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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Jun 25. 2021

철거가시작되었다. 이제되돌아갈길은 없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  Ep.7

드디어 잔금을 치르는 날이 되었다. 집수리를 위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오후에는 마루 철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은행에 가서 이체 한도를 오늘 잔금을 치를 만큼 올려놨다.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내 요청에 따라 한도를 올리는 작업을 하는 도중에 혹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신 거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너무 고마운 질문이었다. 나는 조용히 아니라고 한 시간 뒤에 부동산 잔금을 치르는 날이라고 대답을 했고, 나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도 안심이라고 좋아하셨다.


아낌 e보금자리론 상품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는 은행에서 지정해준 법무사 사무소에서 방문하여 모든 문서를 확인하고 매도인이 집 담보로 받은 대출을 상환하는 것까지 모두 확인해주었다  여간 믿음이 가지 않았다. 같은 법무사에게 집 등기를 의뢰해도 되고 시간이 된다면 스스로 신청해도 된다. 나는 개인 사정이 있어 부동산에서 연결해준 법무사 사무소를 통해 보통 금액보다 약 1.5배 비싼 가격으로 등기를 마쳤다. 모든 게 다 좋을 순 없으니까.  


생각보다 이런 서류 작업들은 금방 끝났다. 드디어 내가 들어갈 집의 공실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 되었다. 동네에 사는 큰올케가 함께 가주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서는 문자 그대로 멘붕이었다. 내가 봤던 집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둡고 칙칙했으며 방문 하나뿐만 아니라 안방 베란다로 나가는 문도 망가져 있었고 문 손잡이들은 죄다 망가져서 모두 교체해야 했다. 두 개의 화장실도 얼마나 더럽던지.. 거기에 주방 바에서 쓰던 의자가 더 이상 필요가 없었는지 매도인이 키우던 강아지가 다 갉아 버려서 못쓰게 된 의자를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버리고 갔다. 쓰던 블라인드도 망가지고 더러워진 건 그대로 버리고 가버렸다. 전화를 해서 당장 가져가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으나 철거할 때 버리려고 그냥 두었다. 나도 깔끔을 떠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나 아무리 이사를 나가는 집이지만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어떻게 여기서 살아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울고만 싶어 졌다. 나는 이런 쓰레기를 산 것인가? 왜 더 꼼꼼하게 뜯어보지 못했을까 하는 괴로움이 들었다. 옆에서 올케는 계속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철거업체에서 도착 전화가 왔고 나는 마루와 싱크대에 붙어 있는 바까지 철거를 요청했다. 싱크대 상부장도 뜯고 싶었지만 미리 얘길 하지 않아서 철거한 것을 싣고 갈 자리가 없다고 하여 상부장은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집은 철거가 시작되었고 나는 되돌아갈 길이 없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데리고 올케는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언니, 집 사진 꼼꼼하게 찍어서 비포 애프터로 브런치에 글 쓸 거라면서요. 사진을 왜 하나도 안 찍었어요? 내가 계속 사진 찍으라고 얘기했잖아요."

아! 맞다! 그랬었지. 세상 모든 인테리어의 기록을 남겨준 셀프 인테리어 선배들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철거가 시작되고 나는 깔끔하게 철거가 된 집의 사진을 전송받았다. 

마루와 걸레받이가 철거된 거실의 모습


그리고 어둡고 칙칙했던 싱크대에 붙어 있던 바를 철거하고 나니,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좌) 철거하기 전 칙칙했던 주방에 바 (우) 바를 철거하고 난 모습


주방의 바가 싱크대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고정만 되어 있을 뿐 떼어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철거하고 보니, 싱크대에 붙어 있는 하나의 부분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어차피 안방 베란다의 화단을 철거하지 못해 기존에 있던 화단 덮개를 버리고 교체할 예정이었기에 그냥 목공 작업이 가능한 목수님을 섭외하기로 했고 나는 인스타로 찾은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나는 입주한 후에 뒤판이 뜯겨 그대로의 날 것이 드러나는 싱크대와 함께 한 달 넘게 생활했다. 나중엔 익숙해지기까지 했다. 


나중엔 너무 익숙했던 싱크대 뒷 판의 풍경




첫 내 집을 마련할 때 TIP!

1. 집을 보러 갈 때는 대부분 이미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의 집이라 꼼꼼하게 살피기 어렵지만 그래도 아주 꼼꼼하게 살피자. 모든 게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와 예상하지 못한 돈을 지출해야 할 수 있다.

2. 가능하면 인테리어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방문하여 꼼꼼하게 살피고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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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1 : 내 집 마련을 결심하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2 : 10년 산 동네서 집 구하기 - 나는 내 동네를 몰랐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3 : 내 집 마련의 결심은 우울증을 타고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4 : 포기했을 때 찾아온 나의 첫 집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5 : 덜컥 집은 계약했고, 이제뭘 해야하지?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6 : 겁 없는셀프 인테리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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