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차 Mar 08. 2021

포기했을 때 찾아온 나의 첫 집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4

우울증과 함께 찾아온 내 집 마련의 결심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당장 내 보금자리를 찾는데 소모되었던 나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기로 결정했고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의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 전세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1년 이내에 적당한 집을 천천히 찾을 예정이라 1년만 연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고 문자로도 보냈다. (혹시 몰라 약간의 증거물?로 남겨놨다.) 


대학생 때부터 월세와 전세살이를 하면서 운이 좋게도 모든 집주인들이 참 좋은 분들이었다. 대학교 때는 새로 지은 원룸에 월세로 살게 되었는데, 은퇴한 교장선생님 부부가 노후를 위해 지은 집이었고 어린 학생이 열심히 공부한다며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다. 이번 전셋집의 집주인도 무관심이 최고의 배려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에어컨을 설치해도 되냐는 질문에 그걸 왜 자기한테 물어보냐고 되물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 구축 아파트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벽을 뚫어야 했는데 전혀 개의치 않았고 두 번째 연장에서 1년을 요청했음에도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하는 게 아니면 좋겠다고만 했다. 4년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불편을 겪지 않았던 집이었다. 새 집으로 이사 가고 한동안은 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전세를 연장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괜찮은 집이 나왔는데, 생각한 금액보다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냐였고,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단지였던 터라 그냥 부담 없이 집을 보러 갔다.


맘에 들었다.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거실에서 보이는 창밖이 앞 동이 아니라 학교와 공원과 탁 트인 길이라는 점이 너무 좋았다. 저 멀리 옆 단지가 보이긴 했지만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거실과 작은방 하나가 분양시점부터 확장형이라는 점과 주방 싱크대와 화장실이 수리가 된 집이라는 것도 좋았다. (이 수리 부분은 나중에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살짝 사기를 당한 느낌이었다. 셀프 인테리어 눈물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쓰기로 하자.) 문제는 자금이었다. 처음 계획했던 비용보다 5-6천만 원 정도 더 비싼 집이었고 내가 사는 동네는 조정지역이라 대출이 50%였고 무주택자에 한해서 60%였다. 우선 부동산에는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고 잊었다. 나와 인연이 되는 집이면 내가 살 기회가 오겠지 하고 생각했다. 


출처 - Pixabay


그렇게 잊고 1주일이 지났을 때 부동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고민을 좀 더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밤잠을 설쳤다. 앞으로의 내 계획에서 가능한지 안 한 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지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켜켜이 쌓는 시간이 길어졌다. 대출을 알아보러 집 근처 은행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나이만 먹었지 처음 집을 구매하려는 거다 보니 모르는 거 투성이었다. 대출은 내가 산 집값의 가격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대출을 위한 시세는 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에서 정해진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의 비율이 정해진다. 내가 사려는 시점에서 갑자기 집값이 올라갔다면, 내가 사려는 금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시세가 정해져 있다. 그럴 경우 모자라는 집값을 채우기 위해서 자금을 융통할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또 1주일이 지나고, 다시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집을 한 번 더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집이 기억이 나질 않아 이번엔 남동생과 함께 집을 한 번 더 보러 갔다. 처음 봤을 때보다 좁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탁 트인 전망은 여전히 맘에 들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동생네 집으로 가서는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내가 계약하겠노라고. 그러고는 500만 원을 바로 송금해서 가계약을 했다. (정식 계약 전에 소정의 금액을 먼저 입금하여 그 집에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들의 계약 진행이 되지 않도록 가계약을 한다.) 그동안 밤잠을 설쳐대며 고생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쉽게 집을 결정했다. 다행히 약 3주 정도의 시간을 아무도 집을 사지 않았고 그 집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집이 되었다. 



첫 내 집을 마련할 때 TIP!

1. 나의 소득을 기준으로 아낌이 보금자리론/ 디딤돌 보금자리론의 조건을 검색해보자.

2. 대출은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의 시세를 기준으로 진행되므로 국민은행을 통해 시세 확인이 필요하다.

3. 구매 가격 이외에 세금, 중개수수료, 수리비용 등의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4. 계약금을 내고 잔금을 치르기 전에 중도금을 내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대비해서 대출 실행 이전에 필요한 돈을 꼼꼼히 계산해 놓아야 한다.


이전 글 보기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1 : 내 집 마련을 결심하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2 : 10년 산 동네서 집 구하기 - 나는 내 동네를 몰랐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3 : 내 집 마련의 결심은 우울증을 타고

매거진의 이전글 내 집 마련의 결심은 우울증을 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