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차 Jun 13. 2021

겁 없는셀프 인테리어 도전!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6

대출은 서류를 내고 나면 심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길었다. 혹시 심사에서 떨어질 것을 대비해 은행에 주택담보 대출까지 알아 놓은 상황이라 더 이상 준비할 내용은 없었다. 대출을 알아보고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은 대부분 낮과 저녁 시간이었고 그렇게 새벽까지 셀프 인테리어를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또다시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해도 셀프 인테리어를 하겠다. 다만 이번에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엄청난 변수들을 고려해서 준비하고 실행할 것 같다. 물론 다음의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부를 이뤄 놨다면 그냥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겠다. 여기서 포인트는 "엄청난 부"이다.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흠흠.. 


인테리어란 게 끝이 없는 늪과 같은 그런 것이었다. 조금만 더 알아보면 조금 더 저렴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면 더 추가로 수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나는 몸과 마음이 조금씩 지쳐갔지만 그래도 뭔가 설레기도 했다. 계약 전에 고민을 하느라 두 번이나 보고 덜컥 사겠다 한 집이지만 기억이 나질 않아 인터넷에서 찾은 아파트 도면으로 사이즈를 측정했고 누군가 포스팅한 것들을 열심히 찾으며 곧 내 집이 될 그 공간을 상상하며 고칠 부분을 정했다. 계약 전 집을 보러 갔을 때 남의 집이라 무언가 구석구석 볼 수가 없었다. 이게 나중에 큰 화근이었다. 


계속 욕심이 나고 수리할 부분이 추가가 되긴 했지만 전체 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1. 집 도면을 펼쳐놓고 수리할 부분을 정리한다.

2. 셀프 인테리어와 관련된 글들과 사진을 보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스타일을 정한다.

3. 셀프 인테리어를 이미 진행한 수많은 선배들이 그들의 노하우와 업체 등을 정리해 놓은 것이 많다. 꼼꼼하게 읽어보자. 

4. 입주할 수 있는 날짜까지 공사, 입주청소, 이사에 쓸 수 있는 날짜수를 정리해서 스케줄을 짠다.

5. 스케줄에 맞춰서 업체를 섭외한다. 최소 3군데 이상의 업체에 견적을 받고 상담을 한다.

6. 각 단계별로 추가 금액을 내면 업체에서 해주는 부분은 가능하면 업체에 맡기는 게 정신건강과 내 체력을 유지하는데 좋다.

7. 입주할 곳이 아파트라면 관리실에 미리 엘리베이터 사용과 공사와 관련된 것들을 미리 체크하자.

8. 업체가 아니라 스스로 챙겨야 할 부분도 목록을 작성해서 체크하자.

9. 전체 공사 금액에서 분명히 추가로 써야 하는 비용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예산을 짜야한다.


나는 위의 9단계로 짠다고 짰으나, 공사가 추가가 되면서 아주 스케줄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업체 선정에서도 미흡한 점이 많았고 1인 가구의 가장 힘든 점이자 어쩌면 가장 속 편한 점이기도 한 "나 혼자다. 아무도 없다." 이게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게 했다. 


1 단계: 수리할 부분 정리

처음 계획했던 부분: 마루 교체, 도배, 페인트, 중문 교체, 방문 1개 교체(집 보러 갔을 때부터 깨져있었다.), 방 3개 전등 교체

결국 수리한 부분: 마루 교체, 도배, 페인트, 중문 교체, 방문 1개 교체, 베란다 문 1개 교체, 안방 베란다 화단 커버와 싱크대 뒤판 가림막 제작, 주방 타일 교체, 전기공사, 스위치와 콘센트 전체 교체, 모든 문 손잡이 교체


이렇게 정리한 것만 봐도 내가 쏟아부은 시간, 에너지, 체력, 땀, 그리고 통잔 잔고가 눈에 그려진다. 실제 이사 후에 돈독이 올라 어떻게 하면 매달 수입을 늘릴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몇 달을 고민했었다. 지금은 익숙해졌는지 조금은 마음 편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은데, 어쩌면 회사일에 치여서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2 단계: 내가 하고자 하는 스타일 찾기

처음 계획했던 스타일: 빈티지와 모던을 키워드로 그 당시 올라와 있는 온갖 인테리어 사진은 다 본 것 같다.

결국 내가 타협한 스타일: 그냥 깔끔하게만.... 


그냥 깔끔하게만에서 내가 얼마나 지쳤었는지를 알 수 있다. 너무 지쳤었다. 그냥 철거만 된 집에다 침낭 깔고 살까 하는 생각을 백번은 했고, 여태 40년이 넘도록 잘 살았는데 내가 뭐한다고 집은 사서 이 개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우울했던 날들을 여러 날을 보냈었다.


3 단계: 수많은 셀프 인테리어 선배들의 노하우 공부하기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 가입해서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어 보면 나라고 못하겠어? 하는 마음과 이 재수 없는 상황이 나에게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들이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만큼 싸워댔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나름 노가다(?)라 불리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서 하면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무섭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결국 골병 나게 만들었다. 

공사 전에 엘리베이터 보양을 했어야 했는데 관리실에서 빌려주기도 한다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는 관리실에 예약을 해놨다. 뭐 간단히 테이프나 좀 붙이고 할 요량이었고 돈도 아껴야겠다 생각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다 보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 계속 생긴다. 엘리베이터 보양을 하기로 한 날 관리인 아저씨가 날 지하로 데려가시더니 찾아주신 엘리베이터 보양재는 내가 흔히 보던 보양재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천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을 가릴 수 있으며 아주 딱딱한 두껍고 딱딱한 판에 융 같은 재질로 되어 있는 거였다. 어쩐지 아저씨가 혼자 왔냐며 남편을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1인 가구로 오래 살다 보니 저 결혼 안 했는데요? 하면서 날을 세우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이젠 남편이 지방에 있어서요. 주말 부부예요. 하는 대충 넘겨가며 사는 법도 배웠다. 결국 아저씨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같이 옮겨 주셨는데 두 사람이 들기에도 너무 무거웠다. 나는 이젠 힘이 어릴 때보다 많이 없어진 근육 없는 여자였고 아저씨는 우리 아빠 연배로 연세가 많으셨다. 나중에 철거 때 남동생이 혼자 들고 가는 걸 보고 나도 힘이 셌으면 하고 잠시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좁디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보양재가 들어 있는 커다란 가방을 여니 도대체 위치가 어딘지 모를 수많은 판이 나왔고 나는 그것들을 일일이 펴서 키가 닿지 않는 곳은 뛰어가며 찍찍이를 붙였다. 그리고 이때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을 때는 불이 꺼지고 에어컨도 꺼진다는 사실 그날은 너무나도 덥고 비도 살짝 와서 습하기까지 한 날이었다. 결국 나는 불이 꺼지면 몇 층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사투 끝에 1시간이 넘게 엘리베이터 보양을 끝마쳤다. 하고 나니 뿌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떤 미친 여자가 이걸 혼자 하겠다고 이 무거운걸 질질 끌고 온 몸이 땀에 젖도록 끙끙거릴까. 나는 세상 잘난 척해대는 미련 곰탱이었다.

내가 직접 붙이 엘리베이터 보양재, 뜨는 부분은 테이프로 다시 한번 꾹 눌러 붙여줬다. 손잡이 부분은 중간 중간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감싸지지 않았다.


바닥은 혼자 회색이라 제일 깔기 편했다. 물론 마지막에 해야 한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보양재들 간에 이어주는 부분들이 있어서 붙이는 순서가 있는데 설명서도 없고 번호도 없어서 일일이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무릎도 아팠는데 너무 많은 점프를 한 날이었다. 건축 관련 일을 하느라 공사현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동생이 와서 보더니, 건물 새로 지었냐며 보통 건물 새로 짓고 입주할 때 쓰는 보양재라며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했다. 이미 깨달았을 땐 늦었다. 무식하면 손발이 힘든 법이다. 


4단계: 공사 스케줄 짜기

공사 계획이 너무 많이 변경되는 바람에 나는 추가로 공사를 해야 할 날이 필요했다. 결국 처음 스케줄에서 업체에 계속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변경이 가능한지 스케줄을 미리 확인하고 변경을 했다. 처음부터 꼼꼼하지 못했던 계획은 결국 이삿짐을 넣고 도배와 입주 청소를 하는 사태를 만들었다. 포장이사인데 모든 이삿짐은 미리 구해온 박스에 담아 도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안방 베란다에 쌓아놨고 침대, 옷장, 서랍장 이렇게 3개의 가구만 각 방 중앙에 덩그러니 놓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는 것과 5분 거리에 사는 동생이 아주 큰 집으로 이사를 해서 나는 일주일이 넘도록 동생네서 머물 수 있었다는 것이다. 


5단계: 시공 업체 선정

업체는 사이사이 스케줄에 맞춰서 여러 군데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도 보내고 했으나, 생각보다 대답이 없는 업체도 많았다. 견적도 천차만별이었으나, 견적을 받고 계약금을 넣기까지 시간이 있으므로 여러 군데서 견적을 받고 셀프 인테리어 관련 카페에 견적에 대해서도 많은 글이 올라와 있으니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나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한 공사와 그렇지 못한 공사가 뒤섞여 결국은 평균을 만들어냈다. 조금 시쳇말로 눈탱이를 맞은 공사도 있었는데 모든 공사를 남들보다 더 싸게 더 깔끔한 시공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이 정도에서 정리된 게 누구나 겪는 거구나 하고 넘기면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으니까. 공사 업체를 선정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내가 사는 지역 업체를 선정했으면 더 좋았을 부분도 있었다. 괜히 을지로까지 쫓아다니며 힘들게 업체를 선정한 것 같은 부분도 있었다. 가장 가까운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잘하는 업체를 찾는 것도 좋다. 물론 그렇게 해서 가장 바가지를 쓴 공사도 있으니 무조건 견적은 여러 군데서 받는 걸로! 


6단계: 시공 업체에 추가 금액을 내고 해결될 부분은 해결하자!

마루를 시공한 후에 도배를 해야 했다. 도배업체에서는 마루 시공 후 보양만 잘해달라고 했고, 나는 마루 시공업체에 추가 금액을 내고 보양을 신청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마루 시공업체가 보양 없이 그냥 가버렸다. 집에 큰일이 생겼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양 금액은 빼고 정산했다. 결국 철물점에서 보양재를 샀는데 골판지가 롤로 말려져 있었다. 도저히 들고 갈 수가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고생을 한터라 도배 팀장님께 죄송하다며 보양을 못했다고 말씀드렸고 내가 사다 놓은 보양재로 보양을 해주셨다. 결국 마루가 여기저기 너무 많이 긁혀있었다. 큰 맘먹고 비싼 자재로 골랐는데 눈물이 났다. 마루 공사 후에 도배와 이사 두 과정이 있었기에 어느 팀이다 말할 수 없었다. 

안방에는 그 당시 유행했던 화단이 있었다. 철거를 하려고 했으나 억지로 늘린 공사일에 추가를 해야 했기에 도저히 불가능이었다. 기존에 있던 등산로 데크 같았던 화단 덮개를 철거하고 목공 작업으로 윈도우 시트를 만들었다. 목수 사장님은 인스타를 보고 제일 먼저 전화를 드렸다. 매도인의 짐이 빠진 후에 확인한 부분이라 공사 일정을 맞추지 못해 굉장히 뒤로 미뤄졌다. (집을 보러 갔을 때 굉장히 꼼꼼하게 봐야 한다!!!) 목수 사장님은 거의 10살 정도 어린 아주 젊은 사장님이었고 센스가 넘치셨다. 일당을 다 받아야 하는데 작업량이 적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도어 교체할 부분은 아는 사장님이 있으니 문 값만 내면 공사하러 오시는 날에 교체해주시겠다고 먼저 제안을 주셨고 문만 교체하는 업체에서 받은 견적의 30% 정도로 너무 좋은 문을 달았다. 

시공 업체를 통해 추가 금액을 내고 진행이 가능한 부분을 체크해서 진행하면 오히려 더 쉽게 해결될 수도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업체에 물어보자.


7단계: 아파트 관리실에 미리 체크하기

내가 입주할 아파트는 주말에 그 어떠한 공사도 하지 못하게 했다. 소음이 전혀 나지 않는 부분은 대부분 공사를 하도록 하는데 절대 안 된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 정도인 건가? 이전에 살던 집들도 이런 경우는 없어서 좀 당황했지만 규정에 맞추기로 했다. 살면서 알게 된 부분은 다른 집들은 살면서 조금씩 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주말에 하는 거였다. 이사 오는 사람과의 기싸움인가 싶었다. 

우리 아파트는 입주민 동의서를 받아야 했고 관련 양식을 받아 직접 동의서를 받았다. 이것도 해주는 업체가 있다. 나는 세대수가 많지 않은 아파트라 어렵지 않게 퇴근 후에 완료할 수 있었다. 


8단계: 스스로 체크할 목록 작성하기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맡기면 체크할 부분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셀프로 진행하면 체크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각 시공별 금액도 정산해야 하고 전등, 손잡이, 스위치, 콘센트 등 직접 사야 할 것들과 공사를 진행하는 분들의 사이사이 간식도 챙겨야 했다. 아침 일찍 가서 인사하고 공사 끝나고 가서 확인도 해야 한다. 이런 작은 것들은 표로 정리해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9단계: 추가로 발생할 비용 마련하기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달리 짐이 다 빠진 집을 보고 울고 싶었다. 수리를 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렇게 공사는 추가로 계속 늘어났고 작은 것 하나까지 추가로 사야 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손잡이도 전혀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매도인이 모든 문을 열어서 보여줬는데 막상 짐이 빠지고 가보니 손잡이가 대부분 망가져있었다. 방 3개 욕실 2개 베란다 2개 총 7개의 손잡이를 샀다. 생각보다 비싸다. 스위치는 맘에 드는 것이 있어 바꿔야지 했는데 전기공사 사장님이 보시더니 콘센트도 다 바꿔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컬러도 안 맞고 그러면 살면서 분명 눈에 거슬릴 거라고 하셨고 오래된 콘센트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에 지저분했다. 추가로 구매해야 할 것들이 계속 늘어났다. 통 크게 여분의 예산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이전 글 보기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1 : 내 집 마련을 결심하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2 : 10년 산 동네서 집 구하기 - 나는 내 동네를 몰랐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3 : 내 집 마련의 결심은 우울증을 타고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4 : 포기했을 때 찾아온 나의 첫 집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5 : 덜컥 집은 계약했고, 이제뭘 해야하지?




매거진의 이전글 덜컥 집은 계약했고, 이제뭘 해야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