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de Cyrene Feb 10. 2020

호감,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

연애의 풍경. 5화

처음 누군가를 봤을 때 설레었던 그 순간, 그 마음, 그 호르몬 작용은 무엇이었을까? 이성에 눈을 떴다고 우리가 처음 인지한 그 마음 말이다. 앞 글에서 내가 설명했던, 누군가의 사진을 계속 찍게 되고 생각나는 그 상태는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어떤 이들은 그것을 호감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며,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 세 가지 개념이 너무 혼란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사춘기를 지나면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남자들 간의 대화의 절반 전후를 남녀관계가 차지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서 한 때는 만났던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서운하단 말도 종종 들었다. 또 반대로 그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한 후에는 서로에게 집중해서 알아가는 기간을 갖는 것으로 연애를 정의한 후에는 서로 알아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며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실 감정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이 잘라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하게 호감을 갖는 것과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감'이라는 말만 놓고 봐도 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사람들은 '호감'이라는 표현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대에게 이성적인 매력이 살짝 느껴져도 사용하겠지만, 조금 더 보수적인 사람들은 서로 어느 정도 알아간 후에 이성적인 매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생겼을 때야 비로소 그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이처럼 각 표현 하나, 하나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과 관념이 다르기 때문에 호감,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감과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을 구분하는 것은 이처럼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를 구분하려는 시도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호감'은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설레임, 관심, 호기심, 충동적인 느낌이 드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는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이나 상태에 해당하는데 우리는 보통 이성에 눈을 처음 뜰 때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태가 앞의 글에서 설명한 '어린이의 연애'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한 감정, 상태와 느낌을 기초로 해서 상대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이성적으로'도 알아가게 되면서 감정이 어느 정도 이상 더 발전하게 되면, 그 정도 시점에서 우리는 상대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대가 마음을 표현했을 때 '네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날 좋아한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좋아한다'는 것을 이 정도 수준의 상태로 인지하기 때문에 하는 것일 테다. 그리고 그에 대해 '서로 알아야 만날 수 있니? 내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다니까'라는 사람은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를 내가 위에서 설명한 '호감'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서로에 대해서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어느 정도 이상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여 상대를 나 자신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에서 '사랑'의 위치가 조금 모호한데, 이는 사람들은 상대를 잘 몰라도 상대에게 누군가를 보호해주고 싶고 자신보다 상대를 위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 


이 세 가지 개념이 현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언제부터 사귈 것인가?'의 문제일 텐데,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에 두 사람이 '사랑'을 이미 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단 것이다. 물론, 이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갓 연인이 되기로 한 시점에 두 사람이 이미 사랑한다고 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이상 나갈 곳이 없다는 면에서 조금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물론, 사랑은 그때 시작되며 더 깊어진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갓 연인이 되었을 때 최소 상대에 대한 두 사람의 감정이 모두 '사랑'의 수준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연인이 되는 과정에서는 한쪽의 마음이 먼저 생기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상대도 호감이 생기기 때문에 갓 연인이 된 시점에는 상대에 대한 마음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마음이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많은 생각을 해왔지만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내가 이 세 가지 개념에 대해서 내리게 된 결론은 사실 많이 허무하다. 이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꼭 상대와 함께 공유한 시간이나 경험, 상대에 대해서 아는 지식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은 호감에서 좋아하다가 사랑하는 것으로 뛰지 않고 호감에서 사랑으로 건너뛰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상대에 대해 호감 수준의 감정이 있다가 상대가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엄청나게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성적으로 상대가 정말 괜찮고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단 확신이 서고 나서 감정이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 


상대에 대해서 고민이 되다가도 '사귀기로 한 거다'라고 합의(?)를 본 순간 우리의 감정이 완전히 다른 레벨로 치솟는 경험을 우리는 최소한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감정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관계가 감정을 만들기도 한다. 


감정도, 연애도 이처럼 뒤죽박죽이고 모든 게 케바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연애와 사랑은 감정과 무의식의 영역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성과 합리성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상대와의 관계에 이성적인 요소를 넣기 시작하는데, 우리의 이성을 믿는 것이 정말, 항상 최선일까? 우리가 살다 보면 이성적으로는 틀린 것 같지만 느낌이 이상해서 감으로 선택한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 않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의 감과 무의식의 작용이 때로는 의식의 영역이 잡아내지 못하는 것까지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내 지인 중에는 얼굴 처음 본 지 2개월 만에 결혼해서 10년 넘게 잘 사는 부부도 있고, 10년 넘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1년 반도 되지 않아서 이혼한 사람들도 있다. 연애할 때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일 싸우다 이제는 거의 대화 없이 사는 부부도 있고, 연애할 때는 싸우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더니 결혼하고는 엄청나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만약 호감, 좋아하는 마음, 사랑이 철저하게 구분 가능하고 그 단계에 따라 감정이 움직여야 한다면 완전히 상반된 그 두 커플의 결말은 설명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대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다. 모든 것은 두 사람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감정과 무의식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끌어가도록 하는 게 어쩌면 두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결말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행복한 결말이란 것은 평생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만난 지 2주 안에 이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헤어질 사람이라면, 빨리 헤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아니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관계가 흘러가도록 놔두지 못한다는데 있다. 어떤 이들은 감정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이건 뭔가 너무 빠르고 이상 한대?'라는 생각에 감정을 막아버리고, 또 어떤 이들은 본인 안에 엄청난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대한 집착이나 상대와 헤어지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상대를 잡고 있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에 대해서 감정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은 그만큼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두 사람이 통하는 것이 많고, 서로를 편하게 해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린 잃게 되는 것도 있지만 최소한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면도 있어야 할 텐데 단지 싱글이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를 잡아놓는 것은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고, 상대와 자신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다.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고 싶다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감정을 무조건 놓거나 잡아두기보다 상대가 왜 내게서 특정한 모습을 끌어내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단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이 내려지면 우리는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워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상대와 내 관계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전 04화 이성에 눈을 뜬 건 시작일 뿐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