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 맛의 추억
- 달달한 유밀과
학교 앞 문방구 입구 가판대에는 갖가지 간식을 즐비하게 쌓아두고 하굣길 아이들 구미를 당기며 유혹하고 있다. 쫀드기, 알록달록 무지개 사탕, 아폴로, 달고나, etc.
불행히도 먹어본 기억이 없어 ‘응답하라 그 맛의 추억’이 내겐 없다. 불량식품이라고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엄명을 지키기도 했지만, 워낙 입이 짧고 특이 체질이라 가리는 음식이 많았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는 손끝이 여물어 음식 솜씨도 좋은 편이지만 무엇보다 자녀 건강을 위해 간식조차도 집에서 손수 만들어 주셨다. 빵 만드는 기구나 심지어 국수 만드는 기계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녀가 못 만드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 오늘은 뭐가 들어있을까? ’
루틴처럼 학교에서 귀가하면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부터 열어 메뉴를 확인했다. 네모난 유리 찬장 안에는 그날 만든 간식이 접시 별로 놓여 있었다. 고구마를 채 썰어 튀겨놓은 고구마 스틱부터 맛탕, 때때로 도넛이나 꽈배기를 발견하는 날이면 제일 먼저 본 사람이 장땡이다. 물론 똑같이 배분한다고 하지만 개구쟁이 남동생은 본인 것을 먹은 뒤 뒤도 생각 안 하고 옆 접시에 손을 대곤 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동그란 양철 밥상을 펼치시곤 상 한가운데 두툼한 밀가루 반죽을 놓고 커다란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려는지 밀대로 살살 밀며 상하좌우로 얇게 펼쳤다. 자그마한 밀가루 반죽이 원을 그리며 점점 커지고 밥상을 덮을 정도의 크기가 되면 반죽 위에 하얀 밀가루를 툭. 툭. 툭 뿌리고 손바닥으로 반원을 그리듯 쓱. 쓱 문질렀다. 그리곤 칼과 자를 이용해 재단하듯 원안에 가로, 세로로 선을 그어 여러 개의 긴 직사각 반죽으로 잘랐다. 그런 다음 반죽 하나를 등분을 나눠 정사각 모양으로 자르고 남은 반죽 끄트머리는 다시 동그랗게 뭉쳤다.
그녀는 잘라낸 네모 반죽의 가로세로를 잰 다음 나누어 다시 작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여러 개 잘랐다. 마지막 작업은 작은 직사각 반죽 하나하나에 세로로 두 줄 칼집을 내고 그사이에 양쪽 검지를 넣어 X자로 꼬아주면 과자 모양이 만들어졌다. 완성된 과자 반죽을 기름에 튀겨 노릇해져 올라오면 건져내고 그것을 끓고 있는 설탕 시럽에 코팅하면 황갈색의 맛있는 유과로 탄생됐다. 갓 튀긴 유과를 한입 베어 먹을 때 뜨거운 설탕 시럽에 입천장이 까져 애를 먹었지만 달달 한 간식의 유혹은 치명적이었다.
마트에 가면 수천 가지 종류의 간식이 그럴듯한 포장으로 시선을 이끈다. 막상 먹으려고 뜯어보면 한 사람 먹기에도 부족한 양에 실망하고 자극적인 맛에 금방 질리고 만다. 귀찮다는 이유로 치킨, 떡볶이, 피자는 배달 앱을 이용해 손쉽게 사 먹는 추세다. 물론 시류의 변화에 적응하고 가끔 이용하지만 특별한 레시피 없이 대충 눈대중으로 뚝딱 만든 ‘엄마표 간식’을 나는 기억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손맛이 그립고 토속적이고 담백한 음식을 찾게 된다. 혀를 자극하는 마약 같은 감미료 맛이 아닌 어머니가 내게 보여줬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들이는 시간과 정성을 언젠가 만날 나의 손주에게 전해 주고 싶다.
달~ 달한 유과 한입에
세상 다 얻은 듯 환하게 웃는
미래의 손주 손녀를 그리며 콩닥콩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