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일할 때, 자주 오는 단골손님을 보고 “저분은 어떤 분일까.”하고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다. 평일 오후에 직장에 가지 않고, 카페에 오는 저 손님은 어떤 사람일까. 어째서 이토록 자주 오는지. 궁금하다. 프리 랜서일까. 취업 준비생일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상상하게 된다.
그런 상상을 이래저래 하다 보면, 상상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다. 이를테면 우리 카페의 어디가 좋아서 자주 오시는 거지? 커피가 마음에 드는 걸까? 음악이 마음에 드는 걸까? 아니면 저 테이블에서 작업을 해야 영감이 떠오르는 게 아닐까. 그래서 훌륭한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카페에 오는 게 아닌지. 회사에 출근해서 “저는 저기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오른쪽에서 네 번째 테이블에 안장 커피를 마셔야 해요. 그래야 일이 잘 됩니다. 그러니 사장님, 저는 카페에 가서 일 하고 올게요.”라고 말하고 카페에 오는 게 아닐까.
그러면 사장님은 “아아, 그럼요. 물론이죠. 최근 일처리가 아주 능숙해요. 기획안도 좋고요. 그게 모두 카페 덕분이란 말이죠. 좋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다 손님은 승진을 하게 되고, 감사의 표시로 카페에 와서 바나나를 선물하고 갈지도 모른다.
“저기, 오른쪽에서 네 번째 테이블에서 일 한 덕분에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하시면서 바나나 좀 드세요.”하는 식이다.
특별히 바쁘지도 않고 한가한 데다, 할 말도 딱히 없는 카페 직원들에게 단골손님은 좋은 대화 주제다. 으흠, 저 손님은 항상 보면 옷을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으시는 게, 회사에서 일을 아주 잘하실 것 같아. 흠, 게다가 항상 보면, 옷이 센스 있으신 게 패션 관련 회사에서 일하시는 것 같지 않아? 말도 조곤조곤하시고, 주문하실 때는 정말 젠틀해. 근사해.라고 대화하고 상상한다.
그러다 보면, 으흠. 어쩌면 결혼은 안 하시는 독신주의이실 것 같은 느낌이야. 왠지 아주 이쁜 여성분과 결혼했는데 손님이 너무 완벽주의, 깔끔 주의라서 크게 다투고 헤어졌을 것 같은 분위기야. 그렇지 않아?... 하는 식으로 무례한 대화까지는 하지 않습니다만. 꽤나 재미난 상상을 하는 편입니다. 에헴. 실례.
나는 3년 동안 줄곧 한 미용실만 다니고 있다. 그곳에서 한 디자이너와 친분을 쌓고, 꾸준히 머리를 자르고 있다. 아주 친절하고 섬세해서 매번 기분 좋게 머리를 자른다.
한 번은 내가 아침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에 갔다. 머리를 이리저리 만져보던 디자이너가 대뜸, “요즘 수영 시작하셨나 봐요.”라고 물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니,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고, 소독 냄새가 감돌아서 짐작했다고 대답했다. 나는 내심 감탄했는데, 이거 참, 굉장히 섬세한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더욱 믿음이 갔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된 것인데. 머리카락에서 소독 냄새가 많이 나는 손님이 있으면, 해외여행 다녀왔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 맞다고. 외국에 장기간 다녀오면 머리카락에 소독 냄새가 나고 푸석푸석해진다고. 다른 나라의 물에는 염소가 많이 있어서 그런지,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지만, 일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역시 머리를 만지는 전문가는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만져만 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구나. 하고 나는 감탄했다. 역시 무엇이든 오랜 시간 동안 체득한 경험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카페에 오랜 시간 동안 일하고, 많은 손님을 만나다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감각 같은 것이 생깁니다. 으흠, 아무래도 저 손님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