안 계속 그렇게 하고 나니 몸은 점점 회복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내 몸에게 사과를 하면서 다시는 함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도 하였습니다. 


나의 몸은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하는데 다른 것만 쳐다보고 

신경 쓰지 않았던 저의 잘못입니다. 

한 달 동안 운동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많은 걸 또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책에서 본 내용 같은데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라는 말을 봤을 때 

뭐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설마 진짜 그럴까?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라는 

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런 말 때문에 회사 다닐 때 선배님들이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했던 말들도 왜 그런가 했더니 이런 이유였나 봅니다. 

절대 몸과 마음을 함부로 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어떤 일이든 배움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아픈 와중에서도 배움을 이어나가는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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