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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Jul 06. 2022

밥을 먹는 동안

다섯 살 나도의 생활

잘 익은 방울토마토 다섯 개를 반으로 자른다. 설탕 반티스푼을 방울토마토 위에 솔솔 뿌린다. 참외를 네 등분으로 자르고 껍질과 씨 부분을 제거한다. 한 입 크기로 잘라 아이 접시에 토마토와 담는다. 된장찌개에서 두부 조각만 꺼내 밥 위에 올린다. 국물 세네 스푼 넣고 두부를 으깨며 밥과 섞는다.

 

프랑스 아이처럼 육아하지 못하는 나는 나도가 텔레비전에 집중해있는 동안 입에 음식을 넣자고 마음먹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한 입씩 먹다가 안 먹어, 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달콤한 간식을 먼저 달라고 조르기 전에.

 

뽀로로 만화영화를 보고 있는 나도 앞에 된장찌개에 만 밥과 과일, 물이 든 잔이 올려진 작은 쟁반을 놓는다. “점심 먹자, 아~~” 눈은 텔레비전을 향한 채 나도는 입을 벌린다. 두 번쯤 받아먹었을까, 밥이 든 숟가락을 든 나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 나도의 눈이 마주쳤다.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나도가 “웃겨” 말한다. 가만히 그래,라고 대답했어야 했는데 나는 왜 웃긴 게 아니라 슬픈 거 같은데라고 말했을까. 아니야, 아니야 나도가 울음을 터뜨렸다. 팔로 내 목을 감싸며 얼굴을 묻고 운다.

 

“티비일 뿐이잖아, 어~~ 엉”

“우린 사람이잖아, 어~~ 엉”

 

로봇인 로디가 악당이 되어 뽀로로와 친구들을 괴롭히다가 쓰러졌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쓰러진 로디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화면이 쓰러진 로디를 비춘다.

 

“나도야, 로디 살아났어.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있는데.” 쓰러진 로디로 인해 슬픔에 빠진 나도는 여전히 내 목을 안고 울기만 한다. 화면을 보지 못한다. 텔레비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도, 로봇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슬픔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거구나.

 

“어제 사놓은 음료수 가지고 올까, 냉장고에 있는데.”

“무슨 음료수?”

“어제 뽀로로 음료수 샀잖아, 사과 맛.”

 

나도는 내 목에서 손을 놓는다.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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