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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Feb 17. 2020

연애에서 '처음'이 중요한 이유

연애의 풍경. 6화

첫사랑.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첫사랑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사춘기를 지나면서 처음 느꼈던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일종의(?) 첫사랑은 지금도 기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대 초반에 만났던 사람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는 연애나 사랑에 있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처음 했던 경험을 가장 분명하게 기억한다. 그것을 항상 기억하거나 떠올리지는 않더라도 특정한 순간, 행동이나 경험을 연상시키는 상황에서 인간에게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에 한 유사한 경험이 아니라 가장 유사한 '첫 경험'인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첫 경험'이 기억에 더 강하게 각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낯선 곳에 가거나, 하지 않은 경험을 할 때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해 긴장을 하게 되는데, 무엇인가를 처음 경험할 때 그만큼 우리 안에서 그 상황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많이 휘몰아치기 때문에 첫 경험은 우리 안에 더 강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미 한 번 경험해 봤거나, 유사한 경험이 있는 일을 할 때는 다르다. 그 과정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리스크가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은 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일을 그냥 항상 했던 것처럼 할 수도 있고, 조금 덜 능숙하더라도 그 경험을 하는 것이 기억에 깊게 각인될 정도로 충격적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 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 그 시기에 그 경험에 수반되는 다른 요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날 때, 그리고 여행에서 경험한 것은 기억에 강렬하게 남지만 같은 장소로 두 번째, 세 번째로 혼자 떠난 여행이 우리에게 그렇게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혼자 여행을 떠난 두 번째 경험은 그 장소가 처음이어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 있고, 같은 장소를 연인과 처음 갈 경우에도 그 기억은 깊게 새겨질 수 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모두 [처음 가 본 장소]이자 [연인과 처음 간 여행]이라는 의미에서는 모두 '첫 경험'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첫 연애'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상대가 날 싫어하면 어찌할지, 내가 뭔가에 능숙하지 못하면 어찌할지, 내  마음이 상대와 연애를 할 만큼 큰 것인지, 상대가 나를 떠나가면 어떻게 하고 그럴 경우에 두려움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첫 연애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연애 후에 이별은 익숙해지지도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이별이라고 해서 덜 아파지지는 않지만, 일단 첫 연애를 하고 나면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랑' 또는 그와 같은 좋은 감정의 기억이 새로운 연애로 인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첫 연애'가 가장 힘들다.


첫 연애는 누구나 미숙하다. '첫사랑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속설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 맞는 것은 누구나 처음 하는 것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처음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이성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이성이 '아'라고 말할 때와 '어'라고 말할 때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첫사랑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해서는 안된다. 실수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미숙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잘하게 되는 사람은 없다. 연애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훈련할 수도 없고, 그것이 훈련이 되지도 않지만 그것을 표현하고 상대를 대하는 방법은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고 편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 망설여져도, 확실하지 않아도, 미숙해도 일단 마음에 충실해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는 연애와 관련해서 누군가의 '첫 상대'가 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아마도 무의식 중에 내가 상대방의 첫 상대가 됨으로써 상대가 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연애와 관련된 '첫 경험'에 있어서 누군가의 '처음'이 되는 사람 역시 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자신이 상대의 '첫 경험' 상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이후 상대의 경험들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첫 연애에서 폭력적인 상대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 이후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하고, 첫 스킨십에서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 이후에 스킨십 자체를 거부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은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첫 연애에서 상대가 스킨십만을 강요받았다 보니 스킨십을 뺀 연애는 할 줄을 모르면서도 역설적으로도 스킨십만 있는 관계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첫 경험이 그 이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의 경험들이 첫 경험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나 잘못된 경험을 바로잡아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연애와 관련된 첫 경험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본인의 결정'으로 판단해서 이뤄져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그 말들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이는 그런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본인의 연애경험에만 기초해서 조언하기 때문이다. 100명이 있으면, 그 100명의 연애경험들은 모두 다르다. 이는 본인의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의 모든 결정들이 그러하듯 연애와 관련된 경험들도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선택이 상대에 의해서 유도되어서도 안되고 그 결정은 본인이 해야만 한다. 만약 상대가 그 선택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가 그만큼 본인 중심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인생의 선택들이 그렇듯이, 연애에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하는 선택이 주체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나 시간, 환경에 의해 떠밀리고 협박당해서 한 것인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본인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이는 그 경험이 그 이후 본인의 경험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따라가되 선택은 내 의지와 이성으로. 우리의 '첫' 선택은 항상 그러해야 한다. 우리는 그래야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어도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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