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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Oct 27. 2019

원두는 이렇게 사고 싶은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나중에 써먹으려고, 몰래 감춰뒀던 아이디어인데. 아무래도 이걸 해볼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니 누군가가 “오, 그거 참 괜찮은데? 우리 카페에도 한번 해볼까. 훌륭해.”라고 감탄했다면, 한번 실험해보시길. 저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항상 불만이었던 점이 있다. 원두를 한 봉지 사서 마시면, 꼭 애매하게 원두가 남는다. 마지막에 꼭 8-10g 정도가 남아서, 한잔을 내릴 수도 없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상황이 된다. 참 애매하다. 너무 아까워서 봉투에 그대로 넣어두는데, 다음 원두를 구매하면, “에이. 10g 정도 따위, 쪼잔하게 남겨두고 말이지. 과감하게 버리겠어. 나에게는 새로운 원두가 있으니.”하면서 기존에 남은 원두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러다 다음에 또다시 10g 정도 남게 되면, “아. 너무 아깝다. 어떻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대체로 원두 봉투에 판매하는 원두의 양은 정해져 있다. 100g, 200g, 250, 300g 같은 단위로 딱 떨어지는 중량으로 판매한다. 그런데 우리가 커피를 한잔 내릴 때 사용하는 원두는 12g, 15g, 18g, 20g, 22g. 참으로 다양하고, 딱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에서 한 봉지를 사면, 어쩔 수 없이 원두가 남을 수밖에 없다. 비싸게 주고 산 원두가 10g 정도 남아버리면, 속상하다. 낭비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원두를 과자가게 판매 방식처럼 판매하면 어떨지. 재래시장에 있는 옛날 과자를 판매하는 곳. 알고 계시죠? 강정, 과자, 맥주 땅콩, 새알 초콜릿 종류들을 판매대 위에 잔뜩 쌓아 두고, 손님이 원하는 종류의 과자를 한 바가지씩 봉투에 담아 주는 판매 방식. 과자를 담은 봉투를 저울에 달고, 무게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이런 정책을 원두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에티오피아 1g에 100원, 과테말라 1g에 80원. 시리얼 가게나 캔디 가게에서도 이런 식으로 판매하니, 원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필요한 만큼만 원두를 살 수 있다. 이를테면 음, 원두를 일주일 동안 먹을 건데, 나는 하루에 2잔씩 마시니까, 일주일에 14잔. 그럼 대략 210g 원두를 구매해야겠군. 만약이라도 흘리거나 잃어버릴 수 있으니, 215g 정도 사면 딱 맞겠어.라고 계산할 수 있다.

  게다가 홈카페를 즐기시는 사람이라면, 카페에서 판매하는 원두 종류가 다양해서 모든 종류들을 한 번씩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만약 내가 말한 방식으로 원두를 구매할 수 있다면, 카페에 있는 다양한 원두들을 모두 한 잔 분량으로 구매해서, 종류별로 커피를 내려 마셔볼 수 있는 셈이다. 이거 너무 좋지 않나요? 아침에는 에티오피아, 점심에는 브라질, 저녁에는 케냐. 커피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현명하게 커피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고, 커피를 마시는 재미가 생긴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꾸준히 원두를 소비하게 되고, 카페의 입장에서는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 상부상조다.

 그러니까 말이죠. 판매하기 좋은 방식 보다, 소비하기 좋은 방식으로 원두를 판매해준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홈 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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