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부터였습니다.중딩 아들 하나 있는 집에같은 학교 여자 아이가 와서살게 된 일이요. 허-걱소리 여기까지 들릴 뿐이고요.끙.
처음부터 그 여자 아이와함께 살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우리 집으로 젖어들어왔지요.
첫 만남은 우연이었습니다. 침대와 한 몸인 중딩 아들을운동시키겠다며 끌고 나왔다 만났으니까요. 인사할 때 목을젖히며 웃던모습.잠깐이었지만 그 애는 꽤깨발랄했습니다.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지요. 그래도 다시 마주칠 일은 없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애를 자꾸만나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아들과 암호라도 주고받나 싶었어요. 산책시간을바꿔도 보았지요.그래도 또... 또... 마주쳤습니다.
그러려니 할 즈음, 신기한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아이 옷이요. 네. 그 애는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회색츄리닝 상하 세트. 과연 빨아서는 입는 건지 걱정될 만큼 그 옷만 고집하는 것 같았지요. 물론 그 덕에 멀리서도그 애를 알아볼 수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왔어요.더위를 피해 밤산책을 나섰던 그날.이번엔 그 애와 정면으로딱마주쳤습니다.그날을 계기로 우리는함께 걷는 사이가 되었지요. 중간다리 중딩아들없이도 말이죠.
그 애는 여름에도 단벌 신사였어요. 내내 검은 반바지에땀 배출이 뛰어난 기능성 반팔티 차림이었죠.한결같음이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딱 우리 집 중딩 아들같았거든요.온통 무채색. 샤방샤방과는 거리가 멀어도한참 멀었지요. 궁금증이 일렁이긴 했지만 목구멍 밖으로 말을 꺼내는 일은 삼갔습니다. 중딩에게 답을 바라는 건 대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거든요.
많은말을 나눴던 건아니었습니다.산책을 하면서는 그저 나란히 걸을 뿐이었지요. 그래도 함께 한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었나 봐요.그애가 우리 집을 제 집 드나들듯 했던걸 보면 말이에요.
그런데! 삐죽빼죽신경 쓸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애가 저희 집을 청소하면서부터요.중딩이 청소라니. 중딩이라면 말끔한 방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선수 아닌가요. 처음에는 청소하겠다 나서는 모습이 그저기특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애가 청소 범위를 점점 넓혀갈수록 불안감이 몰려왔어요. 주부로서 정체감이 흔들렸단 말입니다. 우리 집 안주인이 이 아이인지 아니면 저인지 말이죠. 쩝.
시작은 현관 신발 정리부터였어요. 그러다 점점 영역을 넓혀 갔지요. 흐트러진 물건 정리는 물론이거니와 머리카락 고작 몇 개 떨어진 걸 보고는 청소기를 돌리질 않나.그 애는 빨랫감이나 닦아야 할 그릇을 돌같이 보는 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죠. 글쎄 어느 날은 제가 꺼려하는 화장실 청소까지덤벼대더라고요.
그러던 중 또 하나 이상한 점을발견했습니다. 분명 똑같은 옷만 고집하던 아이였는데. 밖에서 만날 때와는 달리 저희 집에 올 때는 학교 체육복만 입고 오는 것이었어요. 네이비색 바지에 형광 가로 줄무늬 두 줄. 체육복을 입고는 엉덩이를 실룩댔지요. 주부 9단 마냥 집안 곳곳을 누비며 집안일을 했단 말입니다.
그 옷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슈퍼 히어로의 슈트처럼 말이죠.
정말이지 그 애 엄마가 보기라도 한다면... 끙.
기절할각이었어요.
이것이 진정 K 중딩의 모습이란 말인가.
도대체 넌 누구냐!
중딩 옷 풀착장 깨발랄 그 아이
에필로그
아들은 중딩이 되자 엄마키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한철 입고 작이진 옷들이 수두룩했지요.네. 맞아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어미는 중딩 아들 옷을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어느새 저의 산책룩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들 옷이 되었지요. 그중에서도 체육복은 집안일하기 딱이었습니다.
옷차림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듯,중딩 아들 옷을 입으니 이상하게도호랑이 기운이 샘솟았어요.요즘도 저는 아들옷을 입고서 깨발랄하게 동네를 산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