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내안의나 05화

이설진: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배우가 될래요 (下)

by BD
KakaoTalk_20230801_225053852_04.jpg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르네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본인의 연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겠네요. 현재 대학교 3학년이잖아요. 배우로서 쌓인 직업적 철학이나 개인의 가치관이 생겼을까요?

설: 끝까지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속적으로 오디션을 보면서 작품을 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반짝 빛나고 지는 별이 아니라요.






브이로그 얘기가 나왔잖아요. 대중에게 쉽게 본인을 선보일 수 있는 SNS가 대중매체보다 더 큰 관심을 얻고 있는데요. 이는 누구나 연기할 수 있는 시대로 해석할 수도 있겠죠. 지금과 같은 시대에 본인의 연기가 다른 이들과 더욱 차이를 두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설: ‘나는 나야’라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유튜브 이전에도 <얼짱 시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가 된 사람도 많았거든요. <얼짱 시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죠. 하지만 그런 배우들이 저와 겹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외형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 또한 다르니까요. 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시간에 오히려 저에게, 연기에 집중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연기할 때 가져야 할 좋은 마음가짐이란 무엇일까요?

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공동의 작업이라는 마인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해요. 어떤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싫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하기 싫다고 등을 돌리는 게 아니라 왜 싫은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해요. 노력하다 보면 그 사람이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하잖아요.

설: 보통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은데요(웃음). 일단 그날에 대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나에게 해 준 피드백이 진심으로 나를 위한 피드백일까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도 되는 말일지 판단해 보는 거죠. 문득 진심을 담은 피드백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나에게 부족한 점을 집어줬구나’하며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연기를 잘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설: 친구와 함께 스터디를 하던 중 연습이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친구도 같은 마음이길래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회의를 하다가 내기를 하기로 했어요. 시간을 정해두지 말고 연습실에 일찍 온 사람을 위해 늦게 온 사람이 밥을 사자고 했죠. 사실 그때까지 친구는 저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저는 매일 새벽 6시에 연습실로 향했어요. 친구는 8시에 나오더라고요. 이런 환경을 만드니까 실제로 연습 시간도 늘어나더라고요.






밥을 사주는 내기는 언제까지 지속됐나요?

설: 내기를 시작한 이후로 제가 계속 새벽 6시에 연습실에 나오니까 5일째 되는 날에 친구가 포기를 선언했어요(웃음). 사소한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피드백을 교수님께 듣기도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앞에서 좋은 배우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한번 다시 정의해 주시겠어요? 배우란 무엇인가요?

설: 배우란 죽어있는 사람을 살려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에만 머물러 있는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거죠. 어쩌면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일 수도 있잖아요. 작가도 사실과 경험에 기반해서 글을 쓰니까요. 그런 인물을 구체화시켜 연기로 구현하는 직업이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배우라는 직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걸까요?

설: 작가나 감독에 의존하지 않으며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배우의 직업적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사실 작가나 감독도 그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실제로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잖아요. 감독이나 작가가 예상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워주는 역할이 배우인 거죠. 능동적인 배우만의 상상력을 통해서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장면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줄 때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설: 앞서 말했듯이 배우라는 직업은 매일 새로운 상황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이에요. 항상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측면이 장점이죠. 단점은 너무 많은데요. 우선 현실적인 것부터가 문제죠. 모두가 배우라는 직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거든요. 또 캐릭터에는 관심을 받았는데 사람에는 관심받지 못하는 경우라던가요. 단점이 훨씬 많은 것 같네요. 그럼에도 장점이 주는 매력이 이를 합친 것보다 커서 저는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점 하나가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거죠.






연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본인을 표현하고 싶기도 한가요?

설: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읽고 느낀 점을 저만의 것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어요. 블로그에도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지속적으로 작성하고 있고요. 글을 씀으로써 저를 표현하고 싶기도 하지만 저를 돌아볼 수 있어요. 재인식이죠.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느낀 점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 기억들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 좋아서 블로그에 계속 글을 쓰고 있어요.






작가로서 작품을 완성한 적도 있나요?

설: 시나리오를 쓸 때도 있는데 거의 단편이긴 해요. 연기하기에도 벅차고 장편은 엄두도 못 내겠더라고요. 글 쓰는 것도 정말 힘든 작업이거든요.






글을 쓰는 것이 작품이나 연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계속하는 건가요?

설: 맞아요. 연기에 도움이 되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연출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추상적인 생각을 글로써 명확하게 표현해야 하잖아요. 이런 작업이 연기를 할 때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줘요.






좋아하는 배우는 이미 얘기하셨으니, 좋아하는 감독이나 연출가는 누구인가요?

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좋아해요. 사실 처음에는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너무 어렸거든요. 최근에 다시 보니까 또 다른 느낌을 주더라고요. 경험이 쌓이면서 같은 작품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되니 신기했어요. 추후에는 어떤 감상으로 남을지 궁금해요.









KakaoTalk_20230801_225053852.jpg

어떤 이유로 <내안의나> 인터뷰에 응했나요?

진: 연기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예요.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응하게 되었어요.


현재 취업을 목표로 휴학 중이거든요. 회사에 취업하고 연기와 조금 떨어져 지내보면 오히려 연기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월급을 모아서 추후 발생할 자금적인 부분도 준비 가능하고요. 휴학 목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거예요. 지금은 차에 기름을 넣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1년 후에 다시 시동을 켜야죠(웃음).






오늘 이 시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나요?

설: 배우라는 직업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배우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작업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생각과 분위기를 느낌으로서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어요.








1. 인터뷰이 이설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noowhiittee/

2. 인터뷰어 배대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fyouknowbd/

keyword
이전 04화이설진: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배우가 될래요 (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