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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Aug 09. 2024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_해석의 어려움 1. 질문하기

기회는 문득 찾아온다. 몇년 전 피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서 타로를 알려주는 워크숍을 시작했다. 하다보니 알려주는 재미가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타로를 만나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한 그룹의 마더피스 강좌가 막바지에 이르러 스프레딩과 읽기 실습을 하는 중이다.

그녀들은 진정한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외우기 어려운 78장의 카드가 한 장씩 쌓이는 무게를 감당한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새롭게 만나는 카드가 신기하고 아, 내 얘기이구나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실전에 들어선 초보 리더들, 카드들을 펼쳐놓고 '얘들을 어떻게 연결해서 읽나 난감하네.' 난처한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으니까. 용기를 잃지 말자!

아이들이 놀이나 게임 카드를 모으면서 엄마에게 이 카드의 힘은 무엇이고 어떤 적들을 잘 해치울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줄줄 외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이들이 하나의 카드를 만날 때마다 집중한 에너지를 떠올리면 경외에 찬 눈으로 보게 된다.

무엇보다 78장의 카드를 학창 시절 공부처럼 외우려 든다면 하세월이 걸려도 다 외우기 어렵다. 영특한 머리가 있어 외웠다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은 키워드와 키워드의 연결이 아니기에 다양한 해석을 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드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카드에 새긴 이미지가 가진 상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징은 질문과 대상의 상태를 만나면 몸을 바꿔서 읽는 자를 향해 씨익 웃는다. 자유자재로 변형 적용하는 상징을 한 개의 키워드에 잡아 놓으면 비웃듯 휘릭 도망가버린다.

각 카드의 의미를 잘 알기 위해서는 결국 리딩을 많이 해봐야 한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듯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질문을 해보고 카드를 뽑고 상징을 연결해서 이야기를 완성해 보기의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기.


제일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어떤 타로 카드로 리딩을 하더라도 시작은 질문이다.

타로 관련 책들을 보면 대부분 질문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왜냐하면 질문에 따라 뽑는 카드와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질문이라도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한 글자 차이로 해석이 완전히 바뀐다.

예를 들면 '내가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 괜찮을까요? 와 "내가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괜찮을까요?'를 친구들과 얘기한다고 치면 꽤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타로리딩에서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첫 번째는 이사 갈 집이 괜찮은 것인가의 답이 나오고, 두 번째는 이사 가는 것 자체의 컨디션에 관한 답이 나올 것이다. 같은 타로를 뽑더라도 완전히 다르게 읽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의 주제는 '집'이고, 두 번째 질문은 '이사 갈 질문자'이기에.


두 가지 질문을 섞어서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내가 지금 이사를 준비해서 집을 봤는데 괜찮은지 내가 가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두 가지 질문이 섞여 있으니 나눠서 리딩해보자고 정리해주면 단계를 밟아 나아갈 수 있다.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눠서 하나씩 리딩을 하는 것이 훨씬 오류가 덜 난다. 간결하고 분명한 질문이 명징한 상징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하반기 전반을 보고 싶다, 내 삶의 가치는 뭘까 이런 추상적이고 답이 모호할 수 있는 영역도 마찬가로 섞인 질문을 분리해서 질문자에게 더 중요한 질문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좋다. 나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유추해서 더 복잡하고 난해하게 해석하거나 오류의 여지가 많은 것보다는 안전하게 카드와 만나는 걸 권하고 싶다.

그래서 평소 질문을 많이 해본 적 없는 사람은 육하원칙에 따라 메모지에 질문을 적어두고 타로를 섞고 스프레딩을 하라고 안내한다. 스프레딩 하다가 질문이 혼동이 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질문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카드를 섞고 스프레딩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질문을 적어버릇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으로 리딩 할 때 내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질문을 만들어 답하는 것도 카드가 모호해도 연관지어 답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런데 타인과 마주해서 리딩을 하면 타인의 질문을 내가 같이 찾아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이 예상보다 어렵고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상담받으러 가는 것이다. 모든 상담은 결국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또 연관 질문을 던져 스스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인정하게 안내하는 과정이다. 


타로 카드  리딩은 리더가 신점 보듯 카드 리더가 전부 읽어주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타로 리딩에 예전부터 호기심 있었다고 마주 앉은 사람에게 뭐가 궁금하냐고 물으면 처음에 머뭇거리거나 연애요라고 한 단어로 말한다. 아예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삶의 카테고리를 펼쳐 골라보세요라고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한 단어를 말한 사람에게는 단어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의 예시를 만들어서 안내하고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도 같이 걸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질문한 사람의 이야기의 정보를 흘려보내지 말고 잘 수집해서 어떤 성격인지,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하기는 필수. 어떤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 풀면서 살았는지 관찰하면서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 본격 타로 해석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스스로 질문을 만든 순간 답은 50% 이상 질문자의 내면에 이미 풀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을 완성한 사람은 이제 카드 리딩의 대상이 아니라 카드 리딩의 참여자가 된다. 타로리더는 질문자를 리딩에 초대해 같이 해석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챙겨 떠나도록 등불을 들고 발 밑을 비춰주는 길잡이다. 질문한 사람이 카드 이미지와 결과를 수용하고 가슴에 품고 떠나면 타로 리더에게는 그 카드와 이야기가 남지 않는다. 

해석이 석연치 않거나 미진하면 빈자리에 카드가 둥둥 떠다닌다. 질문이 좋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질문을 질문자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같이 읽는데 어긋났을 수도 있다. 어쩌면 오솔길을 걷다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 상태로 끝나버렸을지도.

그래서 나에게 '당신'의 카드가 남지 않도록 질문을 만들 때 가장 집중해서 정성스럽게 같이 질문을 만들기를 초보 리더들에게 권한다. 한 사람의 인생사를 내게 보여주는 순간이니까, 나보다 더 소중하게 마주 보고 좋은 질문(그이들에게 필요한)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마음을 다하기를.



(2024년 8월 9일 여름 감기에 시달리며 띵한 머릿속에 아, 나는 정말 잘 안내하고 있나 반성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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