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크기와 마음의 크기
Chapter3. 돈과 삶의 무게
3-5. 1억을 모았다
"내가 지금 딱! 1억을 모았어."
20대 초반, 그러니까 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술잔을 기울이며 내게 말했다.
친구는 고등학생 때부터 용접 일을 시작했다.
국내외를 오가며 일했고,
20대 초반에 1억을 모았다.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친구였다.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단 하나였다.
"1억을 모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어딘가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그가 한 말은 정확히는 이랬다.
"1억을 모았는데..."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래서 무작정 일만 했고,
무작정 아껴 가며 돈을 모았다.
"1억만 모으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달려왔다.
그런데 막상 1억을 모았을 때,
친구가 마주한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했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모아 온 돈과 시간을 써야 했다.
사업을 하고 싶다면
불확실한 결과 앞에서
자신이 노력해온 삶을 배팅해야 했다.
그는 어릴 적
"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새로운 선택을 하는 순간,
그 선택의 성패, 성장 가능성,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까지
모든 것이 따라왔다.
돈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실행해 보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사회가 정한 안정적인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돈 있으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
"돈의 크기보다 내 마음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
"돈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내가 가진 걸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렇기 때문인지 내게 그런 용기는 없는 것 같아."
"어쩌면, 내게 필요한 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내려놓아도 괜찮을 만큼
마음이 가는 걸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어린 나이에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는 말 하나만 믿고
무작정 돈을 벌었던 친구.
그에게 남은 것은
돈과 두려움뿐이었다.
세상은 한 가지를 포기하면
다른 한 가지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비싼 것은 지혜이다."
— 소크라테스(Socrates)
"인생의 역설은 젊었을 때는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고, 나이 들어서는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