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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Jul 17. 2019

조직 구성과 변화 방향,
맞게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조직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에서 강의, 워크샵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진척도를 매겨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1단계 (15%)  

변화에 대해 무감각합니다.  어려운 시기이니 (기존 방식으로) 더 열심히 하자고 외치는 리더들이 있습니다. 방향은 잘못되었는데 속도는 더 빨라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게 됩니다.  


2단계 (25%)

변화의 필요성은 느낍니다. 그러나 리더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며 구성원들에게 혁신하라, 창의적이 되라는 요구를 합니다. 그 결과 겉으로는 뭔가 슬로건이 붙어있고 독려를 하지만 구성원들은 부담과 피로감만 느낄 뿐 변화되지는 않습니다. 

변화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더 커져서 나중에는 어떤 변화도 거부하게 됩니다. 


3단계 (30%) 

리더도 변화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진솔하게 소통하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애씁니다.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노력하지만 단편적인 시도의 집합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복지 차원의 개선이 중심이 되기도 하며, 리더는 이 과정에서 낙담하기 쉽습니다. (구성원의 민원처리만 해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4단계 (25%)

변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문화와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전담 팀을 구성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성공적인 사례를 알아보고 필요한 부분을 채택하여 적용을 시도해 봅니다.   각각의 성공사례만을 베껴와서 조합한 결과 노력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5단계 (5%)

리더의 비전과 사명이 뚜렷합니다.  변화의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들 고유의 방식을 기반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벤치마킹을 합니다. 우리 조직에 맞는 최적의 해답과 방식은 우리 구성원들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믿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비중을 조금 야박하게 준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3,4단계에 머물러 있는 조직이 많다고 조심스레 주관적 의견을 내어봅니다. 5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구성원들의 Y이론적 속성에 대한 믿음입니다.   


XY이론을 보는 아시아인의 대부분은 '성선설, 성악설'을 떠올릴 것입니다.


X이론(성악설)에서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식의 말을 합니다.  사람들에게는 노예 근성이 있기 때문에 지도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Y이론(성선설)에서는 사람들이 전체의 선(Good)을 위해 기여하려는 태도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닐스 플래깅의 워크샵에서 반복 확인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볼 때는 Y인간이라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볼 때는 대부분 X인간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실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포스트잇 설문을 진행하여 매번 동일한 결과를 얻습니다.) 


조직 구성원의 80%가 스스로를 Y인간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동료들은 X인간이라 생각한다면 대단히 모순적 상황이 발생합니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나를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물론 태만하게 보이는 나의 동료도 본인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자평하는 것입니다.) 


 XY이론에서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Y인간이라는 것이지요.


 특정 환경에서는 X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그 '특정 환경'을 바꿔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먹고사니즘'을 말합니다. 회사를 다니는 대부분이 X인간들이나 할 법한 푸념을 매일같이 합니다. 그냥 월급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것으로 보이지요.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는 정말이지 학창시절에나 접했던 머나먼 이상속에나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워크샵의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었을 때 그들이 Y인간으로 행동하는 것을 저는 종종 목격합니다. (물론 그 과정속에 철학, 방법론이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상위의 욕구를 충족하려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사람과 사례들도 존재하니까요.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를 정하려면 자신의 인간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속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Y인간이라고 전제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현재의 문제 대부분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환경과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좋은 마당을 깔아만 주면 사람들은 알아서 그 마당에서 놀면서 필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구성원들이 Y인간이라는 믿음 없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인 환경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조직 역학의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조직 역학은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조직은 다음에 소개하는 세가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회사마다, 조직마다 세가지 구조의 영향력 비중이 서로 다릅니다. 

 첫번째 공식적 구조는 조직도 상에 위계적으로 보이는 구조입니다. 여기서의 힘은 상사에게 있습니다. 


두번째 비공식적 구조는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비선형적 구조인데요. 여기서의 힘은 인플루언서에게 있습니다. (소개팅을 잘 시켜주는 사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비공식적 힘이나 주도권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번째 가치 창출 구조는 일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의 힘은 전문가에게 있습니다.  해당되는 일을 가장 잘 해내는 사람이 권한을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 한 마을에 도둑이 들어왔다고 해볼까요? 


공식적 구조상으로는 사또(리더) 이방(실무 책임자)을 중심으로 포졸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포졸들은 현장의 상황 보다는 사또, 이방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 판단으로 움직였다가 잘못되면 곤장을 맞거나 쫓겨나니까요. 


비공식적 구조상으로는 입담이 좋은 주모, 매일 심부름 하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김진사댁 머슴들이 도둑에 대한 정보를 전파하고 사람들을 움직입니다. 


가치창출 구조상으로는 도둑의 동선을 가장 잘 파악하고 읽을 줄 아는 보부상, 도둑을 때려잡을 힘이 넘쳐나는 범잡이 청년, 사람들을 잘 지휘하는 현명한 어르신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각 주체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지요. 


이 세가지 주체는 동시간 대에 '복잡계'로 움직입니다. 다만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누가 더 영향을 갖게 되는가 따라 도둑은 쉽게 잡힐 수도 있고, 유유히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사또 (공식 권한) , 주모 (비공식 영향력), 보부상 (상황 파악 전문가) 셋 중에 당신은 누구에게 힘을 실어 주겠습니까? 현재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는 어떤 구조가 더 많은 힘을 발휘하고 있을까요? 우리 조직에 존재하는 세가지 차원의 주인공들은 각각 누구일까요?

과거에는 공식 권한을 가진 주체가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어 가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집중적으로 고도성장을 해야만 했던 한국의 1960~80년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지요. 강력한 리더가 조직을 이끌었고 구성원은 당시 유행하던 표현인 '멸사봉공' (개인을 죽이고 공공에 봉사하는) 태도로 따랐습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들도 생겨났지만 성과만큼은 눈부시다고 할만하지요. 그런데 과거에는 공급자 주도의 시장이었고, 지금은 철저히 소비자 주도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가치 창출 구조의 중요소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 그럼 실질적으로 현재 대부분의 조직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요?  

Niels Pflaeging   www.betacodex.org

 저는 이 도표를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는데요. 특히 스타트업과 소규모 조직이 가진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처음에 '비공식 조직'으로 출발합니다. 겉으로는 직급과 조직도가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수평적인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스타트업이 조금씩 커지면서 피라미드 구조로 변해갑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있게 되고, 조직은 시장 대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비공식 구조에서 바로 '가치 창출 구조'로 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미 피라미드 조직을 가진 기존 중견 기업, 대기업도 가치 창출 구조로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대한민국 대부분의 조직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이번 독일에서의 워크샵 참가자들과 이야기 해본 결과 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이었지요.) 


1. 스타트업 : 비공식 조직 중심. 공식화된 조직으로 가려합니다. 매우 작은 조직임에도 자기들끼리 소통이 잘 안되다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들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고 안심하기도 합니다.) 


2. 중소, 중견기업 : 공식 & 비공식 조직 중심. 사장님의 친척, 지인이 직원으로 있기도 합니다. 그들이 비공식적 차원에서 여러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3. 대기업 : 공식조직 중심 (가치 창출 중심)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가치 창출 중심의 조직을 거대 조직의 외부에 만들고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외국계 기업 : 철저히 본사의 현재 수준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갑니다. 그러니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대비 상대적으로는 가치창출 중심의 구조가 잘 작동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변화에 맞는 가치 창출 중심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은 베타 코덱스의 원칙을 이해하고 조직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다음편에서는 베타 코덱스를 설명하고, 그 다음편에서는 그것을 조직에 심는 방법인 OST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 저작물은 CC-BY-SA-4.0으로 출간된 오픈소스 문화 기술인 OpenSpace Beta에서 응용되었으며, www.OpenSpaceBeta.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픈스페이베타의 원저자는 Silke Hermann , Niels Pflaeging 입니다.

This work is derived from OpenSpace Beta, and open source culture technology published under the CC-BY-SA-4.0 licensed and found here  www.OpenSpaceBeta.com.   Original authors of OpenSpace Beta is Silke Hermann and Niels Pflaeging. 


 


이 글을 설명하는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E-R7HCctg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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