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코로나 19 변종의 공포가 밀려드는 미주리대학 병원 코로나 중환실에서 만난 60대 여성 환우의 말입니다. 기도삽관 전인 이 환우는 순차적으로 산소공급의 양과 세기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심한 불안과 죽음의 공포를 느껴 채플린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보호장구를 하고 들어간 병실에서 만난 제인(가명)은 가쁜 숨을 고르며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아직 죽을 준비가 안됐어요. 죽을까 봐 두려워요."
"숨쉬기가 힘드시니 얼마나 두렵고, 힘드시겠어요. 저희 의료팀이 절대 성도님을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머리에 쓴 보호 헬멧 너머로 보이는 제인의 눈이 두려움의 눈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제인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좀 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즉각 "이야기 듣는 것이 제 소임입니다"라고 반색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녀는 군데군데 호흡을 가다듬어 가며 가슴에 담아 두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결혼한 지 9년쯤에 그녀의 남편이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며 떠나는 바람에 네 아이들을 혼자서 길렀다고 했습니다. 특히,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일을 하며 아이 넷을 키우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고통을 참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예수님이 주신 체험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는 40십 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미주리대학병원에 어린이 중환자실에 7개월 된 아들이 성탄절 이브에 입원을 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내장에 문제가 있었는데, 그곳에 염증이 생겨 응급수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수술 이후에 급작스런 발작 증세까지 겹쳐 아이의 예후(prognosis)가 너무 심각했다고 합니다. 담당 의사가 어쩌면 아기를 잃을 수도 있고, 아기가 회복되더라도 지각 능력이 뒤떨어지는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제인은 그 의사의 말을 듣고 아기 곁에서 삼일 밤낮을 기도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의사의 부정적인 예후를 들은 뒤, 다행히도 처음 든 마음은 원망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주님, 저 소중한 아기를 7개월 간 품을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이 데려가시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살려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제인은 그렇게 극한 상황에서 감사기도를 올리며 하나님의 자비를 간구했습니다. 하지만, 제인이 걱정됐던 의료진들이 잠과 휴식을 권했습니다. 그래야 아기를 돌볼 수 있다는 말에 제인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잠을 청하면서도 1시간 단위로 깨워서 아기의 상태를 알려달라고 다소 무리한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깨어나면 아기를 보고 기도하고, 다시 잠을 청하며, 깨어나면 다시 기도하는 일을 반복하던 어느 날 밤,
잠시 잠이든 사이에 꿈을 꿨습니다.
밝은 불빛 사이로 아기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발작 증세를 보이며 꺼져가는 불꽃처럼 스러져 가던 아기가 환한 빛을 향해 공중제비를 돌며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인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어떻게 저 아픈 아기가 환한 빛을 향해 걷는 것도 아니고 공중제비를 돌며 나갈까?'
잠에서 깨어난 제인은 아마도 예수님이 아기를 살려 주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정말 기적처럼 아기의 상태가 호전되었고, 입원 2주 만에 퇴원했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뒤 그 아기는 중년의 가장이 되어 작은 사업체를 꾸리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간증을 듣고 병실을 나설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번 성탄절에도 빛을 보며 어둠에서 깨어나는 환자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며 감사함으로 간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