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Space Beta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연결성'으로 대표되는 시대, 5G 통신의 보급과 더불어 연결의 속도가 극대화 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IT, 기술이 촉발한 변화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변화에 붙여진 이름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애자일(Agile)일 것입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해야만 하게된 첫 번째 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 제품(프로그램)의 개선 때문에 개발자들은 신속, 민첩하게, 즉 애자일 (Agile)하게 움직여야만 했으니까요. 2001년, '애자일 선언문' (Agile Manifesto)이 세상에 나왔고, 사람들은 새로운 일하는 방식 (더 정확히는 새롭게 일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민첩함의 필요성은 IT,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리더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민첩함을 조직에 심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직이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다 바꿔야 하니까요. 당연히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경영상의 수많은 긴급한 이슈를 제쳐두고 이 조직문화의 개선에 시간, 비용의 우선순위를 두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시점에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회사의 존폐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 위기감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조직이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일하면 우선 내부에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외부의 빠른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조직으로 빠르게 늙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기에 간단한 사례를 보면서 그 해결책을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SBS스페셜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에서는 이 변화의 중심에 서서 (혹은 끼여서) 힘들어 하고 있는 '마흔살'들을 다루었습니다. 필자 역시 '마흔살'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기에 매우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에서는 이 변화의 중심에 서서 (혹은 끼여서) 힘들어 하고 있는 '마흔살'들을 다루었습니다. 필자 역시 '마흔살'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기에 매우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핵인싸 막걸리'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카페 음료 같은 느낌에다가 위에는 솜사탕이 올라와 있습니다. 고객들의 '취향저격' 케이스로 성공한 아이템. 술과 음식을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라 보고, 찍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을 이해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온 과정입니다.
잠시 조직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실행되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학습'하는 것은 조직의 어느 부분일까요? 당연히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세대가 있는 조직의 '주변부'일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중심부는 그 변화를 뒤늦게 알아차릴 뿐 아니라 기존의 방식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위의 핵인싸 막걸리는 다행히도 (윗분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나왔고 좋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주변부' 실무진의 올린 제안이 변화에 느린 '중심부'의 반대에 가로 막혀 폐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좋은 아이디어가 폐기되는 것은 큰 문제인데요. 조직 차원으로 보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바로 주변부 실무진의 '의욕 상실'과 '이탈'이지요.
"제안하면 뭐해. 다 까이는데. 그냥 부장님 입맛에 맞춰 올려. 안전하게 가자고."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의욕 상실 상태가 된 '젊은 것들'을 리더가 탓하는 순간부터 문제는 되돌리기 어렵게 됩니다. (이쯤되면 글을 읽으며 많은 항변이나 반론이 머릿속에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만 조금만 참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리더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고치는 것입니다.
같은 사람도 정장을 입고 호텔 연회에 있을 때와 예비군복을 입고 삼겹살에 쏘주를 한잔할 때의 언행은 달라집니다. 환경, 상황, 시스템이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조직 문화라고 부르는 하나의 환경에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지금의 40대인 X세대까지는 나름대로 기존의 환경에 맞춰보려 노력해왔지만, 그 이후의 세대는 다릅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일 수록 기존 환경이 맞지 않으면 고치는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핀잔을 받기 시작할 때 미련없이 조직을 떠나지요. 이럴 때 '참을성 없는, 이기적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온전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교육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직원 교육을 시키는 HRD차원의 접근을 하기 쉬운데요. 저 역시 개인의 역량을 계발시키는 강사, 러닝 퍼실리테이터이기에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반쪽짜리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다른 반쪽은 무엇일까요? 바로 OD (Organization Development) 차원의 접근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조직적 & 장기적 (그리고 근본적) 해결책이 되어줍니다. 수많은 OD차원의 접근법 중에 현존하는 최단기간 코스(?)가 오픈스페이스 베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이보다 짧은 타임라인을 가진 접근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알고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픈스페이스 베타를 쓴 닐스 플래깅은 '알파 조직, 베타 조직'을 설명합니다. 알파 조직은 사람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조직 책임자가 주도하고 나머지가 따르는 방식입니다. 반면 베타 방식은 사람들을 주도적인 주체로 보고 자율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회사가 베타 조직이 될 수 있도록 6개월 (180일) 동안에 정착되도록 하는 방법론이 오픈스페이스 베타입니다. 이 접근법은 오픈스페이스 테크놀로지 (OST, OpenSpace Technology)를 활용하여 베타방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오픈스페이스 베타에 앞서 출간된 책이 있습니다. Organize for Complexity는 조직차원의 전반적 이론을 다루었고 Complexitools는 사용할 수 있는 접근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픈스페이스 베타는 조직차원의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는 '실무 매뉴얼'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Niels , Silke는 이 책의 저자이며,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독일과 유럽, 글로벌로 OSB로 베타 조직을 현장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특히 닐스는 회계 전문가를 거쳐 컨설턴트, 그리고 이후로 비즈니스 사상가, 강연가, 조직문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TGpgNz0N8
영상 링크는 Niels Pflaeging의 도이체 텔레콤 명사 특강입니다. Niels Pflaeging의 책 중 '언리더십'은 한국어로 출간 (2011년)되어 있습니다. 2013년 베타랩 (Beta Lab) 최두옥 대표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다양한 강연과 워크샵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후로 2018년 SSWW (Seoul Smart Work Week) 행사에 다시한번 초청하여 이론적인 'Organize for Complexity' 이외에 실천적인 'OpenSpace Beta'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저는 독일에서 있었던 워크샵에 참가하였고 곧 번역서를 출간 준비중에 있습니다.
독일어로는 인증 워크샵을 많이 진행했는데, 2019년 6월에 처음으로 영어로 진행을 한 덕분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인증 워크샵에는 애자일 코치, 경영자, 퍼실리테이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국적으로는 독일 이외에 북유럽 국가에서 많이 왔는데요. 유럽지역, 특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북유럽쪽에서는 오픈스페이스 방식이나 기업내의 민주적 방식이 잘 작동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워크샵에 참여하는 태도,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있더군요.
.그럼 간단하게 오픈스페이스베타(OSB, OpenSpace Beta)를 구성하는 요소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 전에 중요한 공지가 있습니다. 위의 내용과 같이 OpenSpace Beta에 관련된 내용과 아이디어들은 누구나 가져다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저자, 출처에 대해서만 규정을 잘 지켜주셔야 합니다.
베타코덱스의 12법칙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12가지의 흐름을 보면 개개인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제안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발성은 리더의 철학, 본을 보이는 태도, 시스템에 대한 작업 (직원을 탓하는 대신) 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이 베타 방식을 어떻게 조직에 녹여낼 수 있을까요? 오픈스페이스 베타의 저자들은 그 방법으로 오픈스페이스를 선택했습니다.
오픈스페이스 테크놀로지 (OST, OpenSpace Technology) 예시 이미지
OST는 초대로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반대로 초대에 '자발적'으로 응답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지요. (저도 이미 기존의 워크샵과 강의에 OST를 접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의 자발성 정도를 감안하여 진행여부를 결정하는데요. 그 결과는 놀라울 뿐 아니라 상당히 감동적입니다.)
OST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토의 주제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하게 나온 주제를 모든 구성원이 '동시에' 토의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소그룹으로 나눠서? 맞습니다. 그런데 그 소그룹의 형성조차 참가자들에게 맡깁니다. 사실 이 방식은 우리가 어릴적에 한번쯤은 경험한 익숙한 것입니다.
어릴적 학교나 동네에서 친구들이 많을 때 여러가지 게임을 동시에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노래에서 나왔던 것처럼 여러 게임을 동시에 하게 되는 경우 '여기 붙어라'를 합니다.
오픈스페이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여러 토론이 진행되는데 참가자들은 구미가 당기는 주제의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어떤 모임은 크고 어떤 모임은 작지만 문제되지 않습니다. 많으면 다이나믹해서 좋고, 적으면 밀도가 높아서 좋습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발제자 혼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때 조차 발제자는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두발의 법칙'인데요. 발제자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언제든 논의의 중간에 이동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직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저는 이동을 권하기도 합니다. 참가자들이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정보의 교류는 더욱 더 활발해집니다. 다양한 관점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것이지요. 이런 와중에도 주제를 발제한 주체는 끝까지 논의를 이끌고 마무리 회의록과 실행사항을 기록하기 때문에 내용이 정리 될 수 있습니다. 논의의 결과는 대부분 상당히 깊고 구체적으로 나오는데요. 참가자들이 실제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슈를 논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OST에서 종종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실행과의 연결성인데요. 물론 오픈스페이스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픈스페이스 미팅을 통해 즐겁고 자유롭게, 그러나 심도있게 논의를 하고 나서 실행사항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구성원들의 게으름이 문제는 아닙니다. 이 부분은 시스템으로 보완이 되어야 하는데요. 이 문제를 시스템으로 보완할 뿐 아니라, 조직의 DNA를 바꿔주는 접근법이 바로 오픈스페이스 베타 (OSB, OpenSpace Beta) 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위의 오픈스페이스 미팅을 90일 간격을 두고 2회 진행하는 것입니다.
오픈스페이스 베타는 5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사전준비
: 60일 동안의 사전 준비기간에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조직의 업무방식, 조직문화의 변화가 중요함을 알립니다.
2. OS1
: 첫번째 OS 미팅을 진행합니다. 베타 코덱스에 비추어 볼 때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합니다.
3. 실행 단계
: 90일 동안 OS결과로 도출된 사항을 실행합니다. 리더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구성원도 자발적 해결안을 실험해 봅니다.
4. OS2
: 두번째 OS 미팅을 진행합니다. 9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성공과 시행착오가 무엇이었는지, 이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논의 합니다.
5. 학습 기간
: 30일 동안 그간의 논의와 실행을 내재화합니다. 여기에서 진정한 조직 차원의 학습이 일어납니다.
다음 편부터는 이 글의 각 단계별 세부 사항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 저작물은 CC-BY-SA-4.0으로 출간된 오픈소스 문화 기술인 OpenSpace Beta에서 응용되었으며, www.OpenSpaceBeta.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픈스페이베타의 원저자는 Silke Hermann , Niels Pflaeging 입니다.
This work is derived from OpenSpace Beta, and open source culture technology published under the CC-BY-SA-4.0 licensed and found here www.OpenSpaceBeta.com. Original authors of OpenSpace Beta is Silke Hermann and Niels Pflaeging.
이 글을 설명하는 동영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