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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기 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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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Sep 30. 2015

8. 자기 미움을 넘어서기 위한 명상(1) 통렌 명상

본능을 넘어서게 하는 명상법

티벳 불교에 '통렌'이라는 명상법이 있다. 종교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통렌(tongren)'은  우리말로 하면  '받아들이고 보내기(give and take)'의 뜻이라고 한다. 실제 통렌 명상을 하는 방법을 들어 보면 왜  '받아들이고 보내기'라는 명칭을 쓰는 지 이해가 될 것이다. 얼핏 보기엔 마치 타인과 세상을 위하는 명상 같지만 결국엔 자신을 위하는 명상이 되는 신비한 경우이다.


기존에 많이 행하는 명상법들과는 완전히 다른 기법이다. 비슷한 흐름을 따라 몇 가지 형식으로 행할 수 있다. 아래는   그중에 한 형식이다. 명상 방법 아래에 추가 설명 글이 있다.




1. 자신만의 편안한 장소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합니다. 만약 장소와 자세가 여의치 않다면 어느 장소, 어떤 자세든  상관없습니다. 심지어 지하철 좌석에 앉거나 혹은 서서도 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을 수 있으면 감으십시오. 만약 눈 감기가 여의치 않으면 눈을 뜬 채로 계속 아래의 안내대로 상상을 하며 진행해도 됩니다.


2. 표준적인 상황은, 편안한 장소에서 의자에 앉거나 책상 다리로 앉아서 눈을 감고 시작합니다. 편안하게 천천히 호흡하면서 몸과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리고 자신이 명상의 대상으로 삼을 사람을 1명 떠올립니다. 그는 그냥 건강한 가족 중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친구나 지인 중 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심신의 어떤 고통 속에 있거나 상황적으로 힘든 처지에 있는 이일 수도 있습니다.


3. 숨을 들 쉴 때, 그 사람의 모든 고통을 자신이 모두 들이 마신다고 상상합니다. 자신이 모두 흡수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의 고통을 나쁜 기운이나 연기, 에너지 혹은 아주 구체적인 끔찍한 무엇으로 상상합니다. 그 고통들을 상상해서, 본인이 호흡을 들이쉴 때 기꺼이 그의 모든 고통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실감을 더 잘 하면 잘 할수록 효과는 더 커집니다. 모두 들이쉬면서 받아들여 자신의 가슴으로 흡수되어 녹아버립니다. 진행하면서 '이 모든 고통과 공포를 내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라고 기도하듯이 되뇌는 것도 좋습니다. 혹은 자신의 종교나 신념, 철학 등에 맞추어 스스로 적절한 문구를 만들어 되뇌어도 좋습니다. 


4. 숨을 내 쉴 때, 자신의 가슴에서 그 모든 고통들이 가장 밝고 맑은 긍정적 에너지, 빛의 에너지로 바뀌어 그 사람에게 간다고 상상합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좋은 것, 행운, 건강, 돈, 에너지가 치유의 빛으로 바뀌어서 그 사람을 비취어 그 사람이 완전히 해방되고 건강하고 치유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정말 자신의 모든 좋은 것을 그 사람에게 기꺼이 다 준다라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실감하는 것입니다. 진행하면서 '이 모든 좋은 것을 받은 그 사람이 모든 고통과 어려움에서 완전히 치유되고 해방되기를!'라고 기도하듯이 되뇌는 것도 좋습니다. 역시 자신의 종교나 신념, 철학 등에 맞추어 스스로 적절한 문구를 만들어 되뇌어도 좋습니다. 


5. 이렇게 계속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하면서, 상대방이 충분히 치유되고 해방되는 모습이 되기까지 합니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멈추면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통렌 호흡이 따 끝나면, 그대로 명상을 끝내도 좋고 추가로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 더 진행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본래 통렌 수행에서는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한 통렌이 끝나면  그다음 그 범위를 점점 넓혀 가도록 합니다. 즉, 한 사람에서 가족 전체로 그리고 그 공간 전체로,  그다음 그 지역의 사람과 공간과 그 안의 모든 대상들 전체로, 나라 전체, 지구 전체, 우주 전체로 확장합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존재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대신 건강과 행복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 만약 전체 우주로 확장하는 단계가 익숙지 않다면 자신이 잘 되는 단계까지만 깊이 느끼면서 진행해도 좋습니다. 핵심은 범위의 확장이 아니라, 그렇게 외부의 고통을 기꺼이 흡수하여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좋은 것을 그 대상들에게 주는 그 행위 자체, 그 경험 자체입니다.




통렌 수행은, 얼핏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니, 주위의 좋은 것을 흡수하고 내 안의 나쁜 기운을 내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보통 일반적인 선도식 호흡 수행을 할 때는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방불교의 '메타(자비) 관' 수행을 보면, 나로부터 자비의 빛이 뿜어져 나가 내 주위와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치유하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


그런데 통렌에서는 나쁜 것을 흡수하고 좋은 것을 내 보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서양에 이 수행법이 소개되었을 때는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고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정말 나쁜 기운이 들어와 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하냐고 하면서 말이다. (사실 반농담이지만, 그렇게 되면 이 명상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결코 통렌 명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염려할 일은 전혀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통렌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심신은 더 맑아지고 더 강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록 심상으로는 상대나 외부의 나쁜 기운과 고통 등을 흡수한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게 기꺼이 고통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 자세가 오히려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가 평생 살면서 언제 단 한 번이라도 타인의 고통을 스스로 받아들이겠다고, 자신이 흡수하겠다고 생각이라고 해 보겠는가. 그런데 통렌은 그것을 정식 수행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흡수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타인은 '단지 타인'이 아니라 '또 다른 나'가 될 수도 있다. 가령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도 나에게는 타인인 셈이다. '내 안의 나'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형식은 타인의 고통, 외부의 고통을 모두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결국은 내가 나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과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런 훈련이 되는 것이다.


이 글에 쓴 내용 외에도 통렌 수행에는 더 많은 체험과 효과 그리고 결과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어쩌면 '본능을 거스르는 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통렌 수행. 자기 미움의 단계를 넘어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실제 방법으로 모두들 자주 실행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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