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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Dec 09. 2022

240개월도 엄마가 필요해

엄마는 이제 자유가 필요해

 “엄마 ㅇㅇ이 뽀뽀!”

 “아잇, 스물 넘은 게 뭔 뽀뽀! 저리 가. 다 커서 징그러워.”


 그렇습니다. 저는 올해 성인이 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었는데, 아직도 엄마를 찾아요. 틈만 나면 저와 체구가 비슷한 엄마를 안으려고 하면서 “뽀뽀~”라고 하죠. 그러면 엄마는 제 팔을 툭툭 걷어 내면서 고양이들한테 저를 떠넘깁니다.


 “고양이들한테 가서 해달라 해. 저기 바글바글 많잖아. 야들아~ 전부 자나? 고양이 팔자 좋제. 이 집사 뽀뽀 좀 해줘라. 아줌마 귀찮다. 안 일어나나? 하여튼 우리 집 애들은 밥값을 못해.”

 “우리 ㅇㅇ(둘째 고양이 이름 첫 글자만 두 번 연달아 부름) 집사 뽀뽀!”

 ‘캬하아아악!’

 “오구, 세상에. 우리 아옹이는 집사가 귀찮아요. 알았어. 집사 갈게.”

 “아구, ㅇㅇ이는 좋겠다. 화장실 갔다가 엉덩이 그루밍 한 고양이 입에 뽀뽀하고.”

 “이거 봐~ 고양이들은 안 해준단 말이야.”

 “세상에, 네가 얼마나 귀찮게 했으면 고양이들도 기겁할까.”

 “그러니까 엄마가 해줘~”

 “싫어, 싫어. 엄마 병원에서 감염되면 절대 안 된다 했어.”

 “내 입술에 왜 감염되는데? 어이없어.”

 “지금까지 고양이들이랑 뽀뽀 많이 했잖아. ‘오구구, 우리 야옹이들~ 집사 뽀뽀.’라고 하면서 얼마나 심했어. 그러니까 ㅇㅇ(막내 고양이 이름)가 너 입술 들이대면 발로 차면서 밀어내잖아.”

 “칫. 너무해.”

 “다 큰 게 쉬지도 않고 엄마, 엄마, 엄마. 정신없다. 차라리 ㅇㅇ(막내 고양이) 끌어안고 있어라.”




 고등학생일 때부터 엄마에 대한 애착이 어쩌면 유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집에서는 씻고 잠만 자고 나올 정도로 집에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드니까 사람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때 ‘집에서 오는 안정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공부 후에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 구경도 재밌지만, 엄마랑 뒹굴뒹굴 노는 게 더 재밌어요. 지금은 제가 너무 커서 엄마가 매우 귀찮아할 뿐… 힝


 혼자서 논술 치러 다닐 때 엄마가 더 보고 싶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이해는 했는데도, 막상 시험장 유리문을 나오는 순간 연예인 기다리는 팬들처럼 학부모님들 쫙- 계시는데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서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여기서 ‘수험일기 20032023’ 논술편을 스포 하자면 2주 차에는 고등학교 친구 5명 중에서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가 저를 기다렸어요. 정말 고맙다!)


 그래도 혼자 간 딸 위험할까 봐 숙소도 호텔로 잡아주고 엄마는 한 달에 5~6일을 쉴까 말까 해서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고맙다고 카톡을 했습니다.(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터넷도 잘 안 터졌어요ㄷㄷ)


 엄마 고마워! 오늘은 퇴근해서 뽀뽀하자!(이건 싫어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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