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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Dec 06. 2019

조수간만의   카페

  지난번에 카페에서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그때 이후로 문득 또 한 가지 생각난 신기한 법칙이 있는데, 어떻게든 꼭 이야기하고 싶어 졌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기 때문에.

  그나저나 이렇게 카페의 이상한 법칙을 이야기하다 보면 끝없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다음에 갑자기 또 이상한 법칙이 있다고, 혼자 신나서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군가가 “이제 그만, 지겨워. 그런 법칙 따위 궁금하지 않아.”라고 화를 내며 메시지를 보낼지도. 나는 그때면 ‘아차!’하고 반성하지만, 금세 잊어버리고는 또다시 “정말 신기한 카페의 법칙이 있는데요.” 하면서 또 주절주절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눈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만큼 카페에는 신기한 법칙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손님들이 커피를 다 마시고 나갈 때는 신기하게도 동시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자석처럼 자기장으로 서로 묶여 있는 것 같다. 누군가가 “자자, 이제 그만 일어날까요? 우리가 한 번에 다 나가버리면 직원들이 정리하기 힘드니까, 순서대로 한 명씩 한 명씩 나갑시다. 자자, 제가 먼저. 이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가기 시작하면 주위 사람들도 얌전히 한 팀씩, 한 팀씩 나간다.

  한 테이블의 손님이 우르르 쾅쾅거리며 의자를 빼고 일어나 짐을 챙기면, 그 분위기에 휩쓸린 것처럼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정리를 하고 일어날 준비를 한다. 그렇게 여러 손님들이 와장창 나가버린다. 마치 썰물 때의 바다처럼, 눈 깜짝하는 사이에 우르르 빠져나간다.

  손님이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 한참 동안 한가하고, 손님이 없다가도, 누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들이 뒤따라 줄줄이 들어와 버린다. 신기한 현상이다.

  누군가는 전봇대 뒤에 숨어서, 누군가는 근처 벤치에 앉아서, 누군가는 뒤에 골목길을 배회하면서 시계를 쳐다보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가 약속된 시간이 되면, “좋아. 출발. 들어가자!”라고 한마음 한 뜻으로 카페에 들어오는 것 같다.

  정말이다. 어째서 손님들은 꼭 몰려서 들어올까? 너무 신기하다. 마치 누군가가 길거리에 다니면서 “저기, 저기요. 오후 2시 15분에 딱 맞춰서 저쪽 카페에 방문해주실 수 있을까요? 괘씸한 직원들이 동작이 너무 느리고 굼떠서, 괴롭히고 싶은데요. 모두가 함께 약속된 시간에...”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동안 잠잠하고 조용하던 카페에 손님들이 줄줄이 몰려 들어온다. 방심하고 있던 직원들은 “아차, 큰일이다.” 싶어서 긴장하게 되고, 식은땀이 나오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이거 이거,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귀찮아.’하고 생각하게 된다. 한가롭게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다가, 밀려들어오는 밀물 때의 바다를 보고 당황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라 할까.

  아무래도 카페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서해바다만큼 큰 것 같다. 후다닥 나가버리고, 우르르 들어와 버린다. 누군가가 조작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으흠.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똑같다.

  “으흠, 슬슬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하고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꽉 차 있다.

  “으흠, 점심을 먹었으니 커피 마실까.”하고 카페에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늦잠을 자고, 조금 늦게 카페에나 가야겠다.”하고 카페에 가면 웨이팅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생활은 모두 일정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대로 모두가 성실히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게 아닐까.

  만약 규칙대로 성실하게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 4시군. 저녁 먹으러 가볼까.”하고 식당에 가서 조용한 분위기에 밥을 먹는다.

  “음, 일요일에는 모닝커피지.”하고 이른 아침에 카페에 가서, 한가롭게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규칙대로 성실하게 살지 않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가능하면 의미 없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처럼 삐뚤어지게 살게 된 걸지도 모르겠군요. 흐음. 그렇다고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거나 불편한 게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정말 정말 신기한 법칙입니다만. 어째서 바리스타가 매장에서 간식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손님이 꼭 들어올까요. 정말이지 신기하고, 알 수 없습니다. 대체 어떻게 알고. 이 이야기도 정말 신기하기 때문에, 다음에 한번…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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