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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OO Photo Shop

wedding dress

by 쁘띠프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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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아래 칸에 꽂혀있던 웨딩 앨범을 꺼내 본다. 짙은 회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재킷은 재질이 좋아선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새것 같다. 게다가 재킷 윗면에 금색 타원형 액자를 삽입해서 표지만 봐도 앨범 속 주인공들을 알 수 있다. 액자 속 예복을 입은 남녀가 화사한 웃음을 띠고 바라보고 있다. 앨범을 넘기자 스물일곱의 그녀가 사뭇 연극배우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녀는 평소 선호하던 심플한 탑 드레스 대신 마른 몸매를 커버하려고 퍼프소매 패턴으로 상체를 풍성하게 보이는 디자인으로 골랐다. 백색 장미와 보랏빛 난을 하얀 안개꽃으로 감싼 부케로 레이스 웨딩 장갑 사이로 반짝이는 손을 수줍게 가리고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고개를 살짝 기대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 옆 남자는 갸름한 얼굴에 두꺼운 검은 태 안경을 쓰고 턱시도에 보타이를 매고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

“컷!”

“됐으요~! 자, 다음 장소로 이동합시다.”

도산 공원에는 예비신랑 신부들이 콘티에 맞게 촬영을 하고 있다.

“좋은 날 잡으셨다는 증거죠! 하루에 대 여섯 팀은 기본입니다.”

촬영기사는 두 남녀를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아까와는 다른 포즈로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새벽부터 강행한 일정으로 지쳤고 연예인도 아닌데 카메라 앵글 앞에서 꼭두각시가 된 것 같아 예민해지고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거의 다 됐습니다.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앨범 속 두 남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보다 자연스러운 자세와 여유로운 미소로 훨씬 편해 보였다. 피날레로 하얀 연꽃으로 수놓은 웨딩드레스의 뒤태를 찍기 위해 그녀는 잔디밭에 앉았다. 두 명의 도우미들이 드레스 끝자락을 잡고 위를 향해 훅 부풀려 활짝 펼쳐 원을 만들었다. 특별한 하루. 그날의 주인공인 그녀는 마치 연못 위에 한 송이 수련처럼 곱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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