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페이스 베타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기쁩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하면서 한국 사회와 조직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검증된 접근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인데 이를 180일, 다시 말해 6개월만에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6개월에 모든 것이 온전히 바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6개월 단위의 오픈스페이스 챕터를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와 조직에도 맞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픈스페이스 방식으로 교육 훈련과 문제 해결 워크샵을 직접 진행해 본 바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조금 더 신경써야 할 몇가지 전제 조건이 있는데 이는 뒤에 다룰 예정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수직적 환경에 길들여져 있고 주도적이고 자발적 참여에 익숙하지 않다는 말들을 합니다. 단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푸념만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제대로 된 마당만 주어지면 신명나게 마당놀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기 전에 구성원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우선순위만 둔다면, 좋은 방법은 있습니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법은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방법은 다섯개의 명확한 단계만 이해하면 됩니다.
오픈 스페이스 베타는 이전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베타코덱스를 조직에 체화시키 위해 OST (오픈스페이스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조직의 업무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변화에는 여러 주체들이 활동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체가 조직 내부에서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조직의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조직의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이라는 점입니다. 구성원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경험이 부족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서는 외부의 전문가들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EBS다큐에서도 나왔던 공부 잘하는 상위 0.1%의 특성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상위 0.1%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영역에 한해서 학원, 과외 등의 외부 도움을 선택적으로 '활용' 합니다. 구성원이 주도하는 변화과정은 실행력, 지속성, 학습 능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자, 그럼 OpenSpaceBeta에 어떤 과정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60일은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준비기간이 굳이 60일이나 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60일의 준비기간은 이후에 있을 일정에 참가자들의 주도성과 자발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간입니다. 우선 조직의 리더 (스폰서) 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초대장을 발송합니다. 초대장은 '무조건 전원 참석'이 아닌,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들의 참석하게 해줍니다. 초대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 불참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초대는 리더의 명의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진정성이 충분히 묻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알아서 기는'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리더 아래에 있는 관리자들의 과잉 충성으로 인해 '참여를 독려하고 감시하는' 형태일 것입니다. 이는 첫 단추를 잘 못 꿰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됩니다. 초대장은 조직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 실행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것 등을 명확히, 그리고 진정성 있게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리더가 직접 고민을 해서 작성한 초대장은 리더가 이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초대장이 발송되고 나면 구성원들이 다른 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여유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또 그러다 말거야. 괜히 제안했다가 다친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아. 기대해 볼만해. 이대로 가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60일간 구성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나누고, 참가여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가를 결심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속는셈 치고?) 첫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에 참여하게 됩니다.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은 이틀에 걸쳐 진행됩니다. 워크샵을 시작하면서 스폰서 (리더) 는 공식적으로 퍼실리테이터에게 전체 진행의 권한을 넘겨준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퍼실리테이터는 4가지 원칙, 1가지 법칙을 포함하여 워크샵 진행에 필요한 내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퍼실리테이터도 워크샵의 진행 권한을 참가자에게 넘겨줍니다. 그러면 참가자들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안건들을 자발적으로 발제합니다. 발제를 한 사람은 컨비너 (Convener)가 되며 해당 안건의 논의를 주도하게 됩니다. 여러 컨비너들의 발제가 있은 후에 모든 참가자는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주제에 참여하게 됩니다. 스폰서는 참여자 중의 한 사람이 되며, 퍼실리테이터는 워크샵 공간을 유지해 주는 서포터가 되어 줍니다.
2일차가 되면 향후 90일 동안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행동 계획, 제안 사항들을 논의하고 결과물을 도출합니다. 컨비너들은 자신들이 발제한 주제의 토의 내용, 실천 및 제안 사항들을 정리합니다. (통상 OST형식에서는 컨비너를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이제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90일간의 변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90일간의 변화 여정
이제는 본격적으로 구성원들이 변화 시도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고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 허우적 댈 수도 있습니다. 조직은 끊임없이 당장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90일 동안에는 치열하게 현업을 수행하면서도 변화 작업을 시도해 보게 됩니다. 이 어려운 기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코치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다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이 코치에게 '덜' 의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조직내의 공식 권한 관리자, 인플루언서, 전문가 집단이 리더의 후원을 받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과 변화 과정을 돕습니다.
첫번째 OS 미팅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OS 미팅 이후에 리더가 의사결정하는 조직의 정책에는 당연히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모든 조직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동료들과의 일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는 강요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대부분은 관망을 하거나 편승하게 됩니다. 강력하게 저항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결코 나쁜 신호가 아닙니다. 저항과 반론은 변화에 있어 현실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게 해줍니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와 논의를 통해 더 발전적이고 현실적 방안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 과정이 어려운 경우는 외부의 코치, 내부의 인플루언서, 전문가가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리더와 임원진은 지난 미팅에서 나왔던 제도적 보완에 관련한 제안을 검토하고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여러 이유로 실행과 개선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구성원들에게 그 이유와 결과를 알리게 됩니다. 90일의 기간 동안에는 베타코덱스의 기본 원칙에만 맞다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이 90일 동안의 핵심입니다. 오픈스페이스 베타는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환경에 조직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90일의 치열한 기간이 끝나면 두번째 오픈스페이스 미팅을 갖게 됩니다.
이 미팅에서는 첫번째보다 훨씬 더 깊이와 밀도가 있는 논의가 진행됩니다. 이미 OST 방식을 경험해 보았고, 지난 90일 동안 실천까지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간에 있었던 성공을 축하하고 시행착오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조직문화의 변화에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가 이제는 더 명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이전에 다양한 많은 주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많은 주제들의 공통 분모가 되는 핵심 포인트, 구조적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됩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핵심 요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매우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발언은 더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참가자들이 상급자, 하급자의 개념보다는 조직을 다 함께 살리는 핵심 가치를 지닌 책임 있는 사람으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 그 자체로 조직은 매우 큰 자산을 얻게 됩니다. 그 자산은 무엇일까요?
바로, 조직 차원의 학습 능력입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남은 30일의 기간 동안에는 조직차원의 학습 시간을 갖습니다. 그동안 외부적 도움을 주었던 코치들은 이 단계에서 퇴장합니다. 모든 것의 주도권을 온전히 팀이 갖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개인들의 숙고 기간이 될 수도 있고, 관련된 사람들간의 자발적 모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책임자들은 1,2회의 미팅에서 도출된 시스템적 개선 사항을 재검토하고 개선안을 실행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스스로 해결 가능한 것들은 실행과 시행착오를 하게 됩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얻게 된 지식과 경험을 조직에 전파하고, 구성원들도 그 전파된 지식과 경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30일 동안의 숙고 기간, 마무리 조직 문화, 시스템 작업을 하면서 조직은 이제 자가 발전적 문화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180일의 변화 여정을 하나의 챕터 (Chapter) 라고 합니다. 이 기간 후에 조직은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챕터를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OST형태의 미팅을 여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OST 형태의 미팅은 신입 또는 경력으로 조직에 들어오는 이들이 빠르게 조직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의문점이 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의문점이 든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감사한 일입니다. 그만큼 이 주제에서 고민을 하신다는 뜻이겠지요.
의문점에 대해서는 이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제가 잘 모르겠으면 Niels Pflaeging과 문의하고 협의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오픈스페이스 베타가 앞으로 한국의 조직 문화 변화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소감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저작물은 CC-BY-SA-4.0으로 출간된 오픈소스 문화 기술인 OpenSpace Beta에서 응용되었으며, www.OpenSpaceBeta.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픈스페이베타의 원저자는 Silke Hermann , Niels Pflaeging 입니다.
This work is derived from OpenSpace Beta, and open source culture technology published under the CC-BY-SA-4.0 licensed and found here www.OpenSpaceBeta.com. Original authors of OpenSpace Beta is Silke Hermann and Niels Pflaeg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