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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Feb 07. 2021

a pump jack

life@the Prairie

캐나다의 유전지대에는 수많은 석유 시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펌프잭(pump jack) 이라 불리는 이 녀석들은 사시사철 고개를 끄덕이며 석유를 빼내는데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실존적 이기도 하며, 미학적이기도 하다.

한겨울 영하 40도 에서 여름엔 영상 30도를 넘는 극심한 연중 온도차를 견디며 펌프잭은 유정이 마를때까지 몇년이고 24/7 작동된다. 삶이 다할때 까지 쉼없이 일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초들의 페이소스를 가졌다.

펌프 주변에는 유정(oil well)의 종류에 따라 가스를 태우는 굴뚝이 서있기도 하는데 활활 타오르는 개스는 마치 가로등처럼 시추 설비 주변을 밝힌다.

밝은 태양 아래 속절없이 타오르기만 하던 불은 지평선으로 해가 기울며 노을의 색조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달도 없는 칠흙같은 밤에 이르러 그 성정이 극에 달하며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해엔가 펌프잭의 실루엣으로 그림 엽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띄웠다. 이게 도데체 뭐지? 했을거다.

공간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하물며 물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지폐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공간에서 사는 내가 한국의 친지와 친구들과 나눌것은 추억 밖에는 없을 거다.

펜화 분위기의 독특한 외양이 산뜻하

두터운 유화적 분위기 에서도 펌프잭은 귀엽게 자리한다.

녀석은 초기 기계 산업 시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도 한다.

사방이 들판인 이곳에서 하이웨이를 달리는 일은 단조롭고 지루하다. 그럴즈음 가끔 나타나는 녀석들은 목적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기도 하고 졸음을 달아나게 하는 청량제가 되기도 하다.

이곳의 노을은 찬란함을 넘어 경외스러울때가 많다. 석양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지는 태양 속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차를 몰았던 적도 있었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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