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일제문소 Dec 25. 2021

마음을 붙이다

누가 내 인생으로 마피아게임하니

왜 마음을 붙인다는 표현을 쓸까? 다른 사람들은 마음을 막 포스트잇처럼 붙였다 떼는 게 가능한 건가? 나는 한 번 붙였다가 떼려고 하면 싸구려 스티커 끈끈이처럼 자국이 구질구질하게 남아버리던데(가끔 꼭지가 돌면 진짜 떼겠다고 맘 먹고 아세톤 들고와서 붙어있던 흔적도 없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아무튼 내가 어떤 대상에게 마음을 붙인다는 건, 너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 야 우리 아주 끝장을 보자, 이런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 가끔씩은 상대방과의 온도차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끈끈이가 다 말라버린 포스트잇 종이쪼가리마냥 마음이 이리둥실 저리둥실 날아다녀 잡으러 다니기가 바쁘다. ‘니가 요즘 먹고 살만하구나’하고 몽둥이를 들어보기도 하고, ‘응, 우리 솔삼이 마음이 그렇구나’하고 오은영 선생님 코스프레도 해보고, ‘아오씨 모르겠다. 술이나 먹자’하고 부어라마셔라 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써본다. 늘 좋을 수 없다는 걸 알다못해 뒤집어 쓰고도 남을 나이라 이제는 앓는 소리 하는 것도 좀 눈치보이지만(하지만 계속 하고 있음) 아쉬운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순간순간 마음을 붙여가며 버텨보는 중이었는데.


근데 유독 요 며칠은 어디 마음 붙일 끈끈이는커녕 종이쪼가리 마저도 너덜너덜해서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만 하염없이 외쳤다. 연말이라 그렇겠지, 그래 인생 원래 외로워,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온갖 위로의 말을 셀프로 건네봐도 나아지질 않았다. 아마도 그 무엇에도 마음을 잘 붙이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꼭 그것이 사람이 아니어도 나는 여기다 싶어서 말뚝을 하나 박아놓으면 그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 질끈 감고 꽤 버텨내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리고 돌이켜봤을 때 마주한 상황은 늘 거지 같았어도 항상 하나쯤은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드물게 지금이 그런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랄까.


한동안은 이젠 사람도 예전만큼 덥석덥석 믿지 않고, 나름 상황이 돌아가는  차분하게 지켜볼 때도 있고, 함부로 마음 안주고 감출  적당히 감추는 때도 있어서  스스로 ‘짜식 험한   보더니 많이 컸네하는 생각이  때도 많아서 한껏 우쭐해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진짜 누가 자꾸 이렇게  인생으로 마피아게임 하는 건지, 시민인  알았는데 마피아고 마피아인  알고 죽였는데 무고한 시민이고   자꾸 밤이 찾아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다들 그렇겠지. 나만 그런다한들 어떡해.  인생  내가 1인분 하면서 끌고 가야지.


+그래도 오늘 웃은 것.

자고 일어났더니 백발의 아빠가 “곰이다!!! 북극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하고 외친 것.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러시아 불곰이랑 싸워본 적 있으신가?”라고 대답.

+ 그리고 시름 깊은 크리스마스 홍대 상권을 말하는 기자 뒤에서 헤이마마를 추고 있는 공룡



이전 11화 쑥스러워 못하는 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