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겨울 앞에서

by 비움과 채움

시월의 하순, 달력으로는 분명 가을인데 계절의 공기는 벌써 겨울을 데려온 듯하다.

아침 방 안의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다.

손끝이 시려 보일러를 켤까 말까 망설여지는 새벽, 그 짧은 고민 속에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옷장 앞에 서서 출근길 복장을 고르는 일조차 작은 결심이 된다.

두꺼운 외투를 꺼내기엔 이르다 싶고, 그렇다고 가을옷으로는 버틸 자신이 없다.


텃밭을 일군 사람들은 새벽에 나가 김장거리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피며, 갑작스러운 냉기에 놀랐을 것이다.

반면 난방기구를 파는 사람들은 창고 문을 열며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찬바람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근심을, 누군가는 이익을 얻는다. 계절의 변화는 늘 이렇게 공평하지 않다.


겨울은 아름답지만, 서민에게는 녹록지 않은 계절이다.

난방비와 생활비의 부담이 눈처럼 쌓인다.

따뜻한 이불속에서도 마음 한편은 시리다.

그래서일까, 올해처럼 겨울이 너무 일찍 찾아오면 괜히 마음이 서늘해진다.

혹독한 한파라도 몰려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바람 속에는 소망이 있다.

부디 올해 겨울은 매서운 칼바람 대신, 순한 동장군이 찾아와 우리 곁을 다녀갔으면 한다.

추위를 견디는 일이 조금은 덜 고통스럽고, 따뜻한 이웃의 마음이 조금 더 오래 남는 계절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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