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경험이 선사하는 ‘즐거움’에 대하여
Trader Joe's를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독특한 PB 상품일 것입니다. 실제로 트레이더 조는 매장의 대부분을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채우며, 다른 마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품들로 강력한 차별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리테일 트레이너로서 이 브랜드를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이 듭니다.
트레이더 조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상품 그 자체보다, 상품을 둘러싼 ‘사람 중심의 고객 경험’에 있다는 점입니다.
PB 상품은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도, 가격 구조도, 패키지 디자인도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또 가고 싶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는 나를 사람으로 대하는 곳 같다”고 느끼게 만드는 경험은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트레이더 조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설계해 온 브랜드입니다.
1. 직원들이 ‘직원답지 않다’는 경험
트레이더 조 매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직원들의 태도입니다. 이들은 전형적인 대형 마트 직원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고, 정중하지만 거리감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웃 같고,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 같은 편안함이 먼저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던 순간도 그렇습니다. 특정 상품을 보고 고민하고 있을 때, 직원은 매뉴얼처럼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거 처음 드셔보세요?”
“이거는 이렇게 먹는 분들도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소스랑 같이 먹는 게 제일 맛있었어요.”
이 말들에는 ‘판매해야 한다’는 긴장감보다, ‘내가 좋아서 추천한다’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의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파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습니다. 또한 어떤 파트를 맡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더 솔직하게 추천할 수 있으며, 자기만의 표현 방식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고객에게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아, 여기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구나.”
이 느낌 하나만으로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쌓입니다.
2. 인간미가 묻어나도록 설계된 매장
트레이더 조의 매장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골 어느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을 떠올리게 할 만큼 소박합니다.
통로는 일부러 좁게 설계되어 있고, 매장은 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은 곧 의도된 ‘마주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좁은 통로 덕분에 직원과 눈이 마주치고, 옆 사람과 인사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발생합니다. 이 공간은 빠르게 쇼핑하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자주 스치고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상품 구성 역시 인간적인 정서를 강화합니다.
PB 상품 위주로 구성된 진열대는 대량 생산품이라기보다,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듯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패키지는 유쾌하고, 글씨체는 손글씨처럼 친근하며, 과하게 ‘잘 만든 티’를 내지 않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셀프 계산대를 일부러 많이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계산은 직원과 1대1로 이루어집니다. 이 짧은 순간에도 가벼운 인사와 한 마디의 대화가 오가며, 쇼핑 경험의 끝까지 ‘사람의 온기’가 유지됩니다.
3. 트레이더 조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상품 경험
트레이더 조의 PB 상품은 단순히 싸고 특이한 상품이 아닙니다.
이 브랜드는 각 나라의 힙한 식문화와 트렌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트레이더 조식으로 재해석해 PB화합니다. 김밥 신드롬, 김치를 응용한 다양한 제품들, 멕시칸 식품, 아시아풍 소스와 간편식까지.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여기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입니다.
대부분이 PB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은 비교적 합리적이지만, 퀄리티는 기대 이상입니다. 여기에 유쾌한 패키지 디자인까지 더해지며, 상품 하나하나가 작은 경험이 됩니다.
고객은 단순히 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먹어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서 고객은 자연스럽게 팬이 됩니다. 광고를 보지 않아도,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다시 트레이더 조를 찾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개인적인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제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UCLA 근처, 웨스트우드 쪽에 있던 작은 Trader Joe's 매장에 처음 들어갔던 날이었죠. 그때는 이 브랜드가 이렇게까지 상징적인 존재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시기였습니다.
초콜릿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다가와 어떤 걸 찾고 있는지 묻더니 초콜릿 몇 개를 직접 꺼내 하나씩 비교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카카오 향이 더 진하고, 이건 좀 더 달콤해서 디저트용으로 좋고, 자기는 개인적으로 이 제품을 제일 좋아한다며 웃으면서 자신의 ‘최애’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설명에는 판매 압박도, 매뉴얼을 읽는 듯한 말투도 없었습니다. 그냥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듯, 친구에게 추천하듯 말해주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그 직원이 추천한 초콜릿을 몇 개 골라 계산을 했고, 매장을 나오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놀라운 건 그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는 점입니다.
그날 무엇을 샀는지는 흐릿한데, 초콜릿 종류를 비교해 주며 자기 취향을 이야기해주던 그 직원의 얼굴과 태도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아마 이것이 트레이더 조가 만들어온 고객 경험의 본질일 것입니다.
사람이 브랜드를 설명하고, 사람이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 상품보다 사람이 먼저 남는 경험 말입니다.
결국, 트레이더 조가 남긴 질문
트레이더 조를 보며 저는 늘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무엇을 팔고 있는가?”
상품일 수도 있고, 가격일 수도 있지만, 결국 고객이 기억하는 것은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입니다.
트레이더 조는 PB 상품을 잘 만드는 회사이기 이전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험을 일관되게 설계해 온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단순히 ‘가성비 좋은 마트’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공간, 괜히 기분 좋아지는 쇼핑 경험으로 기억됩니다.
이 점이 바로 트레이더 조가 남다른 PB 상품 외에도,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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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