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리테일 Dec 06. 2023

커피였고 맥심이었던
고양이에 관하여

-새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속 이야기나 비하인드를 연재합니다.




< 커피였고 맥심이었던 고양이에 관하여 >


“여보! 이리 나와봐요! 얼른!”



아내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남편은 무슨 큰일이 났나 싶어 2층에서 급하게 내려왔다. 마당에 나가보니 아내는 양손에 새끼 고양이 하나를 받쳐 들고 어쩔 줄 몰라했다.



“이게 뭐예요?”


“마당에 나와봤더니 어미도 없고, 현관 앞에 있지 뭐예요”


얼핏 봐도 태어난 지 얼마 안되보이는 핏덩이 같은 녀석이 죽은 듯 조용하게 있었다.



“얘… 죽은 거 아니에요?”


“모르겠어요”



아내는 그제야 밖이 아직 쌀쌀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선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왔다.남편은 화장실로 달려가 수건을 하나 들고 왔고 아내는 새끼 고양이의 입가에 손을 대 보았다.


“숨 쉬어요?”


“살아있는 것도 같은데….”




너무 조그마해서 어찌할지 모르는 아내는 남편이 가져온 수건으로 새끼 고양이를 감쌌다.

그리고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 수건 하나를 더 꺼내들고 따스한 물에 적셨다.




“여보, 죽은 거 … 같은데요”


“잠깐만요..”


아내는 새끼 고양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주면서 마사지를 해줬다.


“여보, 수건 좀 다시..”



남편은 아내의 말대로 부엌으로 가서 새 수건을 적셔서 가져오고 아내는 새끼 고양이의 몸을 쓸어내려주고 덥혀주기를 반복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죽은 듯 움직이지 않던 새끼 고양이가 파르르 떨더니  

작게 소리를 내었다.


“살았네!”


“살았네 살았어”


-


남편은 두꺼운 안경을 꺼내 들고 컴퓨터를 켰다..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자판을 찡그린 눈으로 손가락을 펴서 한 자, 한 자.쳐 내려갔다


탁.. 탁.. 탁


“새.. 끼.. 고. 양이 밥 주는 법”



화면 아래로 주르륵 뜨는 글자들을 보며 수첩을 펼치고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 갔다.

그리고는 코트를 집어 들고 밖으로 향했다.


“여보,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새끼 고양이들이 먹는 분유가 따로 있다네요”


-


부부는 3년 전에 양평의 작은 산 아래 집을 지었다..

아이들은 나이 들어 시골에 가시면 더 불편하다고 말렸지만 부부는 서울의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는 해가 금방 지고 인적이 없는 깊은 밤이 너무 적막해서 무섭다고 하기도 했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까만밤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지워나갔다.노년에 찾은 외곽의 삶은 꽤 근사했다..그리고 3년이 되던 날, 이 작은 고양이가 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고양이는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작은 주사기에 담긴 분유를 쪽쪽 잘도 먹었다.

마치 누가 뺏기라도 할 것 처럼 그 작은 양발로 꽉 끌어 안은 채 말이다.

부부는 한동안 고양이를 “양평”이라고 불렀다.


“양평이는 좀 촌스럽지 않아요?”


“그럼 뭐라고 부르지요? 나비? 노랑이?”


“에휴 당신은 너무 상상력이 없어요”


“동물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하면 오래 산대요”


“그래요?”


마침 커피를 마시고 있던 아내는  


“커피 어때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그럼 나는 맥심이라고 불러야겠네요”


두 사람은 한껏 밥을 먹고 배가 빵빵해진 채로 잠든 고양이를 보면서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다음날, 남편은 집 대문에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문을 하나 만들었다.


——


저는 이름이 두 개예요.

엄마는 저를 커피라고 부르고  

아빠는 저를 맥심이라고 불러요.

저는 하루 종일 놀고 싶은데

엄마랑 아빠는 저랑 잘 안 놀아줘요.

의자에 앉아서 그냥 웃기만 하고요.

가끔 아빠가 너무 조용히 소파에만 있으면 저는 심통이 나곤 해요.

낚시놀이도 하고 사냥놀이도 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어제는 아빠가 어디서 목걸이를 하나 사 가지고 왔는데 너무 촌스런 핑크색이라 좀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두 분이 너무 좋아하시길래 제가 참고 그냥 목에 차 줬어요.

아무튼 엄마랑 아빠는 제 달리기 실력에 한참 모자라서 같이 놀기 힘들지만 뭐 괜찮아요.

우리 집 마당에는 벌레도 많고 새들도 많아서 신나게 놀 거리들이 많으니까요.

아! 엄마가 밥 주는 소리예요. 얼른 가서 야무지게 먹고 또 놀아야지.



-


어제부터 엄마랑 아빠가 집에 없어요.

어디 가셨나 본데 , 항상 오실 때 맛있는 거 많이 사 가지고 오시니까..헤헤 신난다.


-


왜 안 오시지?


-


밥이 다 떨어졌어요

엄마랑 아빠가…. 안 오세요.

밥이 없는데….

배고픈데…. 아!! 엄마랑 아빠가 밥 두는 곳을 제가 알아요.


-


이제 밥도 정말 다 떨어졌어요.

엄마아빠 어디 갔어요?


————



아침부터 집 앞으로 트럭 몇 대가 들어왔다.

먼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온 여자와 남자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시 흐느꼈다.

뒤이어 들어온 사람들이 분주히 짐 정리를 하고,거실을 둘러보던 여자는,


“오빠, 엄마아빠 고양이 키웠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봐 봐. 이거 고양이 사료 봉지 아니야”


“그러네. 길고양이들 밥 주셨나? 아무도 없으니까 집에 들어와서 뜯어먹었나 본데..”


-


아침부터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왔다 갔어요.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가지고 나갔어요.

저는 무서워서 엄마랑 아빠만 아는 비밀장소에 숨어있었어요.

엄마아빠는….오지 않았어요. 되게 멀리 가셨나 봐요.

저는 어떡하죠?

배가 고픈데….


-


아! 생각났어요!

언젠가 아빠 무릎 위에서 잘 때 들었던 얘기.


“여보 우리 없으면 얘는 어떻게 해요?”


“맥심이는 순하고 씩씩해서 어디 가서도 굶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왜 없어요. 맥심이랑 오래오래 살아야지”


“커피야. 혹시 엄마아빠 어디 가서 안 오면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알았지”



엄마가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어요.

엄마아빠가 안 오면…. 그냥 집에 있지 말라고 ….

엄마가 얘기했었어요.

엄마아빠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


밤은 어둡고 무서워요.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마당에서 제일 힘센 고양이였으니까요.

어디선가 엄마아빠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저 작은 산만 넘어가면 될 것 같아요.

저기 불빛 아래 빨간 벽돌, 저기서 나는 냄새가 엄마아빠 냄새랑 비슷해요.

저기 계신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II6NkdMm3og

———


아직 쌀쌀하던 3월의 봄 밤,

곧 영업이 끝나는,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양평의 큰 카페 입구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들 사이를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헤매고 있었다.


“자기야 얘 왜 이렇게 우리 따라와?”


“근처에서 키우는 앤가? 목걸이도 있는데”


“큰일이네.어떡하냐? 야 인마. 너 집 어디야?”


온몸이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애옹애옹 거리며 두 사람을 계속 졸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7j_1kUL8GQ


-

새 책이 나왔습니다.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894424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280618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009262&start=slay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