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이고 무심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아이 괴물 희생자> 책이야기

by 북남북녀


남매는 사랑했다. 불행의 원인을 아이에게 전가하며 폭력을 쓰는 엄마와 어떤 일에도 무관심한 아빠 사이에서. 남매는 서로를 의지했다. 아이를 악마라 부르는 병든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 사이에서. 첫 번째 부인 자식이라고 아이를 악마라 부르며 끊임없이 아이를 괴롭히던 엄마는 아이의 숨을 끊어 놓는다. 오빠는 죽고 여동생은 혼자 남아 죽은 오빠를 그리워한다.


아빠는 언제나 그렇듯 무심하다. 아이가 보이지 않는데도. 엄마가 아이의 몸으로 요리를 해서 내놓자 아빠는 그 음식을 먹는다. 맛있다고 느끼면서.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다. 무심할 뿐이다. 죽은 전 부인의 무덤을 지척에 놓고 사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다. 무덤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


거리에서 생활하는 아이에게 왜 집을 나왔냐고 질문하자 아이는 대답한다.


“이유가 있지. 그냥 집 나오는 미친년은 절대 없어. 남자든 여자든 똑같애.”


부모의 폭력, 성적인 학대, 방치, 굶주림 여러 이유로 아이들은 거리로 나온다. 내몰린다.

칼로 위협하는 아빠와 방치하는 엄마 사이에서, 부모가 하룻밤에 사라지며, 짐짝 같은 느낌이라, 같이 죽자고 불 지르는 아빠를 피해 집을 나온다. 집 없는 아이가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동화에서 집 없는 아이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온갖 것들이 그의 친구가 되어 그를 지켜준다. 곤충이, 동물이, 식물이 그를 감싸준다. 부자 친척이 나타나거나, 부모를 만나게 되어 그들의 고단한 여정은 끝을 맺는다. 순수한 마음은 보상받는다.


현실의 아이들은 이용된다. 범죄에, 성에.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것들을 훼손시키려 많은 것들이 달려든다.


행복한 사람을 보는 것을 견딜 수 없고 그런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 토가 쏠리는 아이는 자신이 괴물 같다. 반짝이고 깨끗한 바닥을 보면 자신의 시커먼 것을 쏟아놓고 싶다. 자신의 마음속에 악마가 있는 거라고 아이는 생각한다. 많은 것을 잃어버린 채.

(마음속 응어리는 악마의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악마와는 거리가 먼 희생자에 가깝지만. 악마는 악마라고 괴로워하지 않을 테니)


폭력 속에서 약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마음을 잃어가는 아이는 마비된다. 다시 삶이라는 강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아이들이 있는 곳은 악취 나는 웅덩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웅덩이.


엄마에게 죽임 당하고 아빠에게 먹힌 아이는 살아난다. 노래 부른다.


“우리 엄마는 나를 죽였네.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새가 아이를 살린다. 부리로 훼손당한 몸을 짜깁기한다. 살점을 도려내 생긴 구멍을 나무 열매로 메워준다. 열매즙은 아이에게 피가 된다. 아이는 살아난다. 새로워진다.


<긴 호흡>에서 메리 올리버는 말한다.


“잔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자신을 새로 창조해야 한다. 그다음에 세상을 새로 상상한다.”


거리의 아이들은 자신을 새로 창조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구멍 난 살점을 메워주거나 훼손당한 신체를 짜깁기해 주는 새는 없다. 아이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동생도 없다.


“나는 배가 고팠고 지쳐 있었지만, 음식이나 휴식보다는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들은 게 훨씬 더 반갑고 고마웠다......... 헐벗고 다 죽어 가는 채 찾아든 상처 입은 노예의 영혼에 부어 준 기름과 와인이었다.” (솔로몬 노섭 <노예 12년>에서)


포악한 주인에게 도망쳐 늪지를 헤매다가 전 주인에게 음식과 친절함을 제공받은 노예의 고백이다. 먹지 못해 기력이 쇠한 상태일 텐데도 그는 영혼을 이야기한다.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그의 영혼에 닿는다. 그를 일으킨다.


상심은 마음을 갉아먹는다. 영혼을 놓게 만들어 죽음의 길을 닦게 만든다. 살아주기를 바라는 이들의 눈빛과 말이 영혼에 닿으면 달라지기도 한다. 상심으로 상처 입은 영혼에 기름과 와인이 부어진다. 치료가 진행된다. 육체에는 음식이 필요하고 영혼에는 친절함이 필요하다. 다정함이 필요하다.


친절함과 다정함의 부재 속에서 살던 아이들은 죽임 당한다. 먹힌다.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새의 애정이 필요하다. 오빠를 향한 여동생의 간절함이.

폭력적이고 무심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살아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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